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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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여성 심리소설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 1921~1995 >
->  초기 소설 16편을 묶은 탄생 100주년 소설집 (단편 소설 묶음집) 이다.



[세인트 포더링게이 수녀원의 전설] 독자들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결말이다. 우선 채 한 살도 안된 갖난아이를 거둬 열두살까지 키워진 소년 "메니"는 모든 것이 여성이어야만 했던 수녀원에서 "여성"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시간이 갈수록 곁에 있던 여성들과 달라지는 체형과 목소리 "메리"는 탈출을 감행한다.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급기야 이곳에서 나를 보내주지 않으면 수녀원을 폭파시키겠다고 협박까지 한다. 남성성을 찾은 "메리"는 결국 수녀원을 떠나지만, 이후 수녀원은 아이의 협박대로 폭발해 산산조각나버린다. 



-어쩌면 수녀원들이 "메리"를 거두지 않았다면, 생명을 이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남성 "메리"는 자신이 여성으로 키워졌다는  점에서 앙심을 품는다.  후에 "메리"는 대학에서 공부해 과학자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 단편을 읽고, 정말 수녀원을 폭파시킨 것이 "메리" 였을까? "메리"가 아니라면 누가 폭파시킨 걸까? 하는 궁금증이 계속 일었다. 시원한 답이 아니라 예상에 가까운 작가의 말에 독자가 해석하기 나름에 따라 누가 피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되는지 결론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메리"가 범인이라면 수녀원에서 길러준 은혜도 모르고 그저 남성성을 없애고 "여성"으로 키워졌다는 것에 복수를 품은 것이다. 반면에 수녀들은 정말 아이를 학대한 것일까? 남성이 된 소년의 자유는 이미 예견된 부분이었다. 간난아이에 수녀들이 "메리"를 찾았던 것처럼 말이다.









[미지의 보물] 지하철 플랫폼에서 주인을 알 수 없는 카키색 백이 놓여있다. 군인이 플랫폼을 지나 음료수 자판기를  뽑고 다시 승차를 할 때에도 한참을 가방을 주시하던 장애인 남자는 그 곳에 있었다. 그리고 작은 키의 녹색 중절모를 쓴 남성이 같은 가방을 두고 바라보고 있다. 



그때, 장애인 남성이 카키색 백을 들고 플랫폼을 빠져나가려 하자, 키 작은 중절모의 남성은 그 가방이 마치 자신의 가방이라도 되는 듯, 장애인 남성을 뒤쫓는다. 그러다 절름발이 남성을 붙잡고, 가시 돋친 말을 내 뱉고 가방을 낙아챈다. "나는 당신이 오기 한 참 전부터 플랫폼에 서 있었어요!" 말을 더듬거리는 장애인은 곧바로 작은 키의 남성을 뒤쫓는다. 가방 안에는 미지의 보물이라도 들어있기라도 하는 듯 두 남성은 서로 자신의 가방이라 우기며, 서로를 뒤 쫓는 형국이다. 




반대로 장애인 남성이 작은 키의 남성을 뒤쫓는다. 중절모의 남성은, 이제는 장애인 남자가 가방을 찾는 게 광적인 복수심에 휩싸여 가방이 아닌 자신을 쫓고 있다 느낀다..  중절모의 남성은 두려움에 가방을 던지다 시피 버리고 내 달린다. 장애인 남성은 가방을 들고 유유히 사라진다. 





-한국의 시민의식이라면 타인의 가방을 절대 건드리지 않을 텐데, (건드려봤자 나중에 도둑놈으로 잡힐 뿐만 아니라 괜히 자신의 이력에 빨간 줄만...) 어쨋든. 그렇게 카키색 가방을 쫓던 두 명의 남자 중에서 장애인이 성공한다. 가방을 두고 여러 의미로 해석되어질 이 단편은 타인의 가방에 욕심을 내는 모든 사람들에게서는 그 대상이 가진 "미지의 보물"이라는 의미가 있다. 무엇이 들어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보물. 미지의 가방 안에 현금이어도, 현금이 아닌 물건이 있어도 되 팔면 될 일이다. 작가가 이 소설집을 펴낸 시기는 1960년대라는 것을 가늠해보면 가능할 법한 이야기이며, 주인이 없는 가방은 누군가의 표적이 되는 게 당연했을테니 말이다.






[엄청나게 친절한 남자] 아홉 살 난 소녀 두 명이 길에서 잡담을 하고 있다. 그때 사탕을 사다 주겠다는 한 남자가 소녀들에게 다가온다. 몇 시간이 지나 남자는 사탕을 들고 아이에게 다가온다. 사탕을 주고, 한 아이의 이름을 알아낸 남자 "로비"는 자신에게 차가 있으니 같이 드라이브를 가자고 한 여자 아이에게 제안한다. 비열해 보이는 수상한 남자, 하지만 에밀리는 드라이브 제안을 샬럿에게만 했다는 것에 실망하고 있다. 얼마 후, 차를 끌고 온 남자는 샬럿에게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드라이브를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당부하고, 차에 탄 샬롯. 남자는 차에 탄 샬롯의 손을 잡는다. 샬롯은 남자의 손이 뜨끈하고 축축하다 느낀다.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터질 듯 입가가 실룩거린다. 남자는 차에 시동을 걸고 연신 싱글거린다. 엔진 소음이 나고, 그때......





-이제는 5살난 아이도 모르는 남자를 따라가서는 안된다는 걸 안다. (이는 비단 남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르는 여자도 마찬가지..) 그 시대 1940~1950년대에 모르는 남성을 따라가면 안된다는 교육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어느 시대에나 어린 소녀의 성을 착취하려는 짐승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운이 좋아 빗겨나가며, 누군가는 그 상처로 평생을 산다. 남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버리는 것도 이런 트라우마가 시발점이 될 것이다. 아직까지도 이런 이야기는 심리 스릴러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가 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남성에게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인간의 사회성을 거미라는 개체에 비유해 표현한 [시드니 이야기] 와 부부가 생각하는 프림로즈색은 왜 다를까 [프림로즈는 분홍색이야] 강박으로 깔끔함과 춤의 대열에 예민한 댄스 선생의 이야기 [미스저스트와 초록색 체육복] 등등 다양한 소재의 단편들이 함께 한다. 다소 난해하거나 혹은 무의미하거나 심리스릴러에서 느낄 수 있는 여성 심리소설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유고집이자 단편집은 제법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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