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들이 꼭 우리 같다. 우리 인생도 파도타기 아이가.”아이들과 송화를 좇고있던 버들은 홍주가 하는 말을 단박에 이해했다.홍주말대로 자신의 인생에도 파도 같은 삶의 고비가 수없이 밀어닥쳤다. 아버지와 오빠의 죽음, 그 뒤의 삶, 사진 신부로 온 하와이의 생활...어느 한가지도 쉬운 게 없었다. 홍주와 송화가 넘긴 파도 또한 마찬가지였다.젊은이들 뒤로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파도를 즐길 준비가 돼 있었다. 바다가 있는 한, 없어지지 않을 파도처럼 살아있는 한 인생의 파도 역시 끊임없이 밀어닥칠 것이다.버들은 홍주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저쪽에서 아이들을 따라디는 송화를 바라보았다. 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르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
방관자가 될지 어떨지는 상황에 따라 정해지는 게 아니라,그 상황을 대처하는 태도에 따라 정해진다. 방관자를 자처한 사람은 그 순간부터 처벌받지 않는 죄인이 된다.그리고 책임이 없는 만큼 때로 방관자는 가해자보다 훨씬 비겁하다.스스로 존엄성을 버리지 않는 한 사람은 그리 쉽게 타락하지 않는 법이다,네가 어떤 자신을 믿고 있는지, 어떤 자신이되고 싶은지. 모든 건 거기에 달리지 않았나 싶은데.아무리 절망하고 좌절해도 포기하지 않으면 잿더미에서 불사조가 부활하듯 다시 씩씩하게 일어설 수 있다. 선택 받은 자만이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자에게는 그 힘이 깃들어 있다.그래, 분명히 나같은 인간에게도.나는 무기를 내팽개치고 전쟁터에서 도망치려 한 패전병이었다. 도망치는 건 확실히 편하다.하지만 그 뿐이다. 편하게 지내면서 얻을 수 있는 건 게으름과 죽을 때까지의 시간 밖에 없다.모든 쌔움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