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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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목이 좋고 표지가 꽂히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읽고 싶던 책이었다.
딱 한 권 남은 대출 한도에 갈등하다가 <호프리스>를 빌려 왔고 자연스레 뒤로 밀린 책을 한 주 뒤에 처음으로 집어들었다.
이번 주는 날씨 탓인지 아무 것도 하기 싫어서 손에 책이 잡히지 않아 2주에서 겨우 3일 남겨두고서야 읽기 시작했다.
고민도 없이 내키는 대로 바로 바로 고른 책들이었는데 생각만큼의 기대는 아니었는지 손이 안 갔다.
이 책 역시 궁금하긴 했으나 사실 그렇게 읽고 싶지 않았는 지도 모르겠다.

책은 테드, 릴리, 미란다, 브래드 네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넷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이들의 사각관계는 애정보다는 살인에 얽혀있다.
남들보다 이르거나 적절한 그 때 이들의 인생에 갑자기 살인이 끼어든다.
살의를 느끼고 살인을 행하는 과정,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나 처리 방법 같은 것들이 네 명의 주인공의 생각과 함께 죽 흘러나온다.
그런 이유로 살인을 하는 것에 동조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가는 길에는 무리 없이 동행하게 된다.
분명 살인자인데 동정하게 되고 똑같은 살인자인데 둘 중 한 사람 편을 들게 되는 건 놀랍다.
특히 릴리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주 태연한 어찌보면 싸이코패스인데 살인이라는 걸 밥 한 끼 먹자 처럼 너무나도 가볍게 생각하는 게 신기하다.
다른 살인자들처럼 희열을 느끼거나 초조해하거나 당위성을 부여한다거나 그런 일은 전혀 없는, 뭐랄까 살인자의 특성을 깨는 인물이었는데 종반부에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건 목격자를 지운다는 점에서 역시 전형적인 살인자의 모습이라 조금 시시했다.
그리고 끝으로 갈수록 캐릭터는 붕괴되어 그리 똑똑해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감으로 모든 거짓말을 꿰뚫어보고 진실에 다가가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역자 후기에서는 열린 결말을 암시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절대 완전 범죄가 아니었다는 결말이라고 생각되는 건 그 종결 부분의 진행방식 때문이다.
시체만 발견되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나 빨리 나갈 거라는 말은 언제나 이런 이야기에선 아주 큰 복선이다.
결국 모든 것은 밝혀지겠지.

완전한 허구가 아닌 소설을 본 느낌이라 묘하다.
어제 읽은 <휘>에서 작가의 ‘소설은 진실을 담은 거짓말‘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르는 책이다.
재밌는 외국 소설은 꼭 <미비포유>와 연결된다.
전혀 비슷하지 않은데 그 느낌이 다 너무 비슷하게 다가온다.
눈 앞에 그려지는 그 분위기와 그 풍경, 그게 아마 내 취향이겠지.
영화화도 확정되었다는 것 같은데 이미 눈 앞에 생생한 캐릭터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꽤 재밌을 것 같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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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7-07-26 0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읽는 장르의 책이 아닌데도 휘(?)님 리뷰 읽고 나니 궁금해집니다. 그나저나 제가 한자를 잘 몰라서 사전을 뒤져서 읽은 건데 빛날 휘가 맞는지요...

2017-07-26 11:23   좋아요 1 | URL
빛날 휘 맞아요^^ 책은 무조건 추천까진 아니지만 괜찮았어요! 시간 괜찮으시면 읽으셔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