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행복해질 용기 (미리보기 체험판)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용택 옮김 / 더좋은책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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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역에서 우연히 들른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고른 책이다.

기시미 이치로의 책은 <마흔에게> 밖엔 안 읽었고 명성에 비해 내용에 실망했는데, 이 책은 표지나 삽화에 끌려 사봤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잘 모르지만 이 책을 보면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축으로 인간관계를 두었다. 인생의 과제를 직업, 교제, 사랑의 세 가지 과제로 분류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성격은 우리 스스로가 선택한 라이프 스타일이며 대인관계 속에서 행동하는 패턴이라 한다. 우리가 지금 불행한 것은 과거의 상처나 나와 남의 단점, 어떤 일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선택하여 그 상처를 끌고 왔고 그 일에 탓을 두기 때문이라고 책 내용이 이해됐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일으켜 나를 사랑하기로 마음먹고 행복하기로 결정하면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나의 긍정적인 측면이 보이기 시작하고 남의 좋은 점을 수용하게 된다는 점이 와 닿았다. 나와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이해와 해결방안을 제시해주어 신선했다.

다음으로 <미움받을 용기>를 읽어봐야겠다. 아들러 심리학에도 관심가져보고. 그러고 보니 대세와는 다른 역주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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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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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의 SF 단편집이다. 예전에 한국과학문학상으로 화려하게 등단했었는데 1년 여 사이에 이렇게 단편집을 낸 것을 보면 준비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단편집에서 두 편은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및 가작)을 수상했던 작품인데 다시 읽어도 좋았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이 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또한 맨 마지막에 실린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작가의 문장력이 좀더 원숙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역시나 이 책을 내기 위해 새로 쓴 미발표작이라고 하며, 과학도인 작가의 어머니가 시인, 아버지가 음악가라는 작가의 마지막 말에서 그 연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괜히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 어렸을 때 부터 예술적 소양을 풍부하게 함양할 수 있었던 환경도 보탬이 되었으리라.

SF라면 흥미 본위의 통속적 소재로 쓴 소설로 주류 문학과는 거리가 멀다는 편견이 있을 수 있는데,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소재만 SF적이고 인문학적 고찰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생각하면서, 뭔가 아련하면서 우리의 미래 세대가 향유할 세상의 모습이 어떨지 그려보게 하였고, 그대로 좋은가 하는 문제의식도 느끼게 하였다.

책에서 좀 어려웠던 부분은 제일 앞에 실린 작품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였다. 내용이 잘 이해가 안 되었지만 평론가의 글을 보고 아, 이런 이야기였구나 알게 되었다. 한 가지 작품은 설정에서 좀 어색해 보이는 부분이 있었는데, <스펙트럼>이었다. 화자의 할머니가 먼 우주에서 부유하다가 40년만에 지구로 귀환하였는데, 자기가 머물렀던 어느 행성의 존재와 외계 생물과의 조우는 강하게 주장하면서 그 증거라든지 위치라든지 하는 것은 함구한다. 그 행성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차라리 아예 어떤 행성에 있다 왔다는 언급자체를 안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어떤 표식을 달고 왔다든지 은연 중에 노출이 되었다든지 어쩔 수 없이 지구인들에게 눈치 채이는 상황이 더 매끄럽지 않았을까 싶었다.

<공생 가설>은 어쩌면 최초의 인류에서부터 함께 공생하였을,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외계 생물의 존재에 대해 제시하여 독특했는데, 어떻게 인류의 몸에 들어오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파헤쳐 있지 않아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작가의 상상력과 인간 존재, 미래 세계상에 대한 사유가 있어 재미 있게 읽힌 책이었다. 다음 작품도 나오면 반갑게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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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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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다.

가벼운 통속소설일 줄 알았는데, 세련된 문장력으로 인간의 고뇌와 우주 섭리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어서 놀라웠다. 황실에 색공을 바치는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그 업을 통해 깨달음으로 나아간다는 설정으로 이해되었다.

생소하면서도 잘 벼려진 우리말을 풍부하게 구사하였고, 한자어를 잘 버무려 놓았다. 전체적으로 문체의 느낌은 한자로 된 삼국유사를 신라 시대의 언어로 번역해 놓은 듯해, 고아하고 운치있고 옛 언어를 통해 역사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인 이 소설의 2/3 즈음이었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지언정, 그 아름다움을 구원하는 것은 오직 자유뿐이다."


미실은 아름다웠고 아름다움의 힘을 지녔으나 자유롭지 못했다. 그녀는 자유롭기를 갈망했고 그 자유를 얻기 위해 권력을 추구하였다. 그 차안의 욕망을 이루는 과정에서 인간적 고뇌가 어려있고 미실 주변의 인물들에게도 각자의 짐과 고뇌가 있다. 모두가 어떤 행동을 하는데 드러난 표면 속에 나름의 사정이 있고 이치가 있다. 그들이 겪는 여정과 시련은 어떤 깨달음의 여정처럼 그려져 있다. 그래서 두명 정도만 빼면 악인이 없다.

작품을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인간사에 대한 고뇌와 우주 자연의 섭리에 대한 신비로움, 성찰의 줄기는 크게 신도(도교)와 불교의 양갈래다. 도교적인 것은 음양의 이치와 남녀의 교합, 현세적인 쾌락으로 나타나 있고 불교적인 것은 그러한 삶 가운데서도 문득문득 치고 들어오는, 이승의 애증과 부귀권세가 찰나적인 것이라는 것, 결국 무로 돌아간다는 절절한 사무침이었다. 그래서 작품의 상당부분이 남녀의 애욕을 다루었지만 그 기저에 근원적인 물음들이 있어 무게감이 가볍지가 않다.

작품에서는 미실을 여러 순정적인 남자의 사랑을 받고 정국을 휘어잡는 여성으로 그리기도 했지만, 그녀의 개인적인 욕망을 이루는 과정에서 신라의 발전에도 나름대로 기여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그 한 예로 김유신을 다음 세대 풍월주로 발탁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것은 미실의 역할을 너무 긍정적으로 윤색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중국에 사대하지 않는 신라의 고유 문화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화랑도와 혼도(婚道)의 언급이 여러 번 나오는데 혼도에서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보통은 한 인간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들은 고난 속 성장과 영웅적인 성공, 회한, 삶의 깨달음 같은 것을 다루기에 웅장하고 거대한 울림이 있고 카타르시스가 있다. 이 소설은 미실이라는 당대의 여걸을 고어체의 형식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묘미가 있었다. 다만, 전체적인 서사를 관통하여 유교/불교적 가치가 병립하고 융합하기도 하는 구조 속 마지막에 이야기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불교에 귀의하여 비구니가 되는 수순은 납득이 시원하게 안 될 정도로 갑작스럽고 비약이란 느낌이 들면서 기대했던 카타르시스가 일지 않아 밍밍했다.

전체적으로는 자극적인 소재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보려고 탐구하는 인물들이 그려져 있는, 참신한 고어체 문체가 빛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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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다이어트 - 뉴스 중독의 시대, 올바른 뉴스 소비법
롤프 도벨리 지음, 장윤경 옮김 / 갤리온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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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뉴스 중독자였던 저자가 뉴스를 폐해를 알게 되고 스스로 뉴스를 끊으면서 가져온 삶의 질 향상을 겪은 후 독자에게도 뉴스를 끊도록 권하는 책이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스위스에서 공부하고 일을 하였고, 유럽에서 주목받는 지성인이라고 한다.

디지털 문명이 범람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시시 때때로 주목을 끌고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뉴스. 점점 자극적인 뉴스가 판을 치고 거짓뉴스도 많고 선동하거나 기업체를 간접적으로 선전하는 뉴스도 많으며 독자들은 뉴스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상황에 자유롭지 못하고 뉴스 중독이 된 거 같고, 자극적인 뉴스를 본 후 점점 더 찾게 되지만 뒤에 보면 시간 낭비에 남는 게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시원하게 우리가 겪고 있는 그런 현상에 대해 분석하고 뉴스를 끊도록 독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와 닿았던 것은 99퍼센트의 뉴스는 우리의 삶과 무관하며 범람하는 뉴스에 시간을 뺐기느라 1년의 한 달을 허비한다는 사실, 그 시간에 자기의 전문분야를 갈고 닦는 독서를 하거나 영화, 음악, 미술, 특정 전문지, 장문의 탐사뉴스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다는 말이었다. 저자는 세상의 오만 가지 뉴스에 시간을 빼앗기고 피상적인 두뇌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전공 바보'가 되는 것이 낫다고 한다.

책의 말미에 구체적으로 뉴스를 어떻게 끊을지도 방법을 알려주어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이 뉴스중독일텐데 이 책에서 좋은 성찰과 뉴스로부터 벗어남으로써 내적 평화를 이룰 수 있는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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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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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논어를 읽고 유학의 고전을 좀더 접하여 삶의 지혜를 얻고 싶은 마음에 읽은 책이다. 저자는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쓴 신정근 교수라고 한다.

'중용'의 의미는 본문의 풀이를 살펴보면 치우치지도 기울어지지도 안호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자신의 중심이 바로 서 있으면서 평삼심의 도를 실천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책은 약 3500자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 <중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생각하는 주요 주제별로 재편성해 풀이했다. 또 각 세부 주제별로 <중용>의 구절 풀이를 '입문-승당-입실-여언'의 네 단계로 전개했는데, 마치 기-승-전-결 같은 구조다. 이러한 구조를 활용하게 된 이유는 고전의 지혜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응용해 볼 수 있도록 음미하고자 함이다. 따라서 현대 문명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 즉 정치, 사회, 기술 문명도 짤막하지만 여러 번 언급이 돼 있고 중용 자체 인용문 보다는 이러한 현 시대의 반영이 훨씬 많이 차지한다. 물론 중용에 어우러진 동양 고전이나 공자, 주자 등 성현 및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많이 포함돼 있다.

즉, <중용>이라는 어렵고 심오해 보이는 고전을 보다 알기 쉽고 친근하게 해설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책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어색한 부분도 몇 가지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승당'에는 원문 번역을 해 놓으면서 지나치게 의역 위주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를테면 원문에 '군자'로 나와 있는 것을 번역에는 항상 '자기주도인적 군자' 혹은 '자율적 군자'라고 했는데, 용어 해석이 자의적이고 과잉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이 책이 청소년도 함께 대상으로 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자기주도적인 군자/자율적 군자'라는 맥락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차라리 책의 초반에 중용에서 말하는 '군자'란 어떤 인물상인지 풀이하면서 자기주도적인 군자/자율적 군자로 저자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시한 후, 번역에서는 '군자'로만 해도 좋았을 듯하다.

또한, '입실'에는 중요한 단어 하나 하나마다 "... 뜻이다"라고 굳이 매번 서술어를 써놔서 좀 번다한 느낌이 들었다. 쉽게 풀어쓰는 느낌을 주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깔끔하게 "단어: 단어 뜻" 이렇게 정리해도 좋았을 듯하다.

'입문'이나 '여언'에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단편적 사실이나 일화, 현대 사회에 대한 짤막한 반추 등이 있었지만, 내용이 글의 요지를 확연히 알 수 있게 집약되지 않고 열거한 것들이 따로 놀면서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어색하게 다가온 예시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01. 괴벽' 항목에서 '소은행괴'의 예로 예양이 숯을 삼켜 자신의 목소리를 바꿔서 자신이 모시던 지백의 원수 조양자에게 복수하려고 했다는 일화를 들었다. 하지만 예양의 일화는 저자가 설명했던, 상식을 넘어서고 평범을 거부하며 극단적인 예로 사이코패스도 포함된다는 '소은행괴' 보다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한 충정에서 발로하여 복수의 수단으로써 숯을 삼킨 것으로 보는 게 오히려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 얻은 한 가지 효용은 유학에서는 'a하지만 b하지 않는다'라는 형식을 중용으로 제시하며, 이런 형식을 찾아 자신에게 적용하면 중용대로 살기가 좀 쉽게 다가올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실생활에서 한 번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중용>에 대한 대중 해설서로 기능을 하고자 한 저자의 의욕이 많이 반영되었으나 좀 산만한 감이 아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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