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을 통과하는 여름이 있다
조성희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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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작가 소개도 내 이름이 적힌 다정한 글에서도 감성이 쏟아졌다. 다정함으로, 잘 있어라고 대답까지 하고 싶어질 정도로. 목차를 따라가다, 여름에서 겨울로 지나는 사이에 있는 그의 계절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 중에 '숨기 좋은 곳'이 궁금했다.




요즘은 씹는다기 보다 마시는 쪽에 가까운 죽처럼, 시도 술술 읽히는 에세이나 소설처럼 읽고 있는 나를 종종 발견한다. 예전에는 시를 잘 씹지 않으면 넘기기 어려워 의무감으로 꼭꼭 씹게 되는 현미밥처럼 그렇게 꼭꼭 씹으며 중얼거리고 되뇌고 고개도 젖히고 느릿하게 읽었었는데. 다 옛말처럼 그렇게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시인은 현미밥처럼 만들어, 그가 예상한 게 빗나가서 다행인 그의 시가 이상하게 좋으면 어쩌지, 라는 예상을 하게 되는 마음이 들었다.


​초록 눈물은 왜 초록일까, 생각한다. 그리고 누구의 눈물이 건데 밥에 매달려야 가라 앉을 만큼 무거웠을까, 염려하는 마음도 된다.


20쪽, 초록 눈물을 삼키는 방법


갈비뼈는 존재하는 것에 거의 가까워질 수 있는 슬픔을 담,아서 연인에게 가까이 갈 수록 아프고 상처로 얼룩질까, 하는 발칙한 상상이 들어 웃었다. 그러고 있으니 아내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갈빗대가 가렵다.


위로


네가 한번 해볼래

얼마나 어려운지


달콤한 사탕을 꺼내 보여도 소용없어

혀끝으로 느껴지는 맛은 깊이가 없으니


차라리 그 혀를 먹어버리는 게 낫다니까


하루에도 백만스물한번씩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위로를 어쩜 이리 잘 표현했을까. 매번 매사 영혼 없이 떠도는 고작의 위로만 주고받는 누군가는 부끄러워 질만 하다. 사실 누구랄 것도 없지 않을까? 다 그러고 사는 거지.


시집은 뭔가 사라지는 것들이 있는데 막 슬프진 않고, 그렇게 사라지는 것들 뒤에 뭔가 딸려 오는 게 있어선 가? 여하튼 심장 모니터에 그어진 직선처럼 감정은 리듬은 잃었지만, 다정한 시어들은 요동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렇게 스민다.




"버스는 바다를 지나고 언덕을 넘어 겨울과 봄을 통과해 옵니다." 105쪽, 경유하다


도대체 그 버스는 어디를 경유해서 언제쯤 내게 올까요. 기다리는 게 참 많이 고된 일이군요. 버스에 희망은 탔을까요? 어디를 경유하고 있을까요. 그냥 꿈만 꾸긴 싫어서 기다리게 됩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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