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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하기 기이하고 이상한 신드롬의 세계 <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 (공감0 댓글0 먼댓글0)
<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
2024-12-12
북마크하기 넌 혼자가 아니야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공감0 댓글0 먼댓글0)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2024-12-11
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 YA! 28
강지영 외 지음 / 이지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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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 이지북




'신드롬'에 관한 앤솔로지 작품집이 출간되었다.

<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는 동시대를 관통하는 유행부터 미래에 다가올 유행을 예측하는 세태소설 5편을 담고 있다. 숏폼, 포켓몬빵 등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열풍을 일으킨 유행을 미래 시대에 맞추어 각색한 이야기부터 연애, 선택지, 회피형 같은 신드롬을 담은 이야기들이다. 기이한 신드롬과 그 여파에 놀라움,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근미래에 마주할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한때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에게 세금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어 SNS 상 활발한 의견이 오갔던 기억이 난다.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배예람 작가의 <사랑보다 까눌레>는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을 국가에서 중점 관리하며 일정 기간 경과 시 고위험군 장기연애 휴식자가 되어 '연애 휴식세'를 납부하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사랑의 개념을 단순화시켜 연애에 국한시킨 사회에서 타인에게 가슴이 설레거나, 심장이 쿵쿵 뛰거나 하는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 '주영'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사랑을 하지 않는 건 죄악'이라는 세계에서 '외롭지만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라 말하는 그는 진실되고 용감한 사람이다. 사랑하려고 애쓰는 스스로가 역겨웠다는 고백에 눈길이 머물렀다. 사회가 원하는 대로 연애를 하며 살아갈 수도 있었을 텐데 억지로 '기준'안으로 들어가려 애쓰는 자신을 역겨워했다. 어쩌면 주영은 '사랑'을 남들보다 더 넓고 크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나 싶었다. 가족을, 친구를, 까눌레를, 유난히 파란 하늘을, 음악을, 밴드가 합주하는 중 실수로 음이 튀는 순간마저 사랑하는 그가 어찌 사랑하지 않는다고 사회는 단언할까. 새하얀 것들에 대한 주영의 부담이, 살아가는 내내 느꼈던 억압, 부당함이 자신을 얼룩으로 규정하게까지 만들었다. 보라색 관리인이 그 억압을 무너뜨리기 전까지는.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갈 주영을 응원한다. 외롭더라도, 부서지더라도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표제작인 민지형 작가의 <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는 우리 사회의 숏폼 열풍을 담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숏츠, 릴스 등 짧은 영상이 전부인 숏폼에 빠져들고 있다. 그렇기에 미래 학교에서 '쇼츠'처럼 짧은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기술과 노하우를 가르치는 설정의 이야기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이미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터라 어떻게 풀어나갈까 관심이 갔다. 인플루언서가 모범생인 시대에 일등 이수가 계정을 관리하지 않는 꼴찌 정원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려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기술의 발달로 '시간'이 남아돌아서 계정을 운영하는 시대에 '시간을 보낸다'는 정원의 생각은 이수에게는 물음표로 다가왔다. 태어났을 때부터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게 당연했던 이수는 정원 덕분에 고개를 돌려 새로운 시선을 감각하게 된다. 익숙한 자신의 세계와는 다른 낯선 감정들을 선사하는 정원과의 시간이 감각적인 문체로 펼쳐진다. '화면' 속 짧은 인생에서 서서히 벗어날 이수의 다음 시간이 기다려진다. 




최세은 작가의 <오차범위는 작게>와 강지영 작가의 <1나노그램만큼 사랑해> 소설은 독특한 시각으로 미래의 신드롬을 예측했다. 

생체 렌즈나 안경을 통해서 선택지를 보여주는 세상을 그린 <오차범위는 작게> 이야기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질문과 선택지들을 제시하는 알고리즘의 숨겨진 이면을 꿰뚫는다. 




선택은 그 사람이 알아서 결정하는 거야. 

선택지를 보고 고르는 게 아니라.




<1나노그램만큼 사랑해>는 이 앤솔로지 작품들 중 가장 개성 넘치는 소설이다. 강지영 작가가 그려낸 세계는 매번 놀라움을 선사한다. 




회피형 인간 98점이라는 주인공 '탁효림'이 자신의 행복을 획득하기 위해 벌이는 분투기로, 관심받기를 좋아하는 욕망형 인간인 엄마에게 벗어나고자 애쓰는 이야기다. 서로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들이 범상치 않다. '회피형 신드롬'의 일부분일 테지만, 괜스레 서늘해지는 이야기였다. 




<시크릿 캔디>는 몇 년 전 한반도를 강타한 포켓몬빵 열풍을 떠오르게 했다. 양은애 작가는 그 열풍을 '차별'과 '분열'이라는 측면에서 호소력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유행'을 맹목적으로 좇는 현대인들의 몰개성 그리고 그로 인한 분열과 갈등, 불합리한 이득 추구를 '중학교'라는 작은 축소 사회에서 예리하게 담아내고 있다. 정부는 여러 정책들로 사회적 혼란을 해결하고자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었다. 



유행은 어떤 것으로든 시작될 것이고

차별은 바뀌어서 나타날 것








신드롬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겨주는 앤솔로지였다. 남들이 좋아한다고, 다 한다고 해서 당연하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어느새 유행을 따라가는 내 모습을 들킨 듯해서 뜨끔하였다. 자신을 잃지 않고, 부정하지 않고, 무게중심을 잘 잡으며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시대다. 유행에 민감한 우리 아이들이 읽어보고 함께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책 <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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