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의 섬 JGB 걸작선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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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메이틀랜드는 건축가이다. 러시아워의 혼잡을 피하기 위해 일찍 사무실을 떠난다.  고속도로에 접어드는데, 그만 가드레일을 넘어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한다. 정확히는 작은 교통섬에 불시착한다.  차사고로 비탈길을 넘어 경사면 밑으로 떨어졌지만, 메이틀랜드는 고가도로를 기어올라 경사면 위에 올라가면 누군가 발견해 지나가는 차를 타고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자신의 갈길을 간다. 러시아워의 시간이 지나 한산해질 때, 미군 군복 차림으로 보이는 미군병사가 속도를 줄이고 메이틀랜드에게 다가온다, 미군은 메이트랜드가 마시는 알코올을 본다,(로버트가 교통사고로 인한 통증을 줄이기 위한 임시방편이었지만,) 미군은 알코올을 즐기는 부랑자나 노숙자라고 판단하고 깍듯이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하고 속도를 올려 다시 가버린다. (그 사이 로버트는 교통섬에서 나와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지만, 또 다시 차사고로 다리를 다친다.)  



다친 다리와 누더기가 된 옷, 그리고 허벅지의 통증을 무시하고, 메이틀랜드는 고속도로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예감이 들어 경계철선이 있는 철조망을 따라 간다.(자신의 차 안에 스패너와 렌치를 들고 철조망을 끊으려 하지만 그것조차 되지 않는다.) 다시 차 안으로 돌아온 메이틀랜드는 비를 비한다. 이틀이 지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것을 느낀 그는 내리는 비를 받는다.  후드를 끌고, 차의 보닛 위로 들어 창문 위로 거꾸로 박아 내리는 빗물을 받는다. 



고속도로와 70미터 떨어져 있지만, 메이틀랜드가 있는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 교통사고의 휴우증으로 점차 다리의 감각이 무져지고, 통증은 더해간다. 자신의 차의 기름을 이용해 불을 지르면 멀리서도 분명 눈에 띌 것이라 생각하고 그는 차에 불을 지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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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의 소개글을 보면. 한 문장이 눈에 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10년 전 중화민국상하이 조계에서 태어난 그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민간인 포로수용소에 억류되었다가 종전 후 영국으로 송환되었다고 한다. 


그가 태어난 1930년, 작가가 태평양전쟁일 때, 나이가 11살~15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가 태어난 시기가 왜 중요할까 싶겠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생각이 있다. 작가가 경험한 것들은 무의식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무조건 작품에 녹아내린다는 것, 말이다. 작가는 아직 많이 어렸지만, 그가 포로 수용소에서 겪은 일은 적지 않은 트라우마나 고통으로 남았을 것이다. 분명히, 더구나 일본군의 포로이니 한국사람과 중국 그밖에 몇몇의 나라에서 포로로 잡혀왔던 사람들을 목격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책의 주인공 로버트 메이틀랜드는 작가 본인일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한다. 차 사고에서 고통스러운 자신의 상황 (목발에 기댄 채 광인처럼 소리를 지른다. 젖은 옷이 짐승의 사체처럼 그의 육신에 매달려 엉겨 붙었다. 노인이 항상 지니고 다니는 끔찍한 고문도구라고, 체인으로 움직니는 바퀴가 이미 망가진 메이틀랜드의 육신에 끔찍한 시련을 선사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 을 보면 실제 태평양 전쟁 속 포로들의 상황을 목격했던, 작가의 심리를 소설 속 교통사고를 당한 메이틀랜드에게 투영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책 속의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엉망진창이 되는 상황을 그리는 표현들은 어쩌면 전쟁 통에서 봐왔던 아시아인들의 고문현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물론 책을 읽는 독자에 따라 느끼는 부분은 달라지겠지만, 그의 소개글을 읽고 다음 장의 로버트의 사건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연결성을 찾게 된다., 빠져나갈 수 없는 교통섬은 작가가 포로로 있어 빠져나가려 시도하나, 자꾸만 실패했던 어쩔 수 없던 고통의 시간을 말하는 것 같다. ) 


책의 주인공, 메이틀랜드는 교통섬에서 빠져나가는 듯 하지만, 누군가에게 붙들린다. 그 누군가는 캐서린과 프록터이다. 이 두 사람은 사연이 있고, 일반인 같지 않다. 소외된 누군가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신을 놓아버린 피해자일 수도 있다.


 어쩌면 차 사고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메이틀랜드, 그는 과연 안전하게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니, 항상 불안을 조장하는 연대기를 만드는 작가라고 말하는 뉴욕 타임즈의 평을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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