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 백수린 작가의 <참담한 빛>을 읽고, 글을 잘 쓰는 소설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소설가인 그녀가 빵과 책을 매개로 삶에 대한 마음을 기록한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에 관심을 가진 건 그런 기억 때문이다.

읽고 쓰는 나날을 기록한 소박한 글들이 온기, 라는 단어와 어울렸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p. 6)처럼 이 책은 따뜻하고 다정하다.

 

이 책을 읽고 놀란 건 작가의 방대한 독서량이다.

소설가가 되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그 말처럼 작가는 이 산문집에서 읽은 책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그와 연관되어 확장된 생각, 그리고 어울릴 만한 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소설가가 안 됐으면 빵을 만드는 사람이 됐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름을 알지 못하는 많은 빵이 등장하는데 어떤 모양과 맛일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많은 책 중 읽은 건 몇 권 되지 않아 내 짧은 독서력에 한탄하기도 했다.

 

크게 다섯 개의 주제로 나누어진 산문집에서 소설 쓰기에 대한 작가의 진솔한 고민과 각오에 나는 관심이 더 갔다.

소설을 계속 쓰고 싶다. 물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해 헤엄치는 사람처럼, 그렇게. 어딘가에 가닿을지는 알지 못하지만, 필사적으로 한동안은 더 그렇게 소설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 p. 72).’는 작가의 말에 안도가 된다.

작가가 소설을 쓰는 한 나는 작가의 소설을 읽을 수 있으니까.

작가의 다음 소설을 기다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획자의 습관 - 스치는 일상을 빛나는 생각으로 바꾸는 10가지 비밀
최장순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기획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히 거창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기획자의 습관>의 저자는 기획은 거창한 게 아니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곧 기획이다.

기획은 ‘어떻게 하면’이라는 ‘방법(How)’의 차원, ‘하면’이라는 ‘실행(Implementation)’의 차원, 그리고 ‘되지?’라는 ‘효과(Effect)’의 차원을 동시에 담고 있다.

원하는 결과를 먼저 정하고, 그것이 효과로서 나타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기획은 특정 대상에 대해, 특정한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행동을 디자인하는 것이다(p. 25-26),라고 정의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기획자의 첫 번째 습관은 생활습관이다.

사진을 보거나 해시태그를 보더라도, 남의 대화를 엿듣거나 거리를 걷는 중에도 깊이 있는 관찰을 통해 트렌드를 읽고 기획과 연결한다.

정보들을 유형별로 나누어 기록하고 정리하는 습관은 정보를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 기획을 위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고자 하는 습관이다.

기획자의 두 번째 습관은 공부습관이다.

공부에도 노력이 필요하고 제대로 된 한 권의 책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책을 읽을 때 끝까지 못 읽는 때도 있는데 그러면 왠지 모르게 오는 죄책감이 있다.

그래서 저자의 완독 콤플렉스를 버리라는 말에 위로가 됐다.

기획자의 세 번째 습관은 생각 습관이다.

저자는 언제나 기획을 할 때 ‘왜’라는 문제를 고민하고,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업의 본질을 고민한다.

이런 고민은 기업이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포괄적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p. 235).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생각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의 일상은 기획의 연속이다(p. 278).

기획은 언제나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한 것이었다.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작은 차이의 연습, 그것이 기획의 본질이다(p. 280).

이 책을 읽고 스치는 일상에서 깊이 있는 관찰과 정리, 꾸준한 공부와 ‘왜’를 깊이 고민해서 더 나은 내일의 내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토벤 에세이
오홍렬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장 존경하는 대상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 줄 모르고 존경한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존경의 대상에게서 아무 영향도 받을 수 없다면 존경 그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말을 한 사람이 있다.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김종대 지음, 시루 출판사 펴냄)>의 저자, 김종대이다.

 

나는 <베토벤 에세이(오홍렬 지음, 생각나눔 펴냄)>를 읽으며 김종대의 그 말이 생각났다.

13살 된 시골 소년의 귀에 울려 퍼진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

운명처럼 이공계 기질인 저자를 단숨에 사로잡아 인문학적 소양까지 가지게 한 건 저자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바로 베토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베토벤의 음악이 나의 삶, 나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어버렸다(p.17).’라고 고백한다.

베토벤은 나에게 실재 새로운 한 우주를 계시하였고, 그는 신이 나에게 보낸 예언자였다(p.213).’라는 최고의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이 책은 베토벤의 음악과 그의 곡을 연주하는 최고의 연주자들, 베토벤과 여인들, 불멸의 연인,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독일 문화와 국민성, 독일 민요를 소개한다.

저자는 불멸의 연인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이는 베토벤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언제나 화목한 가정을 갖고 자기를 뒷바라지해줄 수 있는 아내를 갖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p.271).’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4장의 불멸의 연인은 마치 탐정이 수사하는 것 같은 기법을 사용하여 흥미로웠다.

베토벤이 불멸의 연인에게 쓴 3편의 편지도 수록돼 있다.

저자는 여러 사유를 들어 안토니 브렌타노가 불멸의 연인 같다고 했다.

안토니를 향한 베토벤의 감정은 열정이 아닌 연민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중 운명은 많이 들었던 곡이고 합창은 교회 찬송가에도 있는 곡이라 반가웠다.

영웅이나 전원이 쓰인 배경도 알게 되었고 그 곡들도 검색해서 들어보았다.

저자는 베토벤의 음악을 소개하고 그 음악에 해당하는 자작시를 수록해놓았다.

베토벤의 음악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이 그 시에 담겨있다.

 

저자의 열정으로 베토벤에 대해 알게 돼서 좋았다.

최고의 연주자들에 대한 음반 소개는 있지만, 해당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없는 것과 베토벤의 연보가 없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자의 클래식 - 음악을 아는 남자, 외롭지 않다
안우성 지음 / 몽스북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방문한 카페에서 대중음악이 흘러나오는 곳과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곳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카페는 좀 더 진중하고 차분하고 격조 있는 느낌이 있다.

감정을 배제한 채 살아가도록 강요당하는 남자의 감성마저도 풍요롭게 만드는 마법의 선율이 클래식이다.

<남자의 클래식>의 부제는 음악을 아는 남자, 외롭지 않다이다.

외로움마저도 음악에 녹여내어 안위를 얻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는 음악은 우리를 산책으로 이끌고 사색으로 인도한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내 감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p.11)라고 한다.

이 책은 쉽게 읽힌다. 클래식과 인문학의 접점을 찾고 있다는 저자의 말대로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 덕분인 듯하다.

 

저자는 독일과 영국 등에서 세계적 지휘자와 함께 솔리스트로 활동했던 바리톤이다.

그런데도 이 책에서 그의 오만함은 찾아볼 수 없다.

세계적인 클래식 대가들의 진지함에서 나오는 힘과 대가들의 태도, 소박한 낭만과 두려움 없는 열정에 대해 경의와 경탄이 이 책에 가득하다.

그의 이러한 겸손의 자세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이 책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음악가들의 일면이나 곡이 쓰인 배경 등이 서술되어 있다.

성악가라면 왜 그 성악가가 그렇게 유명한지를 짚어준다.

곡과 연관이 있는 명화들도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play list를 수록하여 곡에 대한 해설과 함께 QR코드를 삽입해 직접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감동이 배가 되는 순간이다.

저자의 친절한 해설에 따라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클래식의 감성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책을 읽는 내내 클래식 음악에 취한 기분 좋은 순간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리학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게 느껴진다. 물리학에 등장하는 용어 자체도 생경할뿐더러 그걸 설명하는 이론 또한 어렵다. 그런데 <우주를 만지다>는 물리학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미시세계를 다루는 작은 우주와 큰 우주를 다루는 거시세계, 빛과 진공, 상대성이론에 기반한 시간여행까지가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저자는 이를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은 호흡으로 차근차근 알려준다.

미시세계는 원자 수준의 세계를 말하고 거시세계는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세계를 말한다. 원자가 거시세계가 되려면 6*1023(아보가드로수) 개만큼 모여야 하는데 물 한 방울에 들어 있는 원자의 수가 그만큼이라는 것이다. 이 수치는 지구의 모든 모래알을 다 합치면 물 한 방울에 있는 원자만큼 될까? 라고 하며 원자가 얼마나 작은지 알려주는 식이다. 저자는 아보가드로수를 너와 나를 우리로 만드는 마법의 수로 소개하고 있다.

299792458, 이 숫자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 숫자는 빛의 속력을 뜻한다. 초속 299792458이 빛의 속력이며 이름이다. 이 책에는 엔트로피,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 용어만 알고 있던 것도 있고, 빛의 속력처럼 처음 알게 된 것도 많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매우 흥미롭다.

각각의 소주제 끝에는 소주제로 삼은 내용을 시로 근사하게 바꾸어 놓았다. 이 시들을 읽으면 저자가 얼마나 따뜻한 인간애 넘치는 사람인지, 그리고 장난기가 많은지 알 수 있다(특히 아내와 관련된 시가 그렇다).

물리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곁에 두고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