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제목이 좋고 표지가 꽂히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읽고 싶던 책이었다.딱 한 권 남은 대출 한도에 갈등하다가 <호프리스>를 빌려 왔고 자연스레 뒤로 밀린 책을 한 주 뒤에 처음으로 집어들었다.이번 주는 날씨 탓인지 아무 것도 하기 싫어서 손에 책이 잡히지 않아 2주에서 겨우 3일 남겨두고서야 읽기 시작했다.고민도 없이 내키는 대로 바로 바로 고른 책들이었는데 생각만큼의 기대는 아니었는지 손이 안 갔다.이 책 역시 궁금하긴 했으나 사실 그렇게 읽고 싶지 않았는 지도 모르겠다.책은 테드, 릴리, 미란다, 브래드 네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넷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이들의 사각관계는 애정보다는 살인에 얽혀있다.남들보다 이르거나 적절한 그 때 이들의 인생에 갑자기 살인이 끼어든다.살의를 느끼고 살인을 행하는 과정,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나 처리 방법 같은 것들이 네 명의 주인공의 생각과 함께 죽 흘러나온다.그런 이유로 살인을 하는 것에 동조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가는 길에는 무리 없이 동행하게 된다.분명 살인자인데 동정하게 되고 똑같은 살인자인데 둘 중 한 사람 편을 들게 되는 건 놀랍다.특히 릴리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주 태연한 어찌보면 싸이코패스인데 살인이라는 걸 밥 한 끼 먹자 처럼 너무나도 가볍게 생각하는 게 신기하다.다른 살인자들처럼 희열을 느끼거나 초조해하거나 당위성을 부여한다거나 그런 일은 전혀 없는, 뭐랄까 살인자의 특성을 깨는 인물이었는데 종반부에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건 목격자를 지운다는 점에서 역시 전형적인 살인자의 모습이라 조금 시시했다.그리고 끝으로 갈수록 캐릭터는 붕괴되어 그리 똑똑해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감으로 모든 거짓말을 꿰뚫어보고 진실에 다가가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역자 후기에서는 열린 결말을 암시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절대 완전 범죄가 아니었다는 결말이라고 생각되는 건 그 종결 부분의 진행방식 때문이다.시체만 발견되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나 빨리 나갈 거라는 말은 언제나 이런 이야기에선 아주 큰 복선이다.결국 모든 것은 밝혀지겠지.완전한 허구가 아닌 소설을 본 느낌이라 묘하다.어제 읽은 <휘>에서 작가의 ‘소설은 진실을 담은 거짓말‘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르는 책이다.재밌는 외국 소설은 꼭 <미비포유>와 연결된다.전혀 비슷하지 않은데 그 느낌이 다 너무 비슷하게 다가온다.눈 앞에 그려지는 그 분위기와 그 풍경, 그게 아마 내 취향이겠지.영화화도 확정되었다는 것 같은데 이미 눈 앞에 생생한 캐릭터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꽤 재밌을 것 같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