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녁 메뉴는 피자마루의 콤비네이션 피자였다. 아침과 점심으로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 산 도너츠를 먹었으니까 하루 종일 빵으로 식사를 해결한 것이다. 신랑은 피자를 씹으며 매장에서 직접 만든 피자인지 냉동피자인지 궁금해 했다. 나는 궁금하지 않았다. 냉동피자든 매장에서 만들어 구웠든 이 피자에는 영혼이 없다.

바깥 음식이 너무 달다. 도미노나 피자헛 피자를 먹을 때는 다른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달기만 하다. 얼마 전에는 딸기 우우를 하나 사서 먹다가 한 입 먹고 버릴 수밖에 없었다. 달다 못해 썼다. 달고 짜면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입맛이 변한 걸까.

바깥 음식만 단 건 아니다. 결혼하면서 요리책을 한 권 샀는데 이 책의 조리법대로 요리를 하면 대체로 달다. 인터넷 레시피도 마찬가지이다.

단 거 지옥에 빠져 버렸어!

이나가키 에미코의 세번째 책은 ‘먹고 사는 법’에 관해 다룬다. 저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전기 없는 생활에 돌입한다. 급기야 냉장고까지 처분해 버리는데 이 일을 계기로 저자의 식생활이 송두리째 바뀐다.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세계 요리를 즐겨 하던 저자는 채소절임과 된장국, 그리고 밥의 세계로 뛰어든다.

나는 다음 주부터 강제 미니멀리즘 생활로 들어선다. 당분간 전자렌지도 없고 에어프라이기도 없다. 인덕션도 4구에서 2구로 준다. 이제 나는 뭘 먹고 살아볼까나. 책에서 배운 꿀팁은 제철 채소. 단 거 지옥에서 빠져 나와서 채소 본래의 맛을 살린 나만의 요리!! 꺅!!

얼마전 읽은 서은국의 ‘행복의 기원’의 결론은 아주 속시원했다. 행복 별거 아니다. 잘 먹고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수다 떨면 된다.

내 입에 들어가는 게 나다. 그 먹거리들이 내 몸을 만든다. 그리고 내 몸이 곧 나다. 싱싱한 걸 편하게 요리해서 마음 편히 먹는다. 아아. 생각만 해도 속이 다 편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