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는 다양한 인간이 존재한다. 나는 인간의 표준이 아니다.

트럼프의 당선을 두고 수다를 떨었다. 브로콜리 머리의 상냥한 여성분은 미국에 무식한 멕시칸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며 트럼프의 정책을 지지했다. 그분이 든 멕시칸이 무식한 이유는 영어를 못하고 배울 의지도 없다는 점이었다. 아. 나도 영어 못하는데.

표지에 손바닥이 찍혀있다.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에도 표지에 손닥이 찍혀있다. 사피엔스는 유인원에서부터 사이보그까지의 빅히스토리를 다루고 인간의 조건은 구질구질 자질구레한 밥벌이가 담겼다. 두 책 모두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 엄마는 아주 잠깐 식당을 운영할 때를 빼고는 최저임금 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어쩌면 최저임금도 못 받았을지 모른다. 60이 넘은 지금도 최저임금을 받고 아파트 청소를 한다.

엄마가 언니랑 나를 키우느라 빚을 졌었다. 그 빚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서 채권이 제2금융권으로 넘어갔을 때 엄마를 따라 무슨 캐피탈에 갔다. 그곳 사람들은 엄마에게 이자 포함 다달이 30만원 가량 내면 된다고 했다. 나는 엄마에게 ˝적당하네.˝라고 말했다. 괜찮네. 였나. 그때 우리 엄마 월급은 100만원 남짓이었다. 나는 쓰레기였다. 엄마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었다.

저자가 편의점을 그만 둔 부분을 읽을 때는 모욕감이 들었다. 모욕감이 왜 드는가 곰곰 생각했다. 대학도 나오고 책도 쓰고 런던에도 다녀왔다는 저자가 빈민체험늘 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이따위로 알바를 그만 둘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그냥 감정에 대한 변명으로 그럴듯하게 가져다 붙인 말이다. 사실 저자가 돌아갈 곳이 있나 없나는 상관 없었다. 그냥 저자가 내 안의 꼰대를 불러낸 것뿐이다.

이상한 일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정도는 아니지만 노동하지 않으면 당장 생계가 곤란해지는 처지인데 나는 왜 꼰대가 되었을까. 부당한 대우가 있더라도 근면 성실해야 한다는 신념은 왜 나를 지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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