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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하우스
전지영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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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영 작가님의 첫 소설집 『타운하우스』서평단 리뷰를 남깁니다. 전지영 작가님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신춘문예 당선소식이 막 들려오던 때였어요. 2023년 한국일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에 당선되었다는 말에 아직 나오지 않은 첫 소설집이 기대가 되기 시작했는데요. 불과 등단 1년 여만에 젊은작가상 수상 그리고 첫 번째 소설집까지 나오다니 정말 놀라웠습니다. 


『타운하우스』에는 신춘문예 당선작인 「쥐」,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과 함께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언캐니 밸리」도 함께 수록되어 있답니다. 표지에서부터 알 수 있듯, 소설집 속 작품들은 모두 '겉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어딘가 천천히 균열이 가기 시작한' 일상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애써 일상의 균열을 외면하거나 불안해하는 인물들이 작품 전반에 걸쳐 나오고 있지요. 전체적으로 문장이 간결하고 명확해서 속도감 있게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캐릭터가 말하고 움직이는 공간적 배경을 밀도 있는 묘사로 층층이 쌓아 나가는 방식 역시 좋았습니다.


저는 소설집에 수록되어 있는 여덟 작품 중에 '학폭'을 소재로 한 「말의 눈」과 부대 내 사건 은폐를 다룬「쥐」가 마음에 들었어요.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그들의 부모, 부대 내 사건 은폐에 가담한 남편과 그의 아내 등 미묘하고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집요하고도 세밀하게 풀어낸 작품이었어요. 특히 제주에 위치한 타운하우스를 배경으로 차분하게 풀어낸 「말의 눈」을 보면, 작가가 얼마나 인물 내면을 깊이 응시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타운하우스 단지에 서 있는 수연의 모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고요.


"내면에서 고요하게 폭발하는 긴장과 불안의 하모니"라는 카피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작품은 또 없다는 생각도 한편으로 들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지면에서 만나게 될 전지영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더욱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한국 단편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 또 시의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호하시는 분들이라면 전지영 작가님의 

『타운하우스』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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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둘 수 없는 마음 - 10년 차 청소부, 진로 고민은 영원히
김가지(김예지) 지음 / 책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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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좋은 기회로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김가지 작가님의 그림에세이 『그만둘 수 없는 마음』을 읽었습니다. 이미 많은 독자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님이지만, 저는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요. 청소부로 일하며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강연가 등 여러 일을 병행하고 계시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참 흥미롭게 다가오더라고요. 학부 때부터 줄곧 같은 것을 공부하고 직업 역시 전공과 연결된 것을 선택한 저에게는 더욱 멋지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서른 살쯤 되면 뭔가 삶의 방향이 어느 정도 잡히지 않을까, 어릴 때보다 덜 흔들리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삶은 어렵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고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그중에서도 '나는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가 가장 오래된 질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N잡러의 삶을 살아가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어쩌면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참 어렵고 막막하고 희미한 무언가가 아닐까 싶어지더라고요.


"나에겐 두 개의 자아가 있다. 청소일 할 때의 나, 작가일 할 때의 나."


저 역시도 편집자로 일할 때와 평상시 모습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일을 할 때는 평소보다 훨씬 예민해지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어떤 한 직업이 그 사람을 온전히 대변해 줄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만둘 수 없는 마음』은 이런저런 일을 병행하며 끊임없이 고민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에세이입니다. 작가 자신을 비롯해 타인의 일하는 모습을 비춰 보며 '삶이란 어떤 것일까' 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질문을 던져 주는 에세이였지요. 연말이 다가올수록 이번 한 해를 나는 어떻게 살았지? 돌아보는 순간이 잦아지는데요. 이럴 때 따뜻한 그림과 함께 진중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그만둘 수 없는 마음』 같은 에세이가 참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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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당한 집 - 제4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최수진 지음 / 사계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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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점거당한 집을 읽었습니다. 장편이 아닌 단편소설집으로 수상한 것은 처음이라고 하지만, 세 편의 단편 모두 원전사고가 일어난 뒤의 근미래의 사회를 공유하고 있어 마치 하나의 연작소설처럼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2031년 원전사고가 벌어진 후,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과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각각의 공간(광주, 용인, 경주)을 경유하며 펼쳐지는데요. 갑작스럽게 찾아온 재난 앞에서 시민들은 상처로 얼룩진 역사를 떠올리며 서로를 돌보고 또 의지합니다. 특히 첫 번째 소설인 길 위의 희망이 가장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는데요. 아마도 공간적인 배경이 되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 전남도청 건물을 보존한 채, 현재 광주광역시의 대표적인 문화 시설이자 랜드마크가 된 이곳은 그 자체로 과거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소설은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을 점거한 시위대에 취재를 위해 합류한 가 겪어 내는 보름간의 일을 다루고 있는데요. 우연히 시위대에 합류한 한인 2세 찬란 씨와 취재를 위해 시위대에 들어온 ’. 언뜻 보기엔 공통점이 전혀 없을 것 같지만 둘은 시위대에서 유일하게 광주 시민이 아닌 존재입니다.

시위대와 함께하면서 한 명의 시민으로 철저히 무력하다는 깨달음을 온전히 겪게 되고, 작가는 를 비롯해 그와 시위대에 합류해 함께 생활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한 명 한 명 조명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1980년대 역사 속 한 컷에 들어 있는 수많은 이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분명 2036년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서도 머릿속에서는 1980년대의 이야기로 읽힙니다. 정소현 작가님의 심사평처럼, 이 소설은 근미래에 벌어진 가상의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독자들은 이 지점에서 애도를 느끼게 됩니다. 이런 묘한 읽기가 지속되며 그동안 수많은 예술 작품으로 재현되었던 1980년대의 광주가, 이제는 조금 뻔한 방식으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 내심 그렇게 생각했던 광주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명의 독자로서 이러한 새로운 경험을 안겨 주는 작가는 언제나 반갑고 감사한 존재 아닐까요?

 

독보적인 작법으로 우리 사회에 진지한 문제의식을 던진 작가, 박지리의 뜻을 이어 한국 문단에 새로운 실험이 될 작품을 꾸준히 발굴해 오고 있는 박지리문학상. 그 수상작에 걸맞은 작품이라는 생각은 책을 완독하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그 순간부터 찾아들었습니다. 덧붙여 앞으로 최수진 작가님의 새로운 작품들이 남몰래 기대되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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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봄
이인애 지음 / &(앤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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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 선애와 다운증후군 연아 씨가 어딘가에 꼭 살고 있을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간 이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 세상이 꼭 오기를 바라게 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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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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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나 육아는 나에게는 굉장히 멀게만 느껴지는 단어였다. 하지만 이 단어들이 부쩍 가까이 느껴졌던 때가 있었는데, 바로 첫 조카가 태어났을 때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조금 쉬면서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나는 본가로 내려가 두어 달 지내게 되었다. 마침 첫 조카가 태어난지 반년 정도 되었을 무렵이었는데, 일을 하는 이모들이나 친척언니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 줄 가족은 자연스럽게 내가 되었다. 점심을 먹고 조카와 단둘이 집에 남아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왠지 설레기도 하고 또 잘 돌봐 줘야겠다는 나름의 야심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도 하루이틀이 지나자 절규로 변해 버렸다. 왜 우는지 이유도 알려 주지 않은 채 조카는 시도 때도 없이 울어 댔고, 나는 아이의 머리 위에서 딸랑이를 흔들어 보이거나 어설픈 폼으로 안아서 얼러 보았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죽어도 육아는 못 하는 사람이구나!


운이 좋게도 래빗홀클럽 1기에 선정되어 이경 작가의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안의 단 편 두 편을 먼저 읽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한 장 한 장 아껴 읽으면서 문득 조카를 돌보던 그때가 떠올랐다. 물론 실제 육아를 하는 것과 낮에만 잠깐 아이를 돌보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괴롭고 힘들었던 경험이 되었다.


단편 속 주인공처럼 누가 단숨에 아이와 나를 싣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가는 동안 아이와 나를 동시에 케어해 주면서) 데려다준다니, 이런 달콤한 제안이 또 있을까? '황새'에 올라탄 뒤에야 편히 쉴 수 있었던 주인공을 보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더불어 현실 속의 '황새'가 간절할 모든 엄마들도 함께 떠올랐다.


이경 작가의 단편을 읽고 오랜만에 친척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는 어느덧 초등학생이 된 조카가 대신 전화를 받았다. "잠깐 엄마 바꾸지 말고 내 말 들어 봐. 너 어릴 때 얼마나 울어 댔는지 기억하니?" 그렇게 말하자 조카는 대수롭지 않게 "응, 알지." 하며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세상에! 친척언니가 전화를 받았고 남자애라 그런가 벌써부터 무뚝뚝하다며 장난 섞인 말을 건넸다. 그리고 곧 책을 한 권 선물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언니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떠오르는 소설 한 권을 만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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