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차이/골드포인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골드포인트 - 숨어 있는 치명적 문제를 발견하는 힘
우치다 카즈나리 지음, 고정아 옮김 / 비즈니스맵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하시고 게이오기주쿠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하신 뒤에 와세다 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로 계신 우치다 카즈나리 상께는 무척 죄송스런 이야기지만, 이 책을 만일 우치다 상이 내 학생으로 계시면서 이 책을 연구논문으로 제출했다면, B- 이상은 드릴 수 없겠다고 말씀드리겠다. 그것도 실은 C+에 가까웠지만, 알라딘에 쌓인 정과 번역하신 고정아님의 노고를 생각해서 B-까지나마 드린 것이라고. 

 

  일단은 제목이 쌈박하다. '골드 포인트'. 뭔가, 무척 있어 보이지 않는가?! 인텔리 냄새도 물씬 풍기고! 적어도 서론 부분을 읽을 때 까지만 해도 제목 만큼이나 내용도 기대를 하게 했다. 하지만, 서론정도의 부분이 넘어가자 조금 의아함이 생겨났고, 후반에 갈 무렵에는 약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게 되었다. 

 

  먼저, 전체적인 문제제기와 시각은 훌륭하다. 그런 문제제기와 관점은 A+를 드리겠다. 하지만, 그 주제에 비해 세세한 내용을 풀어나가는 깊이의 빈약함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무슨 근거로? 예를 하나 들어드리겠다. 이 책에서 사용하고 있는 '골드 포인트'라는 개념은 도구개념으로서 그 정의는 23페이지 11번째 줄에 나오듯 '진짜 문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의미한다. 그런데 53페이지에서는 골드 포인트와 현상을 구별하라는 주제에서 현상과 골드포인트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문제점이 '회사에 도둑이 들었다.'일 경우를 들면서 문제점 밑에는 이 '문제점'이라는 것은 현상*관찰 사실이지 골드포인트가 아니라고 적고있다. 개념의 혼동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앞서의 글에 의하면 골드 포인트는 진짜 문제. 그런데 문제는 현상이자 사실이다. 그렇다면 문제라는 개념을 양면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왜 굳이 쉽게 분류해 설명할 수 있는 것을 뒤죽박죽으로 해 놓고 출발하는지, 나는 지려천박한 지능에 무식한 탓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사회과학에서 용어를 정확하게 정리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논의도 불가능하다. 적어도 석사시절 나는 그렇게 배웠다. 그리고 그런 모호함으로 연구논문을 쓸 경우, 지도교수님께 말장난한다며 1시간이 넘는 질타를 받곤 했다. 우치다 상께서도 석사시절 그렇게 배우셨을텐데 말이다. 만일 지도교수가 버린 자식이었다면 아무말씀 안하고 넘어가셨겠지만. 

 

  골드포인트는 진짜 문제를 의미하는데, 그 전제인 문제는 현상이고 사실이라... 그렇게 해서는 현상과 골드포인트의 경계선이 조금 모호해진다. 뿐만 아니라 58페이지에서는 경영난에 빠진 레스토랑에 대해 적으며 현상과 골드포인트를 이렇게 구분하고 있다. [현상: 맛이 없다, 손님이 들지 않는다, 교통이 불편하다, 주차장이 없다, 실내장식이 세련되지 못하다, 건물 외관이 허술하다, 가격이 비싸다, 종업원이 불친절하다, 가게 주인의 태도가 나쁘다], [골드포인트: 가격에 비해 맛이 없어서 다시 찾는 손님이 없다, 교통이 불편한 곳으로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주차장이 없다, 맛은 좋은데 건물 외관이 허름해서 처음 온 사람들이 선뜻 들어서기 어려운 모양이다] 하아... 이쯤에서 나는 한숨이 나왔다. 잘 보시라! 이 글에서의 골드포인트란 현상 몇개를 접속사로 묶어 놓은 것이 아닌가? '가격에 비해 맛이 없어서 다시 찾는 손님이 없다는 골드 포인트'는 '가격이 비싸다'와 '맛이 없다'와 '손님이 들지 않는다'를 단지 묶어 놓은 것이 아닌가?!  

 

  이래선 골드 포인트와 현상이 구분조차 되지 않는다. 글쓴이가 구분하지 못하는 듯이 보이는 개념을 문외한인 독자의 경우에 어떻게 구분하고 개념지으며 읽는단 말인가? 게다가 나름 문맥에 따라 개념을 정리하며 읽는다고 해도, 중간 중간 이해되지 않는 개념사용과 적절하지 못한 설명은 또 다시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게다가 중간 중간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사례와 분석은 가끔 독자를 당황하게도 만든다. 예를들어 저출산과 고령화의 문제에서 이민을 늘리고 여성이 일하기 쉬운 환경을 구축하고 고령자의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고령자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해 젊은 사람들의 부담을 줄이거나 작은 정부를 만들어 복지제도를 재검토하거나, 자치단체에서 고령자가 즐겁게 활약할 시책을 강구해 활기를 찾는다는 등의 대안은 문제의 문제성을 정확히 이해한 것인지 조차 의심스럽게 했다. 저출산 고령화의 진짜 문제는 통합사회의 미래지향적 성장동력의 상실 아니었던가? 아이가 없어 문제일 때는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 외에 아무리 잘난척하며 수식어를 영어든 불어든 아랍어든 붙여도 남에 다리 긁는 소리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은 비지니스에 관련된 서적으로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인가? 아니다. 나는 그래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오만한 문장에 산만한 사고로 씌어진 책이기는 하지만 그 문제제기와 관점의 훌륭함은 그것 자체로서도 매우 탁월한 배움을 준다. 그 탁월함이 무엇이냐고? 문제 상황에서 그 원인으로서의 진정한 골드포인트를 찾아보고 그 중에서 쉬운 것부터, 효과가 나타나는 것부터로 시작해서 전체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내용은, 내게 신선한 배움이 되었다. 말 그대로 '숨어있는 치명적 문제를 발견하는 힘'에 대한 배움이다. 

 

  독서는 책의 내용 자체에서 배우는 경우도 있지만, 책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배워 자신의 지식을 재구성하는 데에도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저자의 겉멋에 좀 취해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새로운 관점을 통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와 사고의 폭을 넓혀 줄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다. 그러니, 조금 의아한 부분은 있다 해도 완전히 '사쿠라'는 아니란 얘기다. 

 

  나는 이 책을 KTX와 지하철에서 읽었다. 그리고 그 덕에 어찌보면 흘려보낼 수도 있을 만한 시간을 무척 가치있는 시간으로 재창조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재에서 다시 한 번 읽을 때에는 또 다른 깨우침을 찾을 수 있었다. 독서의 기쁨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일장 일단이 있지만, 분명 자신을 성장시키는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하리라 생각한다.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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