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위험한 관계학>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위험한 관계학 - 상처투성이 인간관계를 되돌리는 촌철살인 심리진단
송형석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랫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의 미덕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정말이다. 재미있다. 

이 책을 읽을만한 장소의 추천으로는... 지하철과 짜투리시간 어디에서든 이다. 그만큼 집중력을 잘 유도하면서도, 장시간 기승전결을 놓치지 않아야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어느 토막을 봐도 저자의 글에 쉽게 초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서의 간극이 제법 되는 토막독서를 한다고 해도, 전혀 지장이 없다는 장점이 또한 훌륭하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일단은 직설적이고 속 시원한 글담에, 현상만 나열할 뿐 해결책을 달리 제시하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가 무척 영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고등학교 애국조회도 아니고... 그 시절 교장선생님의 안드로메다 일장훈시를 귀에 담을 사람이 없었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렇고 저렇고 잘난척하면서 윽박질러봤자,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거슬리기만 한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간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나'를 이해하기 위한 책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골치아픈 것이 인간관계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은 무례하다. 뿐만 아니라 고집세고 자기생각만을 강요할 뿐, 도무지 의견을 교환할 줄 모른다. 정말 에브리바디 잘났다. 겸손도 모르고 감사도 모른다. 아는 것은 불평과 요구 뿐이다. 그런 주제에 맨날 '소통'들을 운운한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거울이라도 가져다 주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런 인간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노라면 무인도에서 혼자 책이나 실컷 읽으며 살고 싶은 심정이 될 때가 많다. 결국 상처주고 지치게 하는 것은 인간이니까.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우리 모두에게 서로에 대한 이해의 장을 열어준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고 '똑바로 살' 길을 생각하게 해 준다. 그래서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타인을 포용하고 타인에게 포용될 수 있는 자신을 만들 수 있도록 해 준다. 물론, 그래도 참을성은 필요하겠지만. 당연한 말이 되겠지만, 저자가 요술쟁이가 아닌 다음에야 단순히 이 책을 돈주고 사서 읽었다고만 해서 갑자기 대인관계 기술이 월등해 지지는 않는다. 세일즈 기술 책도 아니고 말이지. 사람을 상대하는 특별한 기술을 언급하고 있는 책이 아니란 말씀.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의 탁월함이다.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게 해 주므로. 결국 읽고 생각하고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책이니까.

이 책은 원초적인 관계에서부터 사회적인 관계의 순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글의 전개는 재미있다. 전혀 부담이 없다. 정말 유쾌한 라디오 진행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아이돌이나 막다른 곳에 다다른 듯한 방송인이 나와서 소음공해로 전파를 낭비하는 그런것 말고. 글은 재미 있지만 분석은 예리하다. 사례 중심으로 풀어나가 이해 역시 쉽다. 하지만 먼저 말했듯, 그래서 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한다. 라는 말은 안한다. 그냥 사례에 주어진 개개인의 심리와 관계에 대해서 분석할 뿐이다. 처음에는 이상했다. '그래서? 어쩌라는...' 문제는 주는데 답을 주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그 부분이 이 책의 탁월한 부분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곰곰히 생각해 본다면 답은 나온다. 스스로 생각을 하게 하고, 스스로 가장 타당하다 생각되는 답을 찾아 내는 것. 그것이 이 책의 강점이기도 하다. 

하나의 테마는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주어진다. 정말, '딱 좋은'분량 정도이다. 같은 꽃노래도 지나치게 계속되면 지겹기 마련이니까. 주제의 전개는 이렇다. [부모와의 관계 => 조부모와의 관계 => 선후배와의 관계 => 이성과의 관계 => 기타의 관계] 참으로 존재론적 고찰 되시겠다. 

그리고 저자는 독자에게 카운터 펀치를 준비한다. 마지막 3부에서 '타인과 잘지내는 관계의 특별한 기술', 이라는 목차를 통해 소소하게 응용할 수 있을 만한 관계의 기술을 모아서 한방에 전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좀 과격하다는 느낌도 든다. 세련되게 처리하고 유유히 사라지기 보다는, 찐하게 터트려서 속이 후련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 쪽이 더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지도 모르지만. 

처음 제목을 대했을 때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그런 생각은 5분이 지나기도 전에 없어졌다. 참으로 필력이 탁월하신 의사선생님이시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없을 법도 한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나가시는 것을 보면. 이 책을 보면서 중간 중간 뜨끔 뜨끔한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아마도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적어도 '심리'를 바탕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이라면. 

이 책은 좋은 책이다. 하지만 매우 깊이있고 전문적이지는 않다. 입문서 정도를 생각하시면 되겠다. 당연하다. 대중적인 책을 쓰면서 누가 전문지식을 남발한단 말인가? 일반적인 독자라면 전문용어를 쓰며 파고드는 책을 보며 질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다구. 이 책을 통해 심리와 관계를 보다 면밀히 고찰하고자 하신다면 그에 도움이 될 법한 전문서적은 쎄고 쎘다. 이런 대중교양서적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가볍지만 유용한 정보를 얻는 것인데, 이 책은 그런 필요를 충분히 잘 충족시켜 주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나와 나 자신의 주위를 보다 컴팩트하게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찾았다. 책이 영상물과 다른 것은,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면, 이 책은 그 점에 충실하다. 게다가 재미까지 있으니 중간에 포기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참 좋다.  

저자의 전작으로는 '위험한 심리학'이라는 책이 있는 모양인지라, 간혹 그 책의 내용에 대해 살짝 한 두번 정도 언급하는 대목이 나온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전작도 한번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잘 씌인 책이라 저자에게 믿음이 간다.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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