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동물의 인지'에 관해 다루고 있다. 놀랍게도 동물은 자극에 반응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천명한 학자 집단이 존재했고, 이런 생각이 상식으로 유통되던 시절이 있었다. 반면 저자인 프란스 드 발은 동물에게 인지 능력과 내면세계가 있음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만한 증거를 다수 제시한다.

침팬지나 까마귀, 코끼리 등 다수의 종이 도구를 사용하고 거울을 통해 자기 얼굴을 들여다 본다. 또한 사회적 관계를 파악하여 전략적 선택을 할 줄 알고 시간 개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종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은 인간이 종의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적절한 테스트를 고안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어떤 종이든 자신이 살아남고 번식하기 위한 충분한 인지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인간vs동물의 단절을 극복하고 인지의 연속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나에게는 저자의 관점보다 오히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의 전제가 놀랍게 느껴진다. 동물이 기계라니! 자극-반응 뿐이라니. 그들은 애완 동물을 기른 적도, 동네 고양이와 교감한 적도 없단 말인가. 게다가 흰쥐나 비둘기 실험 결과를 두고 '동물'에게는 인지가 없다고 해석하는 그 교만이라니.

오늘 아침에만 해도 나는 우리 동네 주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큰 고양이와 다정하게 인사를 나눴다. 며칠 동안 큰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 걱정하던 차였는데 커피숍에 가던 길에 큰 고양이를 마주쳤다. 천천히 우리 집 쪽으로 걸어오던 그는 나와 내 남편을 보고는 약간 방향을 틀어 곧장 우리에게 다가왔다. 남편은 약간 서투르게 큰 고양이에게 먼저 다가갔고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인사를 건넸다. 큰 고양이는 남편을 지나쳐서 나에게 왔다. 꼬리를 바짝 세운 그는 옆구리와 꼬리를 사용해서 내 다리를 훑어내렸다. 나의 남편은 애처롭게 쪼그려 앉아 큰 고양이의 관심을 갈구하고 있었는데 큰 고양이는 남편에게도 너그럽게 인사를 건네고는 자기 길을 갔다.

나와 나의 남편은 큰 고양이에게 먹이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주기적으로 먹이를 제공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의 만남은 지역 주민 간의 순수한 유대이다. 나는 큰 고양이를 만났을 때 어떤 직장 동료를 만났을 때보다 순수하게 기쁘다. 고양이 또한 나에게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런 유대는 행동주의자들이 고양이를 우리에 가두고 먹이로 유인하여 실험을 진행할 때에는 결코 얻지 못할 감정이다.

큰 고양이를 처음 만난 것은 올해 1월이었다. 그날 나는 이사를 했고 새 집의 관리사무소에 들러 차량을 등록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길에는 눈이 쌓여있었고 큰 고양이는 내가 가야할 길 한가운데 떡 버티고 앉아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내 생각 속의 고양이보다 훨씬 커서 나는 놀라고 말았다. 나는 약간 주춤했지만 곧 내 길을 갔는데 고양이는 몸은 그대로 둔 채 고개만 돌려 나를 바라봤다. 우리는 보통 사람들이 그렇듯 서로 얼굴을 익히고 서로가 서로에게 무해한 존재임을 확인했다. 부담스럽게 굴지 않았고 정중하게 천천히 가까워졌다.

행동주의자들은 인간과 동물 사이에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믿는다. 꼭 행동주의자뿐 아니라 동서양의 많은 철학자들 또한 인간성은 특별한 것이며 인간을 동물과 구분지어 주는 특별함이 있다고 가르친다. 인간이 다른 종과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고양이가 호랑이와 다른 것만큼 당연하다. 그리고 그만큼만 당연하다. 그보다 더 당연하지는 않다.

행동주의자들은 왜 인간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일까. 인간은 다른 종을 멋대로 잡아가두고 죽이고 먹고 입는데 이럴 만한 자격이 인간에게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그래서 죄책감을 다소 덜어보고 싶은 걸까. 우리는 특별하고 다른 종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르니까 잡아 먹을 때 죄책감이 없어도 된다!! 뭐 이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든 궁금증이 있다. 인간은 우주에 지적 존재가 있는지 궁금해 하고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서 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려고 시도한다. 인간이 미래의 어느 날 멀고 먼 우주 한 행성에서 바다를 발견했다. 그 바다를 샅샅히 탐사한 결과 고등어떼를 발견했다. 우리는 그 고등어와 의사소통을 시도할 것인가, 잡아다 해부하고 결국엔 먹어치울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우주에서 어떤 존재를 만나야 '지적인' 것으로 인정을 할까.

인간이 특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안 때문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인간이 전혀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아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