희망이 삶이 될 때 - 아무도 모르는 병에 걸린 스물다섯 젊은 의사의 생존 실화
데이비드 파젠바움 지음, 박종성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David Fajgenbaum이라는 미국의 의사이자 펜실바니아 의대 교수가 쓴 자전적 책으로, iMCD (특발성 다중심 캐슬만병) 라는 희귀병을 지닌 본인의 인생사와 함께 의학적 분투기를 다루고 있다.

일단 저자의 인생이 드라마틱하다. 어렸을 때 ADHD였지만 오히려 나중엔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되었고 이 집중력은 평생 그의 행동을 강력하게 지탱한다. 고교 시절엔 촉망받는 건장한 풋볼 선수였다가 대학생 때 뇌종양으로 사망한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면서 의학에 헌신하기로 한다. 그 가운데 아픈 부모를 지닌 학생들의 자조 모임인 AMF라는 동아리를 설립하고 전국의 대학으로 확대시킨다. 그는 학업을 빨리 마치기 위해 옥스포드에서 2년 걸리는 석사 과정을 8개월만에 마스터하는 기염을 토한다. 의대로 진학해 한창 공부하던 중에 갑자기 희귀병인 iMCD가 엄습해온다. iMCD는 림프종과 루푸스와 비슷한 특징을 지니는데 병의 원인과 기전도 모르며 예후가 암만큼 안 좋은 난치병이었다. 그는 다섯 차례 무시무시한 병마와의 투쟁과 회복을 반복하면서 이 병에 대해 밝혀내고야 말겠다고 결심한다. 의학에 매진하는 한 편, 국제적인 협업 단체를 만들어 전문가들 사이에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연구하는 CDCN(캐슬만병 네크워크)를 설립한다. 환자와 보호자도 회원으로 받아 치료를 위해 함께 활동하고 있다. 

남다른 인생과 더불어 그의 남다른 집중력은 최고가 되고자 하던 풋볼 선수시절의 근성에서 나온 것이고, 조직을 결성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에는 모교 의대의 희귀병 질환 센터의 경험과 와튼 스쿨에서의 MBA 경험이 작용했다. 불과 수년 만에 iMCD에 대해 폭발적으로 탐구하고 학술 업적을 이루었던 그는 30대초에 펜실바이나 최연소 조교수가 되었다. 여러 차례 죽음의 문턱에 갔다가 되돌아 왔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정신의 발휘해 본인의 생명 뿐 아니라 다른 환자들에게도 반드시 도움이 되고자 하는 열정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물론 저자가 병마에 무너지지 않았던 것에는 본인의 의지도 있었겠지만 항상 가까이에서 지지하고 간호하던 가족과 용기를 주는 연인의 도움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책 속에는 그가 겪은 여러 투병 여정과 역동적인 심리 상태 및 변화가 잘 드러나 있다. 또한 질병을 겪기 전에는 자각하지 못했던 연인에 대한 소중함과 관계를 건강하게 맺지 못했음을 알게 되고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도 잘 표현돼 있다.

무엇보다 그가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이자 그 병을 다루는 의사로서의 삶이 치열하게 드러나 있어 감동을 준다. 이 책이 발간될 즈음 병의 발작이 멈춘 지 이미 5년 정도가 되었다 하며 아내와의 사이에 딸이 태어났다는 이야기도 감격적이다.

또한 이 책에서 미국 FDA에서 승인된 약제는 본래의 적응증 외에 다른 질환에도 써 볼 수 있다는 것 (off-label), 라파마이신이라는 항진균제의 개발 과정이 소개된 부분도 흥미로웠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친구들을 위해 기도나 봉사, 자선 기금 마련 모임에 참여하는 따스한 모습도 훈훈했다.

전체적으로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감동과 함께 독자의 삶에도 잔잔한 동기부여를 주면서, 희귀 난치병의 정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우러나오게 만드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