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커피일 뿐이야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2
이선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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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커피일 뿐이야/ 이선주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상실은 성인에게도 큰 상처를 준다.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남은 이들끼리 떠나보낸 이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 이야기하면서 감정을 토해내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쉽지 않다. 죽음, 상실로 인한 슬픔, 고통을 같이 나누는 것을 어려워한다. 더 슬플까 봐……, 더 아플까 봐……, 더 힘들까 봐. 이런 장애물들이 상처를 드러내는 행위를 망설이고 꺼리게 한다. 하지만 안으로 안으로 삼키기만 한 상처는 곪을 뿐이다. 되려 독소가 되어 자신을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힘들게 한다.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상처를 내보일 수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강산의 이야기에 마음이 찡해지는 이유이다.

 


 

 

 

[단지 커피일 뿐이야] 주인공 강산은 평범한 가정에서 부모와 여동생과 함께 생활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이 상처가 아물기도 전인 1년 만에 엄마가 재혼을 했다, 아빠의 단골 카페 사장이랑.

 

아직 아빠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집에 낯선 남자가 들어오고, 커피 냄새가 퍼져나갔다. 산이는 커피 냄새가 불쾌하고 역겨웠다.

 

예전에 비해 다양한 가족 형태를 만날 수 있다. 강산의 재혼가정도 그렇다. 초혼의 남성과 재혼의 여성 그리고 여성의 두 자녀가 결합한 가정이다. 주위에 남 말 하기 좋아하는 이들의 타깃이 되기에 딱이다. 안타깝지만 남의 일은 구경거리요 이야깃거리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억측들이 쏟아지고, 생명을 지닌 듯 커져간다. 드디어 산이에게도 그 억측의 줄기가 톡! 도착했다.

 


고등학생 2학년, 신체는 거의 다 자랐다 하더라도 정신적인 면은 자라는 중이다. 그런 아이에게 연달아 찾아온 아빠의 죽음, 엄마의 재혼은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납득하고자 노력하는 산이의 고투가 이해가 되고 안쓰러웠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진행된 일들이 자신의 삶을 뒤흔들고 있으니 얼마나 당황스럽고 화나고 싫을 것인가. 그리고 아빠와의 마지막 기억으로 자신을 미워하고 있는 산이에게는 더욱더 큰 고통일 것이다.

 

아빠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산이가 주위의 도움으로 갑작스러운 엄마의 재혼을 파헤쳐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참 가슴 시렸다. 산이가 가여워 눈시울이 붉어졌다.

진실은 이미 산이도 알고 있었기에 왜?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산이에게 엄마도, 새아빠 브랜든도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인다. 산이가 힘들다 SOS 구조요청을 보냈기에 늦었지만, 서로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재혼의 이유였다. 엄마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처음부터 이런 시간을 가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들지만, 

내 생각도 산이의 생각과 같다.

우리는 좀 더 빨리 이런 시간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지금도 너무 늦진 않은 거겠지, 그렇게 믿고 싶었다.

 


 

 

 


브랜든의 시선에 눈길이 머물렸다.

"커피 냄새 같은 걸 늘 가지고 다니는 게 인생 같더라고. 그건 절대 없어지지 않아. 없어진 것 같더라도 조금만 방심하면 뒤에서 슬쩍 나타나서 나 여깄어, 하는 거지."

 

강산의 커피 냄새에 대한 불쾌한 반응은 엄마의 갑작스러운 재혼으로 생겨냈다. 폭풍우를 견뎌낸 강산과 가족들은 이제 일상을 보낸다. 시간과 제대로 된 설명이 있었다면 강산에게 커피 냄새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강산은 커피 냄새를 맡고 속이 울렁거릴 때마다 아빠를 떠올릴 것이다. 아빠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자신의 방식이다. 어느 순간 커피 냄새에 아무렇지 않게 된다면 아빠를 온전히 떠나보낸 것이니 그냥 받아들일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일,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일에 대해 청소년 주인공이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다. [단지 커피일 뿐이야] 청소년 추천 도서를 많은 청소년들이 읽고 힘을 얻기를 바란다.

 


나를 미워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구나.

나와의 추억을, 시간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구나.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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