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사상 - 철학적 해석
박이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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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과 장자는 원문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는 괜한 두려움 때문에 샀던 책이다. 그런데 왜인지 읽기가 싫어서 책장에만 넣어두었다가, 우연한 기회에 꺼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예상외로, 무척 재미있다. 가독성이 있어서 집중력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장점은 철학전공자인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예 덕분에, 어렵지 않게 노장사상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헤겔, 칸트, 니체, 데카르트 등의 철학이론이나 문학가의 예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에서 한창 공부중인 하이데거, 데리다, 바디우 등등 까지 등장한다. 현란하지만, 실속있으며 차분하다. 

논리에 기대 있지 않고 직관에 기초하고 있다는 노장사상을 저자는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설명한다. 또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글을 끌고 나가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자신의 논리를 전복시키며 또 다른 논리를 전개해나가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이다. 개념화할 수 없는 노장사상을 개념화시켜 설명했기에 한계는 있지만, 노자와 장자의 텍스트를 접하고 어리둥절한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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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호 품목의 경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7
토머스 핀천 지음, 김성곤 옮김 / 민음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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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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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9
제임스 M. 케인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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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번역서. 잘라먹은 내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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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6
에밀 아자르 지음, 지정숙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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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가 없는 7층에서 창녀의 아이들을 키우는 전직 창녀였던 로자 아줌마와 창녀의 아이 중 한 명인 모모.  겉에서만 보면 이들의 이야기는 왠지 슬플 것 같고, 참담할 것 같고, 불행할 것만 같다. 그러나 모모의 시선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그 안에도 농담이 있고, 유머가 있고, 행복이 있고, 사랑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그렇단다."라고 말한 할아버지는 수치스러운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숙였다.

나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 

 그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스승인 하밀 할아버지의 대답에 울고 만 모모는 그렇지만, 그래도 사랑하면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생이고, 그래야만 생을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안 조숙한 꼬마아이이다.  

 그는 한편으론 지겹기 그지없는, 그러나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로자 아줌마를 끝까지 보살핀다. 그녀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서다. 그 정도의 행복을 누릴 자격은 그녀에게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 가운데 누가 제일 맏이냐?"

나는 그에게 늘 그렇게 하듯이 모모라고 말했다. 나는 한 번도 귀찮은 일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 

소설을 읽으면서 모모가 너무 조숙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위의 문장에 나온 것처럼 모모는 한 번도 나이에 맞게 어릴 수 없었다. 아이들의 똥을 닦아주는 뒤치닥거리를 하고, 로자 아줌마를 도왔다. 모모가 조숙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그가 한 번도 어릴 수 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생이 얼마나 잔인하고 동정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된 모모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진면목을 아는 몇 안되는 사람이다. 그것은 로자 아줌마의 진정한 사랑과, 롤라 아줌마, 왈룸바 사람들, 카츠 의사선생님, 하밀 할아버지등 그의 곁에 마음 따뜻하고 즐거운 이웃들이 존재하고 있던 덕분이다. 그 소중한 부분을 놓치지 않은 모모는 카츠 의사선생님이 말하듯 "다른 아이"인 것이다.  

< 라몽 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가기까지 했다. 감정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르튀르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므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만 한다. > 

모모는 열살에서 갑자기 네 살을 더 먹어 열 네 살이 되고나서도 생이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모모가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것은 나딘 아줌마네에 가게 되어서도, 살가운 이웃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는 생에 대한 정답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만 한다." 

그는 감정없는 우산마저도 사랑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진리를 스스로 얻어낸 아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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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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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규의 장점은 질리지 않고 진보해가는 문체에 있다. 하나의 단어를 갖고 3~4번 변주해서 치고 들어가는 솜씨는 어떤 작가도 감히 흉내내지 못할 만큼 뛰어나다. 그런데 문체라는 것은 결코 기교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어떤 시각을 갖고 있고,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나가는지가 오히려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친다.  

그러므로 박민규의 진짜 장점은 그의 날카로운 시각, 삶의 태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시의성을 지니고 있다. 낡고 촌스러운 시의성이 아니라, 어떤 세대를 거슬러서 읽어도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시의성이다. 그건 그의 통찰력과 혜안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각이야말로 생각이야말로 아무리 소설공부를 갈고 닦아도 잘 나오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표면적으로만 봤을 때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책이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모지상주의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꿈틀거리며 피어오르던 시기의  자본주의와 그것에 결부되어 더욱 잔인하게 변모한 의모지상주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 그리고 그것과는 아무것도 상관없는 청춘들의 삶과 방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만큼 텍스트에서 읽어낼 수 있는 스펙트럼이 다양한 것이다.  그러나 연재소설의 한계인지 중간부터 요한의 말이 설교처럼 길어지면서 소설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작가도 자신의 고백처럼 못생긴 여자를 사랑해본 적 없어서 그런지 연애부분만 나오면 졸릴 정도로 지루하다. 결말 또한 두가지로 열어놓고 있지만, 사실 이런 결말 스타일은 조금 식상하다.   

그러나 문장력과 주제의식만으로도 나는 이 소설에 90점 정도는 주고 싶다. 

 이렇게 끊임없이 재미있는, 논란거리가 되는, 문장이 반짝거리는 글을 펴낼 수 있는 작가가 과연 있을까.  한국문학에서 100년 후에도 계속 읽힐 작가, 독자들에게 기억될 작가를 꼽으라면 난 단연코 박민규를 뽑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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