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서평을 쓰고 있는데 이 책이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SF 장르로써는 처음 내딛는 성과라 알고 있는데, 정말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
우리가 볼 수 있는 별, 즉 하늘에 떠있는 별들은 사실 먼 과거의 별들이 남긴 빛이라 한다. 빛이 지구까지 다다르는 시간이 꽤 걸려서 우리가 반짝거리는 밤하늘을 보고 있을 때 사실 그 별은 이미 없어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밤하늘이 굉장히 덧없을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반짝이는 별을 사랑한다. 단순히 아름답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하 '우빛속')'은 신성처럼 등장한 소설가 '김초엽'의 첫번째 단행본이다. SF 소설계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언급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책 내부에 실린 소설들은 각자의 빛을 발하되 힘을 잃지 않는다. 단편 모음집 형식의 단행본은 자칫 유명한 단편 하나만 흥미를 끌고 나머지는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책의 제목이 된 '우빛속'을 포함, '관내분실', '나의 우주 여행에 관하여',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등 수록된 7편 모두가 탄탄한 서사와 흡입력을 가지고 있어 모든 이야기를 다 재미있게 읽었다. 이 정도면 데뷔작으로는 충분히 성공적이다.
-
SF라 하면 대부분 스케일이 장대하고 복잡한 세계관을 연상한다. 이는 아마도 SF 장르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스타트렉'과 '스타워즈'가 방대한 세계관을 지니고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빛속'은 오히려 소탈한 축에 속한다. 파멸과 혼돈이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현실에 대한 반영이 눈에 띈다. 독특하게도 이 글은 미래를 보지만 현재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미혼모, 이주민, 여성, 장애인, 외계인(?)등 지금 이 순간에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대상에 대해 담담하게, 하지만 힘있게 외치고 있다. SF 라는 장르 아래 모인 7편의 글들이 서로의 주장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이야기를 명확하게 하는 모습이, 진심으로 대단한 필력이며 결국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별을 좋아하는 이유는 앞으로 사라질 작은 돌덩어리일지라도 자신이 존재하는 순간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그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이 별과 같다고 생각했다. 까마득한 미래에 이 소설집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존재하는 순간 동안에는 빛이 날 거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