늣겨곰 바라메이슬 발갼 다라리흰 구룸 조초 떠 간 언저레모래 가른 믈서리여희기랑의 즈지올시 수프리야.(후략)-중,고등학교 시간에 한번 쯤은 들어봤을 '찬기파랑가'의 일부 내용이다.익명의 화랑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쓴 이 시조는 '기파랑'이라는 화랑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대략 '기파랑의 높은 기상과 기개는 하늘의 달도 존경할 정도이며 성품도 온화하고 고결하다'며 그를 따르고 싶는 내용이다. 기파랑이 화랑의 우두머리라는 설이 존재하고 추모시의 형식이라 좋은 말만 썼다 쳐도 이렇게 낯간지러울 정도의 찬양을 주저없이 내뱉을 정도면 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현재의 우리로써는 알 길이 없으니 추측만 할 뿐이다.'기파'는 '찬기파랑가'를 새롭게 다시 쓴 소설이다. 특이하게도 고전소설에 SF라는 독특한 조합이 눈에 띄는 글이다. 2071년, 초호화 우주 비행선 오르카호가 난파되고 그 안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의사 '기파'는 열풍에 가까운 대중의 지지를 얻는다. 우주 택배업 일을 하는 충담은 업무 도중 난파된 오르카 호를 발견하게 된다. 기파를 구하면 사례금을 지급한다는 말을 기억한 그는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기파를 구하려 하지만 그 순간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게 된다.읽는 동안에는 오히려 '찬기파랑가'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다. 굳이 따져본다면 '기파'가 시조 속의 '기파랑'일테고 열광하는 대중들이 '기파랑을 찬양하는 익명의 화랑(들)'일 것이다. 소설 속 시점으로 찬기파랑가를 재해석한다면 저 멀리서 기파랑을 흠숭하던 화랑(들)이 찬양조의 시를 지은 것이라 해도 맞을 것이다. '찬기파랑가'와 소설 '기파'의 차이는 숭배하는 대상의 실체를 보여주는지의 여부라 생각한다. '찬기파랑가'는 끝까지 찬양으로 시작해 찬양으로 막을 내린다. 우리는 오로지 쓰여진 글을 통해서만 기파랑 이라는 인물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기파는 충담 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그토록 찬양받는 이의 민낯을 보여준다. 마냥 찬양으로 끝나지 않는 점이 기파와 찬기파랑가의 큰 차이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