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나라 정벌 - 은주 혁명과 역경의 비밀
리숴 지음, 홍상훈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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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 상고시대 문명의 기원에 관한 것으로 신석기시대 말기에서 시작해 상주 교체기 즉, 은주혁명까지 1000여년의 시간에 걸쳐 있다.

고고학의 발견이 없었다면 알 수 없었을 아이들을 삶아서 먹는 등의 잔혹한 상고시대의 인신공양제사 풍속과 로마는 기독교에 귀의하고 아즈텍 종교는 스페인 식민주의자들의 천주교로 대체되면서 인신공양제사나 검투사 산업이 소멸했으나 상나라에 이은 주나라 사람들은 새로운 종교를 만들지 않고 세속적 인문주의를 취하여 극단적 종교행위와 거리를 두었으며 이는 '귀신은 경외하되 멀리하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자의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나라 문왕은 일찍이 은나라에 살면서 각종 인신공양제사 의식을 직접 체험하고 이것을 역경에 써넣었고 어떻게 하면 상나라를 멸할지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역경에 써넣었다고 하며 역경 곤괘 육삼효의 효사인 含章可貞 或從王事 無成有終 을 기존의 아름다움을 포함하면 올곧게 유지할 수 있다 혹 왕의 일을 따랐는데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결과가 있으리라는 해석과 달리 가오헝 선생의 고증에 따라 含章을 상나라를 멸하는 것으로 해석해서 상나라를 멸하는 일은 점복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로 해석한다는 등 상나라의 인신공양제도와 문왕을 통한 역경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사실과 해석을 만날 수 있어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역경을 획기적으로 당시의 언어로 해석했다는 도올 김용옥 선생님도 含章可貞 或從王事 無成有終의 해석을 그대는 문채가 빛나는 교양을 함장하고 있으니 점을 칠 자격이 있다 혹시 왕을 보좌하는 일을 해도 좋다 왕을 돕는 일에서 자신의 성취를 내세우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해석을 하셨는데 이 책에서 제시한 가오헝 선생의 해석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 올 수 밖에 없었고 역시 주역이라는 책은 심오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감사한 순간이었다.

신석기 시대의 촌락, 부락, 초기 국가의 형태와 사람들의 생활의 모습이 마치 옆에서 지켜보듯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하나라의 도읍으로 추정되는 얼리터우 지역의 연원과 벼농사와의 관계와 중국 최초의 왕조를 건립한 중요한 원인이 벼농사였으며 얼리터우 지역에 벼농사가 전파된 과정 그리고 용과 하왕조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역경의 건괘의 효사들에 등장하는 용들을 통해 역경 건괘를 폭넓게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고 전설인 줄만 알았던 하나라의 존재를 유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

주역이나 중국 고전들을 읽을때 막연히 생각하고 읽었던 하, 은, 주 중국 고대 국가들의 주거환경과 풍습, 사회 생활 모습 등을 유적과 유물을 통해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고 역경에 대한 배경과 새로운 해석 등을 만나볼 수 있어 정말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너무 분량이 많은 책이라 한번에 다 읽지 못하고 상당 시간에 걸쳐 나눠 읽다보니 전체적인 맥락을 잡아가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지만 역사서적이고 유적과 유물 등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파해쳐가는 형식의 스토리가 그러한 걱정을 불식시겼다.

다음에 시간을 내어 여러 차례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다짐하면서 서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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