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개 매그레 시리즈 5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단상

1.
사건 조사를 할 때면 행해지는 범행동기의 취조 및 분석 과정에서 오류란 없을까? 조사자건 용의자건 문장으로 드러낸 동기와 과정이 과연 실제 일어난 그것과 정확히 일치할까?

2.
당신에겐 어떤 특정한 사건만이 수수께끼로 느껴질지 몰라도 나는 거의 매순간 매행위가 수수께끼라오. 나는 우리 모두의 매순간 매행위가 사건으로 느껴질 때가 있소. 문득 떠오른 대사.

3.
시대정신 안에서 구성되는 인간들의 사고. 절대 우위의 가치관이란 애초 없는데 인위적인 정답과 진리로 이루어진 세계. 훗날 뒤집어질지도 모르지만 현재 진리라 여겨지는 신념들. 뒤집힌다면? 거대한 사건이 될 그날 이후는? 여태껏 살아온 삶이 깡그리 제거되는 듯한 느낌을 감당할 수 있을까? 감당할 수 없을만큼 두렵기에 벌어지는 진실에 대한 회피. 현실 부정. 관성. 무지의 끌어안음.

4.
내가 만약 소설을 쓰게 된다면, 오로지 나만이 쓸 수 있는 소재와 문체로 남기고 싶다. 그럼에도 나와 같은 흔한 소시민들이 읽고서 삶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부조리를 사람들이 인식하고서.

5.
어느 날, 가난한 동네든 부유한 동네든 범죄가 발생한다. 대중들은 분노한다. 가해자의 행위 그 자체에 대해. 뒷배경은 알려고 들지 않으며 알고 싶어도 언론은 유독 그것을 통제하려 들 뿐만 아니라 표면적인 이유에 집착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처벌의 절차와 규제 강화로 이어진다. 사회는 한층 더 자유가 구속되기 시작한다. 이 일련의 과정들의 결과는 자발적인 구속이 아닐 수 없다. 모두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인을 놓고 봤을 때, 해석은 여럿이지만 현실은 하나다. 잔혹한 범죄가 행해지기까지의 동기에 영향을 미친 작고 큰 종류의 무수한 원인들. 대놓고 보이는 것들과 앞에선 보이지 않지만 뒤에서 행해지는 일련의 사건들. 고도가 높은 곳은 구름에 가려져 있고, 고도가 낮은 곳은 안개로 가려져 있다.

6.
추리소설의 매력? 논리와 이성을 기반으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고, 그걸 추적하는 과정에서 복잡하고도 단순한 세상 속 생리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점 아닐까. 글의 종류 중에서도 이성과 논리라는 기준을 들이댔을 때 한 극단에 자리잡은 것이 추리소설 아닐까? 반면 반대편의 극단에는 시가 있지 않을까? 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듯한 무언가를 말로 표현하는 힘이 있다. 과학으로도, 이성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정확히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의미를 열어둔 채 무언가를 말할 수 있다.

7
비유와 상징의 기능이 없다면 문학은 무의미 할 것이다. 하나의 이야기를 접하면 현실 속 또 다른 하나의 삶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것이 여전히 문학이 가능한 이유가 아닐까?

8.
어떤 공부가 좋은 공부일까? 확장을 선호하는 나는 이 방법이 맞는듯하다. 평소 마음에 담아두던 가치관이 담긴 문장을 글로 써본다. 그리고 그 반대되는 무엇에 해당하는 걸 찾아 읽고서 글로 생각을 정리해본다. 인지부조화를 일으키고 균열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틈을 새로운 지식과 경험으로 메꾼다. 과정을 반복한다. 그래야만 한다. 한 권도 안 읽은 사람보다는 오직 한 권만 읽은 사람이 무섭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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