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한 여행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8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강명 부부의 신혼여행 에세이 집인데 첨부터 끝까지 술술 잘 읽혔다. 그리고 소소하고 깨알같은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들, 돈 얘기, 부부간의 사소한 다툼과 이런 저런 단상이 잘 나와 있다. 두 부부의 때로는 알콩달콩 소꼽장난같은 여행담이 유머러스하였고 아껴쓰고 절약하는 모습이 풋풋하고 귀여웠다.

나는 여행을 주로 멀리 다녔고 남들 많이 가는 동남아는 시시해 거의 안 갔었다, 베트남 출장 빼고는. 하지만 에세이에서 나타난대로 보라카이의 해변이 그토록 아름답다면 나중에 한 번 가보고 싶긴 하다. 한 때 유행했던 보라카이 여행을 생생하고 자세하게 표현해서 마치 내가 다음에 여행 갈 때 시간차를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참고할 수 있을 거 같은 여행 블로그풍의 분위기였다.

무신론자인 장경명은 '돈, 육체, 정신'이 잘 갖춰져야 한다는 삼각형 행복철학과 행복의 평행우주라는 독특한 행복에 대한 시각이 있었다. 상상할 수 있는 무수한 평행우주의 나보다 지금 이 우주의 내가 더 행복하여 실재적으로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에세이 중간중간 본인이 작가로서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것도 솔직하고 코믹하게 나타났다.

이 부부는 결혼식없이 혼인신고만 하고, 아내와 본가 부모님의 사이가 안 좋은데 굳이 양쪽을 엮으려고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쓰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며 놔두고(격리), 결혼 5년만에 신혼여행을 갔다는 것이 좀 독특했다. 예전에 학창시절에는 이런 이기적인 사람도 있다 하면서 선생님들이 DINK족에 대해 안 좋은 뉘앙스로 얘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작가도 DINK족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사회가 애 키우기에 각박하기도 하고, 또 꼭 가정을 꾸려 사회 구성원을 재생산해야 뭔가 책임을 다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이 충족되도 아니고, (그 전에 결혼 혹은 비혼조차도 자기 선택이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소신을 가지고 선택하면 된다고 보기에 당당히 DINK족임을 밝히는 것도 이 작가는 이런 사람인가 보다 한다.

전체적으로 재밌었다. 여행을 통한 고리타분한 교훈이 아니라 오밀조밀한 에피소드 가운데 양념스러운 단상들이 버무려져 쉽게 잘 읽혔다. 

자기계발서의 상상력

네빌링 - 잠재의식을 변화시키는 테크닉, 네빌고다드 강의 해설서
리그파 지음 / 서른세개의계단 / 2012년 5월

미국식 씨크릿류 자기계발 강연자의 전세대인 네빌 고다드, 그의 책을 여러 권 발간한 번역자의 작품이다. 이런 책은 또 있다 ㅡ <와칭>을 읽고 그것을 전파하는 또 다른 작가의 <왓처>라든지.

무엇이든 자기가 상상하는 대로 되고 자기가 정말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느끼면 이루어진다는 것(유사 마음과학 정도 되려나?)을 설파한다.

대부분의 자기계발 강연자들은 책이나 강연으로 돈 번 것이고 자기가 책에 쓴 내용대로 자기계발해서 빌 게이츠 같은 크게 직업적으로 성공한 부자는 없다는 냉소적인 인식에 편들다가 마저 읽게 된 것은 예전에 읽다 만 것도 있고 그래도 어떤 테크닉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우리의 바램이 상상력과 믿음을 발휘하여 저 엄청난 에너지원인 잠재의식과 일치한다면 이 잠재의식이 자기의 행동과 현실 환경으로써 이뤄지게 해 준다는 것인데 ㅡ

평범한 실천으로는 매일 한 발 한 발 다가서면서 눈앞에 드러나는 현실을 체감하면서 좀더 긍정적으로 상상하게 되다보면 결국 목표로 하는건 지점과 합일을 이룬다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 소실점에 얼마나 빨리 도달할지는 결국에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믿음이 아닐까 한다.

가짜와 진짜

가짜와 진짜 - 김승옥 초단편 소설집
김승옥 지음 / 보랏빛소 / 2018년 7월

초단편 소설집이 보고 싶어 읽었다. 1960년대에 혜성같이 나타난 천재적인 소설가의 작품집이다. 재능은 출중했으나 어두웠던 시절 춥고 배고파했던 작가는 아쉽게도 한창때에 어떤 이유로 절필했다.

이 책속은 아주 짧은 작품들로 차 있어서 쉽게 빨리 읽힌다. 사물을 의인화한 소설들도 있었다. 마지막 작품으로 이 책에서 처음 공개되는 '가짜와 진짜'는 좀 어려웠다. 뉴스를 검색해 보니 뒤의 사건과 같이 앞의 사건도 실제로 있었던 일로, 경제적 요인으로 두 가족 모두 자살시도를 했으나 앞의 가족은 극빈층이 아니고 노력하면 살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 않나 싶다. 두 가지 뉴스 기사를 거의 그대로 옮겨 초단편 소설로 재구성했는데, 공산품인 남성용 변기를 그대로 전시회에 가져다 놓아 '샘'이라는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어떤 예술가가 생각났다.

잔잔하고 담백한, 중년 여성의 성장 이야기

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잔잔하고 담백한, 중년 여성의 성장 이야기인데, 스토리가 담담하게 재밌었다. 그렇게 스펙타클하지 않아도 소소하고 잔잔하게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게 신선했다. 문장이 부드럽게 쉽게 읽히고 여운도 있다.

번역가 프로필을 보니 대학 때 취미로 일본어를 한 김에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는데 대단하다 싶다 ㅡ 일본어를 몰라 검증할 수는 없지만 번역본이 매끄럽게 잘 읽혔다.

내친 김에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은데 이 작품만 번역된 거 같아 아쉽다. 나중에라도 나오면 읽어보고 싶다.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 평범한 대한민국 여자가 유럽에서 일으킨 기적
켈리 최 지음 / 다산3.0 / 2017년 10월

밑바닥까지 내려 갔다가 절치부심하고 마흔 이후에 다시 사업을 일구어 유럽에서 성공한 여성의 이야기인데, 동기부여가 많이 되는 책이다.

어려운 시절의 얘기를 지리멸렬하게 늘어놓지 않고 양념처럼 첨가하면서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는 냉철한 분석이 있어 좋았다.

활발하게 사업을 하면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고, 사장이라는 위치에서 적절하게 직원들에게 위임하면서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롱런하는 길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보여준 점이 와 닿았다. 성공한 이후에도 있었던 작은 실패를 솔직히 꺼내놓고 분석하기도 하였다.

스노우폭스 김승호 회장을 멘토로 삼긴 했는데, 비슷한 가치관을 보여준다. 먼저 김승호 회장의 도시락 사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창업한 줄 알았는데, 스스로 생각한 아이템이었고 업계에서 도움받을 사람을 찾아 일면식도 없는 김승호 회장을 무작정 찾아간 거였다. 행동력이 정말 본받을 만 하다.

크게 기대 안 했는데 생각보다 책이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