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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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을 읽고 들은 조선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통쾌하다. 하루 여덟 시간 일하고도 제대로 된 방 한 칸 갖지 못한 사람에게 노력이 부족하다는 둥 소리를 하는 이들은 입을 좀 다물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두 가지 의미로 불안했다. 우선 강장군과 다해, 지송이 폭싹 망해버릴까봐. 질질 짜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면 안 돼, 분홍신의 소녀처럼 발목이 잘릴 거야 같은 말이 나올까봐.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들이 정말 달까지 갈까봐 나만 두고 갈까봐. 그들을 시기하는 마음이었다.

몇 해 전에 비트코인 광풍에 탑승하지 못하고 나만 덩그라니 남은 감정에 휩싸여 몇 달을 고통 받았다. 사람을 만나면 저 사람은 비트코인을 샀을까 책을 읽어도 이 작가는 비트코인을 샀을까... 그 몇달은 이미 사망한 작가의 책만 읽었다. 그 사람들은 비트코인 못 샀을테니까. 그 우울감을 어떻게 이겨냈냐면 시간이 약이었다. 어쩌겠어 이미 늦은 걸.

책의 남은 분량이 얇아지고 그들의 성공이 거의 확실해질 때 즈음 시기심은 많이 가시고 응원하는 마음이 되었다. 치졸하지만 주인공인 다해가 인생을 바꿀 만큼 큰돈, 물론 큰돈이긴 하지만 여행을 책임져줄 만큼의 큰돈은 아닌 큰돈을 쥐게 되어서 너무 나만 뒤쳐진 기분이 들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쓰고 다니 더 치졸하네. 그래도 정말로 진심으로 다해가 전세로 가게 된 게 좋고 지송이 사업을 계획하게 된 게 좋다. 강장군이 벤츠 타는 것도 좋다. 다 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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