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진흙 창비청소년문학 71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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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의 내용은 이러하다. 학교에서 채드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마샬이, 채드를 피해 타마야와 숲 속에 갔지만, 채드를 만나 맞게 되었고, 그런 마샬을 지키기 위해 타마야가 채드의 얼굴을 진흙 범벅을 만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 13살 - 타마야, 마샬 그리고 채드의 이야기

 채드와 마샬은 같은 나이로 7학년이며, 생일도 9월 29일이다. 타마야는 두 살 어린 동생이다. 청소년 소설인 이 소설에서 두 사람은 가정 환경이 무척 다르며, 채드는 그로 인해 상처가 많다. 그 상처를 밖으로 분출한 것이 다른 사람을 상처주는 일이거나, '나쁜 아이'로 찍히는 일일 것이다. 작가는 아이들의 상처와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채드는 자신보다 똑똑하고, 자라온 가정환경도 다르다는 이유로 마샬을 싫어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건드린 것이 마샬이며, 결국 마샬을 때리다가 진흙에 맞게 된다.

 설상가상 그 진흙은 그냥 진흙이 아니고, 한 대체제를 만들기 위해 사용했던 미생물의 돌연변이가 증식했던 진흙이었다. 그 진흙 속 미생물인 에르겐이 빠르게 번식하면서, 발진을 만들고, 몸으로 점차 퍼지게 했고, 채드가 실종된 이유도 그 탓이었다. 얼굴에 묻은 진흙이 그의 얼굴에서부터 계속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속 괴롭히기만 하던 채드가 당함으로써 채드는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다. 숲 속에서 어딘가로 가지 못하는 상태의 채드는 이후 타마야가 찾아와준 이후로부터 순종적으로 그녀를 따르며 숲을 나가려고 한다. 결국 13살 아이들을 내세운 이 청소년 소설은 상처받은 아이에 대해, 그리고 그 아이의 순수함이 왜 이렇게 못된 아이로 변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 진흙 - 대체제, 그리고 사람의 욕심에 대하여

  그렇다면 이 진흙은 무엇일까. 미생물은 누구의 욕심으로 인해 태어난 걸까.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인구 수가 늘어나는 이 시대에 대체제는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으면서 무척 매력적이었던 부분이었기도 하다. '진흙'이 어떤 상징을 지니고 있다는 것. 이 진흙 속에는 세상을 구하고, 스스로가 유명해지고, 더 나은 과학적 세계를 도입하고자 했던 어른들의 욕망이 똘똘 뭉쳐있다는 것.

 아이들이 진흙 때문에 곤경에 처한 이후로, 소설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백여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허나, 이 부분에 대해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왜 '미생물'을 사용했는가 싶을 정도로 결말 부분에서 '미생물'이 전달하는 바가 없다. 그 욕망을 통해 만든 어떠한 물건이, 참혹을 불렀고, 그 참혹을 부른 자가 다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행복해진 것은 사실 단순한 구조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청소년 문학이라는 범주 내에서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글쎄. 그러기엔 진흙이 소설 내에서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 실종 - 그들의 우정을 다시 되찾으며

 이 진흙 사태를 해결한 것은 결국 타마야의 착한 마음이었다. 마샬을 채드의 폭행으로부터 구해준 것도, 채드를 숲 속에서부터 구해준 것도 타마야였다. 훈훈한 (나한테는 너무 찝찝한) 결말로 끝이 나고, 결국 세 사람은 좋은 사이로 남게 된다. 작가는 이 사건을 통해 채드도, 마샬도, 타마야도 변할 수 있을 거란 결말을 제시한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이끌어낼 수 있는 담론은 무척 좋다. 청소년들에게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 대체제 등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서평을 정리하며 내게 인상깊었던 구절을 적는다. 소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모든 것이 아름답지."

 "계속되면 좋겠어."

 "나도."

 타마야는 채드의 말이 세상이 계속 존재하면 좋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세상이 계속 아름답게 보이면 좋겠다는 뜻인지 알쏭달쏭 했다. 어느 쪽이든 간에 타마야는 채드와 같은 생각이었다. -206P


 나는 후자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은 세상이 아름다워서일까,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눈일까, 라는 원론적인 생각을 한다. 이 책을 덮으며 가장 많이 생각났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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