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금지, 에바로드 - 2014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연합뉴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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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 박종현은 83년생 남양주 출신의 개발자이다. 몸으로 부딪혀 세상을 배웠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세상을 보는 안목과 사람에 대한 예의, 당당한 태도 등을 익혀 나갔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동대문 뒷골목 인쇄소는 인터넷의 발달로 사양길로 접어들고 아버지는 알콜 중독에 빠져든다. 쓸데 없이 사람은 좋아서 빚을 내서 돈을 빌려주고, 집을 팔아 돈을 빌려준다. 어머니는 종현 씨가 젖먹이 시절 한 번,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또 한 번 집을 나갔다. 종현 씨와 종현 씨의 형은 얼마 되도 않는 집안의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의 이마에 포크를 던지며 싸운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 몸이 너무 작고, 돌아가셨다는 게 실감은 안 나는데 의사가 와서 ‘떠나셨다‘고 하는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감정을 추스를지를 못하겠더라구요.(180쪽)

우리 아버지는 산에서 돌아가셨다.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고 삼촌이 일주일을 산을 헤맸다. 일주일 간 휴대전화 신호가 계속 갔다. 희망을 버릴 수가 없었다. 아버지를 발견한 삼촌은 구토를 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발견되기 며칠 전, 나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아버지는 평소 주무시던 대로 안방의 장롱 앞에서 모로 누워 있었다. 나에게 등을 돌린 채였다. 옷은 하나도 입지 않았다. 몸은 벌레에 물린 듯이 군데군데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중에 꿈 얘기를 들은 엄마는 ‘네가 미리 봤구나‘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의 시신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로부터 17년이 흐른 지금도ㅠ 혹시 아빠가 어디 살아 있는 게 아닐까, 우리를 버리고 도망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곤 한다. 그 작은 유골함이 우리 아빠 48년 인생의 결말이라는 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가끔은 슬프지도 않다.

*가, 종현아.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걸 해.(264쪽)

종현 씨는 항암 치료를 받는 어머니를 두고 에반게리온 스탬프 랠리를 위해 중국에 간다. 선이 곱고 소녀 같은 어머니는 종현 씨를 나무라지도 붙잡지도 않는다.

*타브리스가 왜 다른 자살 방법을 놔두고 손목을 그었는지 저는 몰라요. 자살할 정도로 절망한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저는 영원히 알 수 없습니다. ‘손목을 긋는 건 죽을 마음이 없었다는 뜻‘이라는 해석은 굉장히 무례한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남의 자살 방법에 대해서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남의 이유에 대해서도 금방 쉽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짝사랑을 거절당하고 게이라는 사실이 들통 난다고 그게 뭐 죽을 이유까지 된다는 말인가. 세상에는 살아야 할 이유가 더 많다‘하고 말이죠. 거기에서 더 나아가면 남의 삶과 죽음의 가치까지 제멋대로 정해버리게 됩니다.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 힘으로 살아라‘ 하는 식으로요. 저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그런 참견을 할 시간이 있으면 네 일에나 신경 써라‘거나 ‘그렇게 오지랖을 부리는 걸 보면 관계의존증이 틀림없어‘라고 되받아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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