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자기만의 방 (양장) - 192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혜원 옮김 / 더스토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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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은 연구원이나 학자들에게만 허용된 장소였으며, 여성인 메리에게 허락된 길은 자갈길이었다." 이 대목으로 버지니아 울프가 묘사한 상황이 어떤지를 가늠 할 수 있다. 옥스브리지 가상의 대학교가 보이고 한 여성이 등장한다. "메리 비턴"은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에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며 강둑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생각이 쏜살같이 움직이고 회오리 치는 통에 걸음을 내딛게 되고, 옥스브리지대학의 안뜰인 잔디밭에 있다가. 경악과 분개심으로 가득 찬 한 남자를 보게 된다.. 메리는 자갈길로 걸음을 옮긴다. 남자는 팔짱을 풀며 원래의 평온한 얼굴을 되찾는다.



잔디는 남자가, 여성은 자갈길만 허락된다는 것... 지금의 꽃길을 막론하고, 딱딱하고 발 딛기가 불편한 자갈길만이 허용된다니. 이 부분은 전형적인 불평등을 말하고 있다. (남성은 고고하고 여성은 천대받는다는 시대상황이 잔디와 자갈에 비유되는 듯 하다.) 15페이지에서 확인되는, "여자들은 대학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소개장을 소지해야만 도서관에 출입할 수 있다고 나직이 말했습니다." 라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을 방문 할 수 없었던 메리는 성당 예배와 기념 행사 주변을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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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가 살던 1880년대 (울프가 어릴적부터 체감해오며 커가는 환경의 이유로, 그 이전의 시대 분위기를 연상해야 한다) 여자들이 소유할 건물도 돈도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던 그때는, 여성이 글을 쓸 수도 (남성들은 * 블루스타킹이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한다.)없었고, 울프가 태어나기 몇 십년 전에는 아버지가 정해 놓은 정혼자와 결혼하지 않겠다는 말로 지시를 어길라치면, 방에 며칠이라도 감금해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들이 많았으며, 그 상황이 당연했다고 한다.

*블루스타킹:  전통적으로 여자가 하는 일보다 사상과 학문에 더 관심이 많은 여자를 경멸하여 이르는 말이다.


왜 그렇게 남성이라는 존재보다 여성은 하대 받아야 했을까.  결국 여성의 몸에서 남성도 나오는 게 아닌가. 겨우 3페이지를 넘길 즈음. (정말 작가의 말처럼  이면에 숨은 생각과 편견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떤 내용은  여성과, 어떤 내용은 소설과 관련 있음을 알게 된다고 했는데, 벌써 성과 관련된 불평등이 느껴진다. 역시 성에 관한 이야기는 불편하다.) 느끼게 된 불평등.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 시대보다 150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남성에 비해 여성의 대우나 평등이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  참 씁쓸해졌다. 예를 들면, 서울역묻지마폭력, N번방, 강남역살인사건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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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성은 부유한데 여성은 가난할까. 가난은 소설에 어떤 흔적을 남길까. 버지니아 울프는 도서관에서, 여성에 대해 글을 쓴 남자들의 책을 몇 권 읽고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폴레옹이나 무솔리니와 같은 우월감에 꽉 찬 남성들이 여성을 하대하고,   여성은 열등함이 있다고 말했던 글도 확인하게 된다.


page 59

여성은 수백 년 동안 남성을 실제 크기보다 두 배 더 크게 보이도록 비추는 마법과 달콤한 힘을 갖춘 거울 노릇을 했습니다. ~나폴레옹과 무솔리니는 여성의 열등함을 그토록 힘주어 주장했습니다.  여성이 열등하지 않으면, 남성을 확대해서 보여주는 거울도 기능을 멈출테니까요. 그렇다면 남성이 그토록 빈번히 여성을 필요로 하는 현실이 부분적으로 설명됩니다. 그리고 여성의 비판을 받으면, 그토록 안절부절 못하는 이유도 설명될 수 있지요.





당시에는 어떤 여성도 비범한 문학 작품 한 토막 남기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뭘까. 울프는 셰익스피어를 떠올린다. 셰익스피어는 부유한 환경에 자신이 공부 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뭐든 배울 수 있었다. 더구나 남성이라는 성에 대한 특권 아닌 특권으로 연극부터 대본까지(여성은 글을 쓸 수 없었다.) 쓸 수 있도록 아주 좋은 환경이 그를 뒷바침했다. 물론, 당시 여성이 셰익스피어처럼 언어의 유희와 화려한 언변으로 글을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당시 여성은 어떤 것이든  경험해보지 못했고 배울 수 없었으니, 상상으로도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상상을 한다. 셰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다. 그 누이도 모험심이 강하고 음악적 재능이 있다. 그러다 부모가 정해놓은 정혼자와의 약혼이 싫다 울부짖자, 아버지에게 심하게 맞아야 했다.그녀는 다음날 작은 짐을 꾸리고 집을 나온다.길을 걷다 발견한 극장, 연극을 하고 싶다고  극장 앞에서 말하지만, 극단의 남자들은 면전에서 웃음을 터트린다. 푸들이 춤을 추는 것과 여성이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무슨 말을 하며, 여성은 연기를 할 수 없다는 남자들.. 극단의 책임자인 한 남성이 그녀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이후....그녀는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어느 겨울 밤 여성은  목숨을 끊는다. (이 줄거리가 꾸며진 글이긴 해도, 당시 여성은 아이 방을 벗어 나기도 전부터 집안일을 시작하고, 부모가 그것을  강요하며 법과 관습이 온 힘을 다해 누르는 시대였다. 초경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였기 때문에 아예 없는 상상은 아닐 수 있다.) 관습에 따라 여성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사상이 팽배해 있었다고 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이 책은 집중을 흐리지 않고 읽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글의 생각을 놓치면, 다시 앞장으로 돌아와 읽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래서 조금은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집중을 잃지 않고 읽다 보면, 울프의 생각은 읽힌다.)  옮긴이는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사실주의 기법에서 벗어나 외적인 세계의 재현을 거의 무시하고, 인물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시도하기 때문에 읽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라고 평했다.  사실 작가의 문체는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으면 더 확실해진다.  아직 버지니아 울프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이라 그녀의 남은 책도 궁금해졌다. 


 결혼과 남성을 뒷받침 하던 당연한 시대.  그렇게 버지니아 울프는 부당함을 꾸준하게 글로 써왔던 것 같다. 당시에는 어떻게 여성이 감히 글을 쓰고,  책을 읽느냐라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다. 최근(2000년대)에서야 버지니아 울프의  글은 페미니즘 비평의 문을 연 수작이라 평가 되고 있다.  이 책은 여성들에게 평등이란 주제로 공감할 수 있는 사상을 심어주고, 남성들에게는 평등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할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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