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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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복잡하고 독특한 존재다. 혈연과 호적으로 엮였어도 남보다 못한 사이가 있는가 하면 연결고리 하나 존재하지 않아도 끈끈한 정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상한 정상가족>은 그런 가족간 관계를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훈육을 빙자한 폭력이 정말로 '사랑의 매'라는 이름 하에 용인될 수 있는지, 가족주의의 이데올로기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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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 교양으로 읽는 마약 세계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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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멀지만 그렇다고 처음 들어보는 대상은 아닌, 그런 기이한 존재라 생각한다. 한국은 마약 소지는 물론 허가된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당연하게도) 섭취나 복용을 엄격하게 금하는 나라다. 이 책은 마약의 역사와 일대기를 다룬다.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마약 이야기를 다루면서 우리가 이 이야기에서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지 말하고 있다. 무겁고 어두운 것이 아닌 가볍지만 자세하게 서술되어 읽는 것도 술술 읽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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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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늣겨곰 바라메
이슬 발갼 다라리
흰 구룸 조초 떠 간 언저레
모래 가른 믈서리여희
기랑의 즈지올시 수프리야.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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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간에 한번 쯤은 들어봤을 '찬기파랑가'의 일부 내용이다.익명의 화랑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쓴 이 시조는 '기파랑'이라는 화랑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대략 '기파랑의 높은 기상과 기개는 하늘의 달도 존경할 정도이며 성품도 온화하고 고결하다'며 그를 따르고 싶는 내용이다. 기파랑이 화랑의 우두머리라는 설이 존재하고 추모시의 형식이라 좋은 말만 썼다 쳐도 이렇게 낯간지러울 정도의 찬양을 주저없이 내뱉을 정도면 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현재의 우리로써는 알 길이 없으니 추측만 할 뿐이다.

'기파'는 '찬기파랑가'를 새롭게 다시 쓴 소설이다. 특이하게도 고전소설에 SF라는 독특한 조합이 눈에 띄는 글이다. 2071년, 초호화 우주 비행선 오르카호가 난파되고 그 안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의사 '기파'는 열풍에 가까운 대중의 지지를 얻는다. 우주 택배업 일을 하는 충담은 업무 도중 난파된 오르카 호를 발견하게 된다. 기파를 구하면 사례금을 지급한다는 말을 기억한 그는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기파를 구하려 하지만 그 순간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게 된다.

읽는 동안에는 오히려 '찬기파랑가'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다. 굳이 따져본다면 '기파'가 시조 속의 '기파랑'일테고 열광하는 대중들이 '기파랑을 찬양하는 익명의 화랑(들)'일 것이다. 소설 속 시점으로 찬기파랑가를 재해석한다면 저 멀리서 기파랑을 흠숭하던 화랑(들)이 찬양조의 시를 지은 것이라 해도 맞을 것이다. '찬기파랑가'와 소설 '기파'의 차이는 숭배하는 대상의 실체를 보여주는지의 여부라 생각한다. '찬기파랑가'는 끝까지 찬양으로 시작해 찬양으로 막을 내린다. 우리는 오로지 쓰여진 글을 통해서만 기파랑 이라는 인물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기파는 충담 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그토록 찬양받는 이의 민낯을 보여준다. 마냥 찬양으로 끝나지 않는 점이 기파와 찬기파랑가의 큰 차이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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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대니얼 월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동아시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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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라는 제목의 미디어는 사실 소설보다 영화가 더 익숙한 작품이다.팀 버튼 감독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라 취향이 맞는 사람들은 한번쯤 봤을 영화 중 하나라 생각한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제목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품은 그만큼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있는 편이다.

이 소설이 한국에 번역, 출간되는 시기는 동명의 뮤지컬이 막을 올리는 시기와 비슷하다.(당연한 이야기지만 원작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이다)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인지라 뮤지컬이 그 독특한 상상력을 어떻게 구현했을지 기대된다.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비틀쥬스 등 기묘한 상상력을 톡 튀는 영화로 표현한 수작이라 감히 칭할 수 있다.

소설은 아들인 윌리엄에게 아버지 에드워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큰 틀이다. '자녀가 부모의 과거에 대해 알아가며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흔한 플롯이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인어,마녀,거인 등 동화 속에 나오는 대상들을 자신의 경험담의 일부로 소개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문다. 윌리엄은 그 이야기를 믿지 못하지만 제 3의 시선으로 보는 독자들은 화려함과 독특함에 저절로 넋을 잃게 된다. 글을 읽다보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다는 착각까지 일어난다. 이런 독특한 구조 속에서 결국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결말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굉장히 짜임새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미를 위해 스포를 할 수는 없지만 이야기의 종착지에 다다를 수록 흡입력이 높아지고 내가 윌리엄이 된 것 같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다.

다양한 미디어로 재탄생하는 작품일 수록 완성도가 높고 인지도가 있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빅 피쉬는 소설을 기반으로 해 영화로 제작되었고 이번에는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그만큼 이 소설이 자극적인 소재만을 추구하지 않고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이야기라는 의미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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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서평을 쓰고 있는데 이 책이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SF 장르로써는 처음 내딛는 성과라 알고 있는데, 정말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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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볼 수 있는 별, 즉 하늘에 떠있는 별들은 사실 먼 과거의 별들이 남긴 빛이라 한다. 빛이 지구까지 다다르는 시간이 꽤 걸려서 우리가 반짝거리는 밤하늘을 보고 있을 때 사실 그 별은 이미 없어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밤하늘이 굉장히 덧없을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반짝이는 별을 사랑한다. 단순히 아름답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하 '우빛속')'은 신성처럼 등장한 소설가 '김초엽'의 첫번째 단행본이다. SF 소설계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언급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책 내부에 실린 소설들은 각자의 빛을 발하되 힘을 잃지 않는다. 단편 모음집 형식의 단행본은 자칫 유명한 단편 하나만 흥미를 끌고 나머지는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책의 제목이 된 '우빛속'을 포함, '관내분실', '나의 우주 여행에 관하여',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등 수록된 7편 모두가 탄탄한 서사와 흡입력을 가지고 있어 모든 이야기를 다 재미있게 읽었다. 이 정도면 데뷔작으로는 충분히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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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라 하면 대부분 스케일이 장대하고 복잡한 세계관을 연상한다. 이는 아마도 SF 장르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스타트렉'과 '스타워즈'가 방대한 세계관을 지니고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빛속'은 오히려 소탈한 축에 속한다. 파멸과 혼돈이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현실에 대한 반영이 눈에 띈다. 독특하게도 이 글은 미래를 보지만 현재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미혼모, 이주민, 여성, 장애인, 외계인(?)등 지금 이 순간에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대상에 대해 담담하게, 하지만 힘있게 외치고 있다. SF 라는 장르 아래 모인 7편의 글들이 서로의 주장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이야기를 명확하게 하는 모습이, 진심으로 대단한 필력이며 결국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별을 좋아하는 이유는 앞으로 사라질 작은 돌덩어리일지라도 자신이 존재하는 순간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그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이 별과 같다고 생각했다. 까마득한 미래에 이 소설집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존재하는 순간 동안에는 빛이 날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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