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등에게 박수 치는 게 왜 놀랄 일일까? - 사회 문화 ㅣ 질문하는 사회 1
오찬호 지음, 신병근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7년 8월
평점 :
오찬호의 책 중 처음 읽은 것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였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진격의 대학교‘에서도 오찬호는 늘 화가 나 있다고 느껴졌다. KTX 정규직 전환 투쟁에 공감하지 않는 대학생들에게, 이상해진 남자들에게, 맹목적으로 돈을 좇는 대학에게 그는 화가 나 있었다. 나는 그의 ‘화‘가 좋았다. 내 주위 사람들도 나도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화를 곧잘 내는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어딘가 좀 이상한 사람으로 분류되어 버렸다. 우리는 메에에에 양처럼 순한 사람들이 되었다. 메에에에- 나는 양처럼 살고 있지만,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책 속에서 화를 내고 있는 오찬호가 좋았다. 아아 더 화끈하게 화내 줘요. (물론 이러라고 쓴 책은 아니겠지만.)
그런데 이번 책은 표지가 좀 귀엽다. 제목도 그렇다. 알고 보니 중학생을 위한 책이었다. ‘이 정도면 사회학이 정말 매력덩어리 아닐까요?‘라니. 설마 오찬호마저 메에에에 양이 된 걸까.
아아 다행이다. 그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 게을러서 가난한 게 아니라고, 좌절할 만한 일이 너무 많다 보니까 게을러진 거라고, 120만원이면 먹고 살만하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곰곰 생각해 보지 않고 안일한 결론에 이르는 이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더 생각해 봐야 한다고 채근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은 ‘중2병은 정말 나쁜 것일까‘이다. ‘중2병‘이라는 말은 청소년기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만든다. 청소년들에게서 자아를 탐색할 시간을 빼앗고 어서 어른이 되라고 재촉한다. 오찬호는 청소년이 겪는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오히려 꼭 필요한 것이라고 외친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사물에 대해 높임법을 사용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그들이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무한경쟁 사회에서 과잉친절을 강요받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생각을 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더 읽을 책
박정호, ‘재미없는 영화, 끝까지 보는 게 좋을까?‘
박현희,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