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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ㅣ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최근에 논어를 읽고 유학의 고전을 좀더 접하여 삶의 지혜를 얻고 싶은 마음에 읽은 책이다. 저자는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쓴 신정근 교수라고 한다.
'중용'의 의미는 본문의 풀이를 살펴보면 치우치지도 기울어지지도 안호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자신의 중심이 바로 서 있으면서 평삼심의 도를 실천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책은 약 3500자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 <중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생각하는 주요 주제별로 재편성해 풀이했다. 또 각 세부 주제별로 <중용>의 구절 풀이를 '입문-승당-입실-여언'의 네 단계로 전개했는데, 마치 기-승-전-결 같은 구조다. 이러한 구조를 활용하게 된 이유는 고전의 지혜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응용해 볼 수 있도록 음미하고자 함이다. 따라서 현대 문명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 즉 정치, 사회, 기술 문명도 짤막하지만 여러 번 언급이 돼 있고 중용 자체 인용문 보다는 이러한 현 시대의 반영이 훨씬 많이 차지한다. 물론 중용에 어우러진 동양 고전이나 공자, 주자 등 성현 및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많이 포함돼 있다.
즉, <중용>이라는 어렵고 심오해 보이는 고전을 보다 알기 쉽고 친근하게 해설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책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어색한 부분도 몇 가지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승당'에는 원문 번역을 해 놓으면서 지나치게 의역 위주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를테면 원문에 '군자'로 나와 있는 것을 번역에는 항상 '자기주도인적 군자' 혹은 '자율적 군자'라고 했는데, 용어 해석이 자의적이고 과잉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이 책이 청소년도 함께 대상으로 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자기주도적인 군자/자율적 군자'라는 맥락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차라리 책의 초반에 중용에서 말하는 '군자'란 어떤 인물상인지 풀이하면서 자기주도적인 군자/자율적 군자로 저자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시한 후, 번역에서는 '군자'로만 해도 좋았을 듯하다.
또한, '입실'에는 중요한 단어 하나 하나마다 "... 뜻이다"라고 굳이 매번 서술어를 써놔서 좀 번다한 느낌이 들었다. 쉽게 풀어쓰는 느낌을 주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깔끔하게 "단어: 단어 뜻" 이렇게 정리해도 좋았을 듯하다.
'입문'이나 '여언'에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단편적 사실이나 일화, 현대 사회에 대한 짤막한 반추 등이 있었지만, 내용이 글의 요지를 확연히 알 수 있게 집약되지 않고 열거한 것들이 따로 놀면서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어색하게 다가온 예시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01. 괴벽' 항목에서 '소은행괴'의 예로 예양이 숯을 삼켜 자신의 목소리를 바꿔서 자신이 모시던 지백의 원수 조양자에게 복수하려고 했다는 일화를 들었다. 하지만 예양의 일화는 저자가 설명했던, 상식을 넘어서고 평범을 거부하며 극단적인 예로 사이코패스도 포함된다는 '소은행괴' 보다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한 충정에서 발로하여 복수의 수단으로써 숯을 삼킨 것으로 보는 게 오히려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 얻은 한 가지 효용은 유학에서는 'a하지만 b하지 않는다'라는 형식을 중용으로 제시하며, 이런 형식을 찾아 자신에게 적용하면 중용대로 살기가 좀 쉽게 다가올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실생활에서 한 번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중용>에 대한 대중 해설서로 기능을 하고자 한 저자의 의욕이 많이 반영되었으나 좀 산만한 감이 아쉬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