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학교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은 이것 저것 구경할 것이 많았다. 특히 집을 짓는 곳이 있으면 꼭 서서 오랫동안 구경을 했다. 그 때는 기계의 힘을 빌리기보다는 거의 모든 공정이 사람의 손으로 해결할 때였다.
차가 와서 모래를 바닥에 쏟아 내리면 사람들은 삽으로 모래를 한 삽씩 떠서 체로 일일이 굵은 돌들을 골라내는 일을 했다.
어떤 때는 촘촘한 망을 쓰기도 했고 어떤 때는 성근 체로 흔들흔들 모래를 내렸다. 바닥에 수북이 모래가 쌓이면 다시 한 짐씩 등에 매고 아저씨들은 열심히 모래를 옮겼다.
유독 사물의 투명성을 읽으며 나의 체가 성글다는 생각을 했다. 읽는데 그냥 나의 체에서 다 빠져나가 버리는 느낌이다. 아직 이런 책을 읽을 준비가 안된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반복한다면 나의 성근 체에서 빠져나간 모래들이 다시 나의 모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