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6
에밀 아자르 지음, 지정숙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5월
평점 :
절판


엘리베이터가 없는 7층에서 창녀의 아이들을 키우는 전직 창녀였던 로자 아줌마와 창녀의 아이 중 한 명인 모모.  겉에서만 보면 이들의 이야기는 왠지 슬플 것 같고, 참담할 것 같고, 불행할 것만 같다. 그러나 모모의 시선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그 안에도 농담이 있고, 유머가 있고, 행복이 있고, 사랑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그렇단다."라고 말한 할아버지는 수치스러운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숙였다.

나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 

 그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스승인 하밀 할아버지의 대답에 울고 만 모모는 그렇지만, 그래도 사랑하면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생이고, 그래야만 생을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안 조숙한 꼬마아이이다.  

 그는 한편으론 지겹기 그지없는, 그러나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로자 아줌마를 끝까지 보살핀다. 그녀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서다. 그 정도의 행복을 누릴 자격은 그녀에게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 가운데 누가 제일 맏이냐?"

나는 그에게 늘 그렇게 하듯이 모모라고 말했다. 나는 한 번도 귀찮은 일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 

소설을 읽으면서 모모가 너무 조숙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위의 문장에 나온 것처럼 모모는 한 번도 나이에 맞게 어릴 수 없었다. 아이들의 똥을 닦아주는 뒤치닥거리를 하고, 로자 아줌마를 도왔다. 모모가 조숙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그가 한 번도 어릴 수 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생이 얼마나 잔인하고 동정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된 모모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진면목을 아는 몇 안되는 사람이다. 그것은 로자 아줌마의 진정한 사랑과, 롤라 아줌마, 왈룸바 사람들, 카츠 의사선생님, 하밀 할아버지등 그의 곁에 마음 따뜻하고 즐거운 이웃들이 존재하고 있던 덕분이다. 그 소중한 부분을 놓치지 않은 모모는 카츠 의사선생님이 말하듯 "다른 아이"인 것이다.  

< 라몽 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가기까지 했다. 감정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르튀르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므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만 한다. > 

모모는 열살에서 갑자기 네 살을 더 먹어 열 네 살이 되고나서도 생이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모모가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것은 나딘 아줌마네에 가게 되어서도, 살가운 이웃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는 생에 대한 정답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만 한다." 

그는 감정없는 우산마저도 사랑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진리를 스스로 얻어낸 아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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