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진화론 - 세상을 바꿀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다
우메다 모치오 지음, 이우광 옮김 / 재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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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 바뀌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를 연상케하는 인터넷 버블이 '빵!' 소리를 내며 터지고 허황된 신기루에 대한 갈증이 가실 무렵,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방법으로 웹은 진화를 거듭하며 현실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상계에서 질펀하게 판을 벌이는 기업은 구글, 아마존, 이베이 등... 소위 웹 2.0 시대를 견인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실리콘 밸리와 일본을 넘나들며 컨설턴트, 사외이사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는 웹의 태동에서부터 버블시대, 버블붕괴시대를 거쳐 '진짜' 웹 기업이 탄생하는 과정을 눈 앞에서 지켜봤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변혁의 시대에는 버블이 존재했다. 전에 없던 신기술이 태동할 때는 성급한 대중의 환호와 열광에 힘입어 주체할 수 없는 버블이 생겨난다. 저자의 말로는 신기술이 도입된 후 그 신기술이 인프라를 형성하는데는 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버블이 꺼지고 대중의 환호가 한숨으로 변하면서 신기술은 10년의 세월동안 깊이 침잠하며 내적 에너지를 축적한다 . 그리고 대중이 기대했던 새로운 사회는 그 10년의 잉태기간을 거쳐 세상에 나타난다. 철도혁명, 자동차혁명이 그랬고 가장 최근에는 컴퓨터혁명이 그 전철을 밟았다. 그리고 바로 오늘 이시대, 바로 웹혁명이 또다시 역사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저자는 웹혁명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을 몇가지로 말하고 있다. 첫째, 바로 인터넷 혁명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는 혁명적인 요소가 없다. 그런데 무한대로 여겨도 될 만한 다수의 사람들이 인터넷 세상 '저 편'(정보가 통합 관리되는 대형 기업의 정보시스템)에 자신의 관심사와 지식을 저장해놓을 때 그것은 혁명적인 변화로 발전할 수 있있는 기회가 된다. 해당 기업은 신(神)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이는 역사 이래 전무후무한 일이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를 꿰뚫을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위험성과 가능성이 공존한다.  둘째, cheap혁명이라 할 수 있는 비용절감의 혁명이다. 구글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30만대의 서버를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 cheap혁명의 도움이 없었다면 OS와 시스템, 기타 소프트웨어의 비용문제 때문에 구글같은 기업은 나타날 수 없었을 것이다. 디스크 용량과 메모리 용량, 그리고 네트워크 트래픽 사용량은 갈수록 그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더불어 OS와 응용소프트웨어조차 '오픈소스'의 물결에 힘입어 거의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과거 기업들의 핵심 소스라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이제는 맘만 먹으면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가져올 수 있다.  

웹은 개방의 물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구글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자신의 발 아래서 재편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과거 기득권층이 꼭꼭 숨겨뒀던 가치있는 정보들을 모두 까발린다. 심지어는 세상의 모든 도서관의 자료들을 스캔해서 웹에 공개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자신의 핵심 기능조차도 일정부분 오픈한다. 구글맵을 외부에서 제어할 수 있는 API를 개방함으로써 구글맵을 자신의 사업으로 연결시키려는 젊은 기업가들의 욕구를 부채질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구글, 아마존 등의 핵심 인프라를 이용하여 또다른 사업을 추진하는 매쉬업이 성행하고 있다. 웹을 모르는 사람은 찻잔속의 폭풍일 뿐이라고 애써 무시하려들지만 세계는 서서히 구글 등의 웹 2.0 기업에 의해 새롭게 재편되는 경쟁 체제로 돌입해가고 있다. 

현재, 세계 최고의 이익을 올리고 있는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 웹 2.0 기업 축에 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대부분의 수익은 '인터넷의 이쪽편'에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 OS, 개발툴은 MS의 대표적인 캐쉬카우인데 이는 인터넷 혁명과는 무관하게 사용자 PC차원에만 머무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제 MS의 시대는 점점 가고 구글의 시대가 온다. 구글은 '인터넷 저쪽편'을 끊임없이 확장해가고 있다. 현대인의 필수품이랄 수 있는 검색, 개인 맞춤형 웹페이지, 심지어는 오피스 툴과 OS까지 MS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웹이 진화하면서 시장의 룰이 바꼈기 때문에 자연스런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10년동안 구글의 아성은 절대로 깨지지 않을까? 저자는 조심스레 또다른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구글은 발상의 방식에서 인터넷의 '저쪽편'에 큰 무게를 뒀지만 여전히 불특정다수에 대한 신뢰면에 있어서는 낙제점이다. 예를 들어 리눅스 개발 프로젝트나 위키피디아의 경우는 불특정다수를 극단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의 지혜가 모여서 Great wisdom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신뢰는 웹 2.0 사회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구글은 여전히 대중을 극단적으로 신뢰하는데까지 이르지 못했다. 채용하는 사람들만 봐도 극단적인 엘리트주의를 추구한다. 저자는 2가지 팩터 즉, 인터넷 저편에 완전한 무게중심을 두고 불특정 다수를 극단적으로 신뢰함으로써 업계를 재편할 수 있는 제 2의 구글을 기대하고 있다. 그게 진정한 웹 2.0 세상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책을 읽고나니 인터넷의 태동에서부터 웹혁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아주 잘 요약해놓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진정한 웹 혁명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까지 적절히 잘 다뤘다. 기술적인 입장에서는 아주 훌륭한 책이다. 여기에 웹 혁명이 갖는 사회과학적인 의미, 역사 발전적인 의미, 인간 심리학적인 의미까지 아우를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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