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실수는 무리수 - 수학 중독자들이 빠지는 무한한 세계
이상엽 지음, 이솔 그림 / 해나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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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수포자들의 인공호흡-대부분의 실수는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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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회복 -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정의
주디스 루이스 허먼 지음, 김정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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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 했을까? 표지에 길게 난 상처를 만진다. 이미 회복 된 건지 아니면 여전히 도드라져 있는 상처인지 모르지만 여운이 길게 남았다. 이미 이 책은 울림을 준다.


트라우마를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단어가 주는 무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아서 가해자에 분노하거나 피해자의 상처를 모른 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주디스 루이스 허먼은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진단명을 처음 명명하며, 트라우마 연구와 치료 분야 세계 최고라 일컬어지는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 교수다. <근친 성폭력, 감춰진 진실>, <트라우마> 등 젠더 피해자의 트라우마 회복에 공동체의 진실에 대한 인정과 정의 세우기를 강조하면서 <진실과 회복>으로 트라우마 연구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한 역작으로 꼽힌다. 이 책은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 학대 같은 일상적 폭력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데 사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룬다.


"경찰과 법조 인력의 개입은 아무리 선의의 개입이라 할지라 해도 그로 인해 생존자의 통제력이 박탈되는 경우에는 추가적 피해가 야기될 수 있는 것이고, 생존자를 존중하고 힘을 실어주는 법적 개입이야말로 생존자가 겪은 피해에 대한 정의롭고 치유적인 배상의 방법인 것이다." 8쪽, 서론


어떤 트라우마에서든지 본격적인 회복의 전제는 생존자가 안정감을 찾는대서 오는 능동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때 생존자의 능동성에 대한 외부 통제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아무리 선한 의미라 할지라도 생존자에게는 다른 의미로 여겨질 수 있음을 지적하는데, 마치 위로랍시고 상처를 후벼파는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는 짓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미국의 유명 팝스타 알 켈리가 저지른 혐오 범죄와 관련해 여성차별과 미소지니의 상호작용이 여성 학대를 용이하게 만든다며 가해자(남성)에 대해 관대함을 지적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여성에게 몰래 마약을 먹이고 강간한 장면을 담은 영상을 유포한 범죄로 5년 형을 받고 풀려난 유명 가수였던 정준영의 성폭력 범죄가 떠올랐다.


그 사건에 연루된 빅뱅의 승리, 최종훈 등 여러 가해자가 있음에도 정준영이 다 덮고 가는 모양새처럼 보이기도 해서 불만이지만 어쨌거나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저자가 지적하는 여성이나 아동을 소모품으로 보아 왔음이 명백해서 대한민국 역시 가해자에게, 혹은 돈에 관대하다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 미국의 알 켈리는 55년 형을 받았지만 대한민국의 정준영은 고작 5년을 받았다.


반면, 개인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그렇게 군림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피해자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때, 가해자는 형기를 채우고 나면 그만인 것일까? 같이 몰려 다니며 놀았던 일당 중 한 명이던 로이킴과 최종훈은 음반도 내고 일본으로 건너가 공연도 하며 잘 먹고 잘 살게 만드는 진실에 대한 정의는 없다.


이런 일들에 저자는 가해자의 처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기에 진정한 사과가 선행되어야 함을 지적한다.


한편, 인권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용인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일지라도 죄를 인정하고, 사과가 아닐지라도 공동체 기준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았다면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야 하지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통으로 일상으로 회복되지 않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가해자의 처벌이 어떤 의미일까. 그래서 가해자의 처벌보다 피해자의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법전이 있고 심지어 법정도 있지만 이런 것은 그저 독재자나 지배 집단의 임의적 권력의 도구일 뿐이니, 정의는 없다." 37쪽, 독재의 규칙


39쪽, 폭력 도표


독재자에 관한 내용에 뻑뻑한 고구마가 목에 왕창 걸린 듯 답답해지는 문장이다. 검찰 공화국이 된 대한민국 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느낌이다. 권력의 도구, 정의 따위는 찾을 수 없는 현실이 암울하다.


양재동 ㅎ마트를 대통령 행차에 한 단에 오천 원을 넘나들던 대파가 875원으로 내렸다. 대통령은 합리적 가격이라 했지만 우리 동네 대파는 몇 달째 여전히 오천 원이다. 눈가림일지언정 물가를 권력으로 잡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웃프다.


독재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저자는 이런 독재자들이 어떻게 권력을 손에 넣고 개인을 굴종시키는지에 대해 적나라하게 기술하면서 대부분의 시민을 무언의 방관자였기에 가능한 일임을 지적한다.


​​"학대 가해자로부터 사죄 받으려고 한 적이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였고, 실제로 사죄 받은 사람은 더욱 소수였다." 120쪽, 사죄


가해자를 용서하는 일이 가능하려면, 실제로는 그럴 것 같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럴 수 있다면 진심 어린 사죄가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가해자는 아주 소수고, 실제로 그렇게 한 가해자는 더욱 소수라는 것을 저자는 확인 시킨다. 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확언하는 게 어렵지만 그렇다면 용서는 개나 줘버리지 않을까.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엠티에 갔다가 윤간을 당하고 자살한 딸의 시원한 복수로 가해자의 머리통을 깨부수고 저승에서도 딸과 마주칠까 눈알을 파낸 노인의 행동을 보면서 공감하게 된다. 무섭지만 역시 가해자와의 화해는 쉽지 않을 것 같다.


280쪽, 가장 오래 걸리는 혁명


이 책은 아동기 성 학대,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가정폭력 생존자 중 여성 26영, 남성 4명의 인터뷰를 통한 증언을 수집하여 연구한 논문이 바탕이다. 하지만 권력, 정의의 비전, 치유의 3부로 이루어진 젠더 통찰은 피해자의 트라우마 회복에 사회 정의는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이런 단면은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데다 남성우월주의가 여전한 한국의 현실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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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회복 -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정의
주디스 루이스 허먼 지음, 김정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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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은 피해자의 트라우마 회복에 사회 정의는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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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을 위한 글쓰기 - 좋은 브랜드에는 좋은 언어가 있다
김일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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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는 것만큼이나 워낙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글쓰기 책이라면 무조건 기웃대고 본다. 그러다 보게 된 또 하나의 글쓰기 책이 이 책이다. 브랜드와 관련된 책이라길래 카피라이팅에 관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소한 BX 라이팅이라니.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저자 김일리는 브랜드 마케터다. 브랜드 개발에 핵심 콘셉트를 발굴하고 다듬는 일을 한다. 강연 프로그램 <클래스 101>로 BX 라이팅을 알렸다. 그리고 '글이 가진 힘을 믿는 이들에게 브랜딩을 잘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글과 브랜딩이 만났을 때 폭발하는 시너지를 느껴보라 한다. 명료한 글에 은근 기대감이 높아진다.


"목적이 수단을 결정할 때도 있지만 수단이 목적에 영향을 주는 일도 참 많다." 8쪽, 프롤로그


멋진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결과만 만들고 보자는 흐름에선 수단은 어떤 것이든 상관없을 텐데, 수단이 정해지고 목적을 향하다 보면 되레 잘 풀리는 경험을 하기도 해서, 아니 많아져서 그런지 그냥 흘려 듣게 되지 않았다.




BX 라이팅(Brand Exprerience Writing)은 브랜드가 펼치는 모든 활동과 경험이란 의미로 정의한다. 여기에 페르소나(인격), 화법, 언어의 세 가지 영역으로 확장하면 좀 더 원하는 표현을 잘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브랜드 키워드를 찾는 여정은 그럴듯한 단어들로 포장하는 게 아니라 숨어 있던 본질적 요소를 하나하나 끄집어내 각자의 위치에 되돌려 놓는 과정이 아닐까도 싶어요. 그래서 단순히 키워드를 정의 한다는 표현보다 '발굴' 한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것도 같고요." 52쪽, 긴 항해의 나침반이 되어줄 브랜드 키워드 발굴하기


BX 라이팅 전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하다 꼽을 만큼 '브랜드 키워드 찾기'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저자의 설명은 이 분야에 문외한이라서 엄청 이해되거나 피부에 확 와닿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읽으면서 오호, 라는 감탄이나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식의 모험을 암둔 사람처럼 기분 좋은 흥분감이 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 밝힌 것처럼, '그냥 책을 읽는다'가 아니라 그와 '회의를 하고 있다'라는 감각이 확실히 든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식이 아니라 그의 차근차근한 설명을 듣고 골똘히 생각을 펼치게 된다. 그런 나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우선 나 자신을 브랜드화 해보고 싶고 키워드를 발굴하고, 메니페스토로 정의해 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댄다.


예전에 읽었던 나하나의 책 <일터의 설계자들>에서 '우아한 형제들'의 사내 분위기를 접하면서 이런 회사에 근무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한 적이 있다. 27년 동안 일터에서 고군분투 하면서 듣도 보도 못한 분위기라서 부러웠다.




11가지 방법 정도로 일을 신나게 창의적으로 잘 할 수 있다는 게 믿기 힘들지만 읽다 보면 부정할 수 없는 기발함이 있다. 한편 재치 속에 담긴 궁서체 같은 진지함도 갖추고 있긴 하지만. 그중 11이 눈에 띄었다. 현재의 내 상태와 완벽하게 일치하는데 떠나야 할 타이밍이라니 고민이 든다.


"조금은 뜬금없는 활동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브랜드를 향해 이런 미래형 질문들, 상황 변화형 질문들을 던지는 것은 아주 중요 하고도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 지거나 과거에 비해 매력도 혹은 충성도가 급격히 하락한 브랜드를 보면 그 필요성이 더 절실히 느껴지죠." 177쪽, What-If 워크숍을 시작해 보자


요즘 드라마나 미디어를 보면 복지가 돌봄으로 등치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와 결을 같이해 '장애인 복지의 미래'라는 화두로 세미나나 워크숍들이 열리곤 하는데 어쩌면 What-If 기법이 얼마간 해법을 찾아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카콜라나 할리데이비슨 같은 저자가 알려주는 사례를 눈여겨 보게된다.


208쪽, 브랜드 슬로건을 정하는 방법


캬, 기발하다 못해 팬덤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로 슬로건 하나에 잉어빵이 고급지게 느껴진다. 도대체 연구소에서 만들어지는 황금 잉어빵은 리어카에서 만들어지는 황금 잉어빵과는 어떤 차이가 날지 꼭 먹어보고 싶지 않은가. 그 달리는 연구소는 오늘 어디에서 팬덤을 만들고 있을까.


"글이든 콘텐츠든 정작 중요한 건 분량이나 포맷 자체가 아니라 그 형태에 접근하는 관점과 마음가짐이다." 241쪽, 긴 글쓰기와 스토리텔링


마음가짐이라니. 나는 늘 언제나 짧든 길든 글에는 진심인데 누구 하나 눈여겨 보는 사람이 없다. 열에 아홉은 내가 생각해도 '잘' 썼다는 생각도 갖기 쉽지 않아서 저자의 코칭을 차근차근 따라 가다보면 내 글쓰기도 어떻게 달라질까 기대 된다.


292쪽, 우리 브랜드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Next Word는?


분명, '다음'이라는 이 주제는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는 중요한 화두다. 장애는 생애 주기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고, 특히 인구가 노령화로 접어 들면서는 장애는 더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장애'만 특화된 복지는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런 변화에 적응할 다음 키워드를 찾는 것은 분명 시급한 숙제다.


이 책은 딱히 브랜드에 국한한 마케팅 책이 아니다. 브랜드가 왜 브랜드로 회자되는지 또 어떻게 강화되는지 같은 특정 상품에 대한 브랜딩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조직이나 개인의 브랜딩에도 도움이 된다. 이 책,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을 사람은 없겠다. 마케팅 하는 사람도 관계없는 사람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2쇄를 위한 지적, 43쪽 9줄 발저 오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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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을 위한 글쓰기 - 좋은 브랜드에는 좋은 언어가 있다
김일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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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하는 사람도 관계없는 사람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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