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패를 믿지 않는다 - 오프라 윈프리의 일과 성공과 사랑
로빈 웨스턴 지음, 이정임 옮김 / 집사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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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의 전기를 읽었다.

1954년생 오프라 윈프리의 인생을 탄생부터 그녀의 성대한 50회 생일파티까지로 조망하고 있고, 마무리는 47세에 한 래리 킹 쇼의 인터뷰로 돼 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차별받던 흑인이었고, 가난한 집안 미혼모의 딸에 10대시절 성적 학대를 포함한 아동 학대를 경험했고 이로 인해 13살에 아이도 낳았지만 결국은 다 극복하고 엄청나게 성공한 여인의 일대기가 서술돼 있다. 책 곳곳에 풍부한 컬러 사진으로 해당 내용에 맞춰 곁들여져 있다.

빈민 출신의 학대받고 자란 흑인 소녀였지만, 그녀가 이처럼 눈부신 성공을 거두게 된 데에는 또한 좋은 멘토들이 있었다. 바로 외할머니와 친아버지. 이 두 분들은 오프라에게 교육의 힘을 부각시켜 주었다. 가난해도 도서관 등에서 책을 읽도록 자극을 주고 학업으로 이끈 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분만한 이후의 삶은 그녀도 분발하여 승승장구하게 된다. 본인도 엄청나게 노력하였고.

이런 자신의 인생 역정 때문인지 오프라는 교육과 독서를 장려한다. 그리고 책 서두에서부터 서술해 놓은 자선사업과 기부활동이 그녀 인생의 또 다른 큰 줄기가 되고 있다.

책을 통해 오프라의 성공 요인이 타고난 토크쇼 재능,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멘토들,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소명 의식,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로 나름 요약해 봤다. 스트레스로 식이조절을 잘 못해 체중이 불었다 늘었다 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나오는데, 래리 킹과의 인터뷰에서도 밝히지 않은 내밀한 사정이 있을 거 같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역시 잘 극복하거나 하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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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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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라는 당시 기성 작가가 자기에 대해 쌓여진 기존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롭게 또다른 정체성의 작가로서 인정받기 위해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을 써서 집필한 두번째 소설이란다.

내용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암울한 환경에서 잡초처럼 살아가는 열 네살 소년의 성장소설 느낌인데, 마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와 비슷하나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소설같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아마 창녀일 것이다. 법이 양육을 허락하지 않는 사창가 여인들의 아이를 위탁받아 키우는 로자 아줌마 (65~68세로 나온다)와 아랍계 소년 모하메드. 로자 아줌마는 유태인으로 15~50세까지 창녀로 살았고, 아우슈비츠의 박해에서 생존했고 50세 이후에는 전업을 해 위탁모로 살아가는 할머니이다. 모하메드는 할머니에게 맡겨진 숱한 창녀의 자식 중의 한 명이었지만, 나중에는 늙고 병환이 든 할머니와 단둘이 의지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이 책에서는 순수 프랑스인이 극히 일부만 나오고 주로 아랍계, 유태계, 아프리카계, 아시아계 등 이주자(불법 이주민 포함해서)들이 등장인물로 나타난다. 그들은 나름의 이유들로 프랑스에서 도시빈민으로 타향살이를 하는데 자신들만의 어떤 유대감인지 가까운 이웃들도 아닌데 로자 아줌마를 도와주기 위해 기꺼이 찾아 온다.

의지가지 없는 모하메드(애칭 모모)는 - 나중에 로자 아줌마가 죽기 얼마 전에야 어쩔 수 없이 밝히게 된 - 출생의 비밀 때문에 자기의 부모가 누군지 궁금해 발작하고, 영웅이 아니더라도 아버지와 엄마가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마침내 알게 된 아버지, 어머니도 다른 위탁아들과 다를바 없이 창녀와 포주였지만, 정신병자였던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하였다는 것이 달랐다. 하지만, 모모는 새로 알게 된 이 진실에 그다지 동요하지 않고 로자 아줌마와 끝까지 함께 한다. 10살로 알았던 자기 나이가 실제로 14살이었다는 것을 알고 보다 어른스럽게 행동하려 한 점이 기특하다.

이 작품에서는 여러 가지 부조리도 고발하고 있다. 주요한 것은 창녀는 자기 아이를 양육할 수 없도록 만든 법, 개에게는 허락되는 안락사가 인간에게는 허용되지 않아 곧 자연적으로 죽을 게 뻔한 상황에서도 병원에서 억지로 연명치료를 하여 고통스런 삶을 늘린다는 것. 14살의 모모와 68살의 로자 아줌마는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유대인 동굴'이라 불리던 아파트 지하에서 아줌마가 인간적이고 자연죽인 죽음을 맞도록 한다. 이 장면은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젊었을 때는 아름다웠으나 어떤 상처로 인해 심각한 비만으로 거의 평생을 살다 죽은 어머니의 존엄한 장례를 위해 살던 집을 불태운 장면이 연상되었다. 책 전체에 흐르는 로자와 모모의 우정 혹은 사랑. 유대인과 아랍인이 공존하다 서로의 종교를 존중해 주고 아름다운 작별을 한다.

모모는 시체썩는 냄새로 인해 '유대인 동굴'에서 사람들에게 발견되고 나딘이라는 프랑스 여자에게 맡겨진다. 모모가 자란 환경과는 확연히 다른, 안온하고 부유해 보이는 프랑스 여인의 별장에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모모가 이후 잘 성장했을지 궁금하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고 작품에서 여러 번 나오는데 모모가 로자 아줌마와의 추억으로 살아갈지, 또 새로운 사랑이 나타날지 모르겠다.

이 소설이 나왔을 때는 1975년도로 유대인과 아랍계의 반목이 심했다 하는데 작품 속에서는 위탁 가정에서 함께 의지하고 사랑하며 산다. 로맹 가리가 어떻게 저렇게 유대인의 삶을 잘 아나 했더니, 순수 프랑스인이 아니고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대계로 프랑스로 이주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주민들의 삶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본인도 정체성에 대해 고뇌했을 듯 하며 그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거 같다. 이주한 도시 빈민의 여러 하층민 직업들 중에 창녀와 포주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 작품에서는 도덕적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하긴 사람은 배가 일단 불러야 예의를 아는 법이라고 공자가 그랬던가. 당장 생존이 급한데 도덕이 무슨 소용인가. 작중에 나오는 롤라 아줌마는 세네갈 출신의 권투 챔피언이었는데 프랑스에 와서 여장남자로 동성애자에게 매춘을 하지만, 로자 아줌마네한테는 늘상 호의를 베풀기에 "성녀"로까지도 불린다.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읽었고 너무 빨리 세상을 알고 애어른이 된 모모에 대해 짠한 마음과 함께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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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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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느낌은 에로소설로 시작해서 스릴러로 끝난다는 것. 주인공들이 젊은 남녀가 아니라 부인은 45세의 음전한 양가집 규수(그러나 몸은 관능적인), 남편은 56세의 시들어가는 교수(그러나 취향은 독특한)라는 점이 색다르다. 어떻게 보면 에로소설인데 부부한정 육체관계라강조하고 주변에 양념처럼 젊은 남자가 있어 밋밋할 수도 있겠다.

속시원하게 부부간에 대화하면 될텐데 상대방이 읽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양파처럼 겹겹이 빗장을 걸어 둔 마음을 일기에 토설해 놨다는 것도 특이하다. 일기형태의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는 두 남녀의 가장 은밀한, 대화로는 절대로 털어놓지 않는 서로간의 성에 대한 마음을 훔쳐다 보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그런데 일기장의 열쇠가 비밀의 열쇠같지만 알고보면 fake, 연막탄이었다는 거. 또한 주제는 성애지만 행위 묘사는 별로 없고 성애에 대한 부부의 심리전 위주다. 노골적인 내용보다는 주로 세밀한 심리 묘사이기에 좀 고급지게 쓰였다고 하겠다.

전체적으로 쉽게 재밌게 읽히고 마지막 결말은 좀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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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스테이아 3부작 을유세계문학전집 77
아이스킬로스 지음, 김기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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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에서 유일한 3부작이라는데, <아가멤논><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자비로운 여신들>로 구성돼 있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아가멤논과 그의 아들 오레스테스, 딸 엘렉트라, 아폴론, 아테나, 헤르메스 <=> 아가멤논의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 사촌이자 오촌인 아이기스토스, (죽었지만 딸 이피게네이아), 복수의 여신들로 대립돼 있다. 딸 이피게네이아를 죽인 남편 아가멤논에 대한 클뤼타이메스트라의 복수와,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에 대한 오레스테스의 복수가 전면에 나타나 있지만 깊이 들어가보면 먼 조상 탄탈로스로부터 시작된 가문 대대로의 피의 저주(친족 살해)가 얽혀 있다. 오레스테스의 손에서 복수가 종결되고 무죄방면됨으로써 가문 대대로 내려온 저주에서도 해방된다.

이 가운데 인간세계에서 내 보기엔 모계혈통에 대한 부계혈통의 정통성이 더 부각되고 결국엔 부계혈통이 승리한다. 중재자인 아테나 여신이 캐스팅 보트로서 오레스테스의 편을 들어주는데 이유는 순전히 그녀가 어머니의 자궁이 아니라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머니의 역할을 크게 인정하지 않아서이다 (아버지의 복수를 하라고 신탁을 준 아폴론이 오레스테스에게 아테네로 가서 탄원하라고 한 것도 다 이런 일을 내다본 안배로 보인다). 심지어는 여자가 자식에게 유전형질을 함께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남자의 씨앗을 자궁에 품고 양육하는 존재로서만 인정하는 발언을 한다. 고대 그리스의 가부장적인 사회상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

특이한 것은 오레스테스와 클뤼타이메스트라에 대해 '오염'이라는 말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이것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에서도 나오던 표현이다. 그러니까 아마도 부정하고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인물에 대해 '오염'이라고 하나본데, 이 말이 소포클레스의 전유물은 아닌가 보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트로이 전쟁을 재판에 비유하고, 오레스테스의 판결에 대해서도 인간의 법정에 세운다는 것이다. 신들이 나오지만 <일리아스>처럼 인간의 전투현장에서 함께 임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이라는 어떤 합리적이고 도시국가적인 장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주된 과정이다. 신들은 거기에 변론을 더하고 부추길(신탁) 뿐이고 결국 행위의 주체는 인간이다. 그리고 오레스테스의 무죄방면 뒤 감정적으로 폭주할 뻔했던 복수의 여신들을 이성적인 아테나 여신이 잘 설득하여 그들을 도시국가에 축복을 주는 자비로운 여신들로 변모시킨다.

작품에서 신들의 신구갈등도 함께 나타난다. 복수의 여신들은 아주 늙은 신들이고 아폴론, 아테나 등은 젊은 신들이다. 이 두 진영 사이의 가치관의 대립이 오레스테이아의 재판을 통해 부각되는데 결국 위와 같이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전체적으로는 오랜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가문의 저주를 끊고 새로운 후계자, 통치자로 나선 오레스테스 이야기를 통해 합리적, 이성적 가치관이 주도하는 도시국가로 나아간다는 주제의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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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테토스의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삶의 기술
에픽테토스 지음, 아리아노스 엮음, 강분석 옮김 / 사람과책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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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테토스(AD 55-135 추정)는 로마시대 노예 출신으로 후기 스토아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라고 한다. 병약한 절름발이였는데 좋은 주인을 만나 스토아철학을 접했다 한다. 법상스님도 이 책을 강연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 오래 묵혀 둔 책인데 이번에 완독했다.

에픽테토스는 소크라테스를 존경했는지 그를 완전한 인간상으로 설정하고 그가 했던 행동을 본받으라는 뉘앙스의 글이 중간중간에 있었다.

그는 이분법적으로 내적/외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겉모습, 겉치장을 좇지 말고 내면적인 것, 즉 지혜, 자연의 섭리, 내적인 미덕, 정신, 이성을 추구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세상사에서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하여, 할 수 없는 것은 수용하도록 하고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이성과 의지로 충실하게 해 나가라고 말한다. 여기서 할 수 없는 것에는 자연의 섭리도 포함되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지위, 재산, 육체 같은 것도 포함된다. 그는 "행복은 그대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현대의 자기계발서 작가들은 상상의 힘으로 뭐든지 이룰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점에서 에픽테투스는 로마 시대 사람인데도 우리에게 보다 실용적인 조언을 준다고 하겠다. 아마 에픽테투스가 노예 출신이고 다리를 절며 육체도 병약하였고 당대 로마 황제가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을 로마에서 모두 추방하는 등 불가항력적인 일을 평생 겪다보니 세상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들이 있다고 한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의 외적/내적 이분법적인 사고는 기독교적으로 보이지만, 11장 "본디 내것은 하나도 없습니다"나 48장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됩니다"를 보면 어느 정도 불교적인 세계관과 비슷한 면을 보여준다. 다만 48장에서 말하는 마음은 실제로는 이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기에 불교와 동일한 의미의 '마음'은 아니며, 지혜로운 이성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현대에는 이성보다는 감성을 중시하며 절제보다는 욕망을 좇는 가치관이 좀더 우세하다. 어떻게 외적으로 자기를 잘 드러내고 포장할 것인가 고심하며, 부와 지위를 얻는 노력은 자아실현의 과정과 동일시되고 있다. 트로피의 수량은 한정되었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가 상충하고 남에게 뒤쳐질까 불안 속에 살기도 한다. 이성과 절제를 강조하는 이 책의 글들이 현대적인 가치관과 대립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슬기로운 독자는 조화와 중용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17장 "인생이라는 연극에서 주어진 배역에 충실하십시오"라는 글이다.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BC 63- AD14)도 임종시에"내가 인생에서 나에게 주어진 배역을 잘 연기한 것 같더냐?"라고 했다는데 같은 맥락의 말이라 흥미롭다. 혹은 당시의 인생관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40장 "겉모습보다 중요한 것은 내적인 미덕입니다"에서 '남자와 동침할 것만을 생각하고 그것에 온 희망을 거는 것'이라며 여성에 대한 편견이 비친 부분이었다. 당시 사회가 여성의 지위가 낮고 스토아학파가 그리스 시대로부터 이어져왔으므로, 사랑을 주제로 담론을 해도 남성간의 사랑을 얘기하는 등 여성은 주체자로서 그려지지 않았던 그리스 문화의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부분 말고는 전체적으로 본인의 한계 상황에 갇혀 있지 않고 일생 사유에 정진했던 철학자의 통찰이 녹아 있어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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