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 넘는 추석 연휴에 읽으려고 세 권의 책을 빌렸는데 겨우 두 권 읽었다. 요리를 했고 대구에 다녀왔고 찬장에 머리를 부딪혔고 뇌진탕에 걸렸고 응급실 신세를 졌고 인천에 다녀왔고 아직 아프고 있는 중이라 바빴다. 지금도 머리가 막 어지럽다. 내년 1학년이 쓸 교과서 선정을 위해 교과서 9종을 검토 중이다. 교과서에 실린 글들은 왜 이렇게 와닿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뭐랄까. 절실함이 없다. 읽는 이에게 가서 닿고 싶다는, 귀에 내 목소리를 때려넣고 싶다는 절실함. 그게 없다. 절실한 문제는 대체로 아직 사회적 합의가 끝나지 않았고 교과서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교과서는 안전한 주제, 이미 합의가 끝난(끝났다고 믿는) 주제들만을 다룬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주장하는 글도 설명하는 글도 건의하는 글도 온건하기 짝이 없다. 학생들 가슴에 가닿기는 커녕 귓구멍에도 들어갈 것 같지 않은 글 가지고 배움이 일어날까. 회의가 생긴다. 이 책을 읽고 교사로서 고민하게 되는 대목은 학생을 ‘동료 시민‘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가르치는 학생들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하아아 그래 노력해봐야지. 힘을 내자. 이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