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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느낌이 틀린 게 아니라면 포크너는 그 어떤 인위적 기준을 불문하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뱀처럼 똬리를 튼 일반화를 균열시키고자 했던 사람. 그로써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내고 싶어했던 작가. 선악의 모호함과 좌우고저 어떤 차원에서 보든 온통 모순으로 가득한 현실을 줄곧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했던 한 인간. 태어난 이상 원하든 원하지 않든 벗어날 길 없는 소란과 분노의 문명 속에서 그럼에도 거두고 싶지 않았던 연민의 시선과 끝내 구원에 이르리라는 불씨와도 같은 그의 이야기들.

이런 포크너의 시선과 크게 다름이 없어 보이는 2002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 2018 이창동의 <버닝>, 2019 봉준호의 <기생충>. 지난 날, 대한민국 영화계 거장들의 가상현실 속 부자는 죽음으로 끝을 맺었다. 고백이건 고발이건, 내면의 발현이건 현실 사회의 어느 부분이 투영되었건 어느 한쪽이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곱씹어 볼 만한 결말. 절대악도 절대선도 아닌 그들의 부자와 빈자. 아이러니의 연속 끝에 도달한 상대적 빈자들의 살인. 충동과 충돌. 여운이 채 가시질 않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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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즈버그, 오하이오 세계문학의 숲 49
셔우드 앤더슨 지음, 김선형 옮김 / 시공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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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참전군인이자 감옥수였던 평범한 아버지들 중의 아버지와의 이야기로 시작해 이제 자신도 한 아버지가 되어 세상을 이해하길 돕는 몇 가지 진실들을 엮은 단편집.

덧, 동시대를 살았고 서로의 존재를 알았던 교우 제임스 조이스의 의미심장한 한마디.

˝ For myself, I always write about Dublin, because if I can get to the heart of Dublin I can get to the heart of all the cities of the world. In the particular is contained the universal. ˝

아래 글은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에서의 한 이야기 <철학자> 중, 원서로부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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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 - 개정판
크누트 함순 지음, 우종길 옮김 / 창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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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카뮈의 말이 맴돌았다.

“사르트르와 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절대적인 합리주의 또한 믿지 않아요.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쥘 로맹도, 말로도, 스탕달도, 폴 드 코크도, 사드 후작도, 앙드레 지드도, 알렉상드르 뒤마도, 몽테뉴도, 외젠 쉬도, 몰리에르도, 생테브르몽도, 레츠 추기경도, 앙드레 브르통도 다 마찬가지죠.

그 모든 사람들을 다 같은 유파로 간주해서야 되겠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이런 건 그냥 접어두는 게 좋겠어요. 사실, 신의 은총 속에 살고 있지 않은 모든 사람들에게 흥미를 갖는 것에 대해 내가 설명을 해야 할 까닭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들에 대해서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되었지요. 왜냐하면 그들의 수가 훨씬 더 많으니까요.”

<스웨덴 연설.문학 비평>, 1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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