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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에세이
오홍렬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0년 8월
평점 :
가장 존경하는 대상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 줄 모르고 존경한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존경의 대상에게서 아무 영향도 받을 수 없다면 존경 그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말을 한 사람이 있다.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김종대 지음, 시루 출판사 펴냄)>의 저자, 김종대이다.
나는 <베토벤 에세이(오홍렬 지음, 생각나눔 펴냄)>를 읽으며 김종대의 그 말이 생각났다.
13살 된 시골 소년의 귀에 울려 퍼진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
운명처럼 이공계 기질인 저자를 단숨에 사로잡아 인문학적 소양까지 가지게 한 건 저자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바로 베토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베토벤의 음악이 나의 삶, 나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어버렸다(p.17).’라고 고백한다.
‘베토벤은 나에게 실재 – 새로운 한 우주를 계시하였고, 그는 신이 나에게 보낸 예언자였다(p.213).’라는 최고의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이 책은 베토벤의 음악과 그의 곡을 연주하는 최고의 연주자들, 베토벤과 여인들, 불멸의 연인,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독일 문화와 국민성, 독일 민요를 소개한다.
저자는 불멸의 연인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이는 ‘베토벤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언제나 화목한 가정을 갖고 자기를 뒷바라지해줄 수 있는 아내를 갖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p.271).’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4장의 불멸의 연인은 마치 탐정이 수사하는 것 같은 기법을 사용하여 흥미로웠다.
베토벤이 불멸의 연인에게 쓴 3편의 편지도 수록돼 있다.
저자는 여러 사유를 들어 안토니 브렌타노가 불멸의 연인 같다고 했다.
안토니를 향한 베토벤의 감정은 열정이 아닌 연민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중 운명은 많이 들었던 곡이고 합창은 교회 찬송가에도 있는 곡이라 반가웠다.
영웅이나 전원이 쓰인 배경도 알게 되었고 그 곡들도 검색해서 들어보았다.
저자는 베토벤의 음악을 소개하고 그 음악에 해당하는 자작시를 수록해놓았다.
베토벤의 음악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이 그 시에 담겨있다.
저자의 열정으로 베토벤에 대해 알게 돼서 좋았다.
최고의 연주자들에 대한 음반 소개는 있지만, 해당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없는 것과 베토벤의 연보가 없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