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위험한 관계학>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 - 개정판
에크낫 이스워런 지음, 박웅희 옮김 / 바움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당신께서 제대로 된 불교도이시고 훌륭한 스님들의 법문이나 훌륭한 글들을 접해 오신 재가신도이시라면, 이 책은 시시할 수 있다. 어쩌면 짜증까지 날 수 있다. 하지만, 불교적 문화를 그다지 접해볼 기회가 없으신 분이시라면, 신선하실 수도 있겠다. 어쩌면. 

  우선, 책은 대화체로 서술된 탓에 읽기 쉽다. 하지만 최신간은 아니다. 그냥, 2004년에 나왔던 책을 다시 냈을 뿐이다. 그러니 뭔가 새로운 최신의 자기계발 기술을 찾으시는 분들이시라면 실망하실 수도 있다. 내용면에서는 뭔가 쫓기고 사는 듯한 우리네 현실에 있어서 명상과 마음공부를 통해 떠밀려 사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나로서의 삶을 살아가자는 정도의... 굳이 요약을 해 보자면 그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불교도라면, 역시 늘 듣던 이야기 중에서도 아주 입문적이고 기초적인 수준의 겉핥기 정도라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저자는 인도인이고 미국에서 공부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관념에 빠져버린 듯한 노교수가 연상되었다고 하면 조금 무례일런지도.. 하지만 느낀 것은 솔찍히 쓰기로 알라딘한테 약속했으니까. 

  그럼, 왜 그렇게 느꼈는가? 대체로 학교에서 공부만 한 뒤에 강단에 서는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자아비판이니까. 그래서 늘 자신을 경계하고 철 좀 들자고 항상 자기반성을 하면서 산다. 뭐, 대신 산전수전 겪은 인간들만큼은 음험하지 않으니 그리 한심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학교에서 학위과정에만 있었던 사람들은 경제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 얼마나 음모와 배신으로 복잡한지, 자기 의지로 끌고 나갈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협소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도 대학원시절까지만 해도 내가 사는 세상에,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전부일 줄 알았으니까. 그래서 그 시절의 나는,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잠을 자지 않고 읽었고 번역했고 암기했다. 참으로 낭만적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책많이 읽고 영어 불어 독어잘하면 훌륭한 줄로 알았던 순박한 헛똑똑이였달까...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다. 숨쉬고 살면서 접하는 것이 전부 그것 뿐이니까,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라 그렇다. 내 얘기다.

 물론, 저자에게 트집을 잡는 것은 아니다.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제법 있다. 시간에 쫓기지 않기 위해서는 매사에 한발 앞서 준비함으로써 여유를 찾으라는 말씀이나 책을 스킵만 하지 말고 숙독하라거나, 조급증에 너무 휘둘리지 말아라같은... 유용한 지적도 해 주신다. 한번에 한가지만 해야 한다거나 지나치게 속도가 올라가면 통제가 되지 않는다거나,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감정만 남을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해 주시기도 한다. 당연히, 지극히 옳은말씀!!! 그런부분은 절대 지지한다. 일찍 일어나는 일도, 책은 곰곰히 생각하며 깊이있게 숙독해야 한다는 것도 참으로 참으로 맞는 말씀이다.  

  저자는 스스로 자신께서 깊은 사색과 지혜로 인생진리를 깨달으신 '구루'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하지만, 생업을 위해서 위험에 내몰리는 인생을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계신지는 모르겠다. 소위, 88만원세대의 절박함을 아실리는 없겠지.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서 빨리 빨리를 연발하며 하루에 투잡을 뛰어야 하는 우리네 가장들을 이해하시기도 어렵겠지. 과부하가 걸리든 말든 해야할 일은 산처럼 쌓여 야근에 스트레스에 수면부족에 시달려야 하는 우리네 인생사도 듣보잡 딴나라 이야기이시겠지. 물론, 미쿡에 계신 인도인'구루'시니까. 

 이 책은 낭만적이다. 선생님께서는 스트레스와 폭풍을 즐기며 우리가 강하게 성장하길 그윽한 목소리로 권고해주고 계시지만, 사회안전망 밖으로 내몰리는 현실 속의 당사자는 스트레스와 폭풍으로 인해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2011년 한국사회에서 생존문제로 위협을 느끼며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강도보다는 조금 과하게 쎄지 않을까 싶다. 

그냥 재미삼아 성격상 빨리 빨리를 외치면서 스트레스받고 쫓기듯 사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해본다. 문제는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 죄다. 누구나 종신교수직이 보장된다면, 세상을 조금 더 따스하게 바라보며 마음의 속도를 한없이 한없이 늦추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있다. 아니, 아니. 뭐가 된다면 할 수 있다, 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바보가 아닌이상, 부자가 되면 행복해 질 수 있어, 라는 말 따위가 진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때에 가능한 것이고 인생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 마음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 꼭 무엇이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네 인생사에 외부적 한계란 아주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물론, 내가 바뀌면 세상의 의미도 바뀌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달이 빠져야 하는 공과금이나 입에 들어가야 하는 밥값은 변하지 않는다. 요는, 세상의 속도에 맞추지 못하면, 굶어야 하는 현실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존경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우리 '에크낫 이스위런'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에 너무나 와 닿으면서 무조건 고개가 끄덕여진다고 하기는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아닌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하기엔 어려움도 없지않은 적지않은 미묘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쫓기며 산다고 양보도 못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이 사는 것은 품격의 문제다. 시간에 쫓기고 성과에 쫓겨도, 품성과 품격에 따라 양보도 할 수 있고 배려도 할 수 있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삶을 한번 돌아보기에는 좋은 책이다. 적어도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 중 몇가지에 대해서는 생각하게 하니까. 그게 어디냐. 아무 생각없이 사는 인간이 대한민국에 9할 이상인데.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책은, 짧은 소견으로는 2종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 하나는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객관성을 갖고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책. 또 하나는 좁은 세계를 살아온 자기 경험을 전부라고 생각해서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우월감으로 이렇게 살아라 하고 당위적으로 가르치려 하는 책.  

자기계발서를 뒤적이는 이유는 딱 한가지이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잘 살고 싶어서이다. 지금보다는 꿈에 더 가까이 가고 싶어서.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돈을 벌고 싶어서. 지금보다는 휠씬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이다. 행복에 있어서 내적 변화는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스크루지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그러게 우리 찰스 디킨스 형님께서는 알고 계셨던 것이다. 인간은 내적 변화로 얼마나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는지를. 이 책은 그런 내적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각없이 쫓기며 사는 우리들에게 스스로의 인생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이다. 거기서 한발짝만 더 나아갔더라면, 이 책은 깊은 감동을 몇 배는 더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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