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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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서점 독서클럽 2기 합정점 1/26일 책.

<승부> 중 밑줄긋기.

이 승리는 그의 생애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것이었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체스를 두는 동안 내내 자신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낮추고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풋내기 앞에서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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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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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 문학평론가님께 ‘가장 재미있는 연애소설’로 추천받은 책.
팟캐스트 낭만서점에서도 다루었고, 영화보다 소설이 더 낫다고 추천하였다.
어린 시절 ‘키다리 아저씨’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서간체 소설을 좋아한다면 틀림없이 재밌게 읽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부담없이 추천할 수 있는 로맨스 소설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멋진 로맨스를 다룬 흑백영화를 보고 싶었다.
소설 속 진정한 주인공인 엘리자베스에게 경의를 표한다.
사랑을 찾은 줄리엣과 사랑할 줄 아는 도시가 킷과 건지 삼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쟁의 고통과 그럼에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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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양말 - 양말이 88켤레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아무튼 시리즈 18
구달 지음 / 제철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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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범벅인 날이든 눈물바람인 날이든, 웃음이 넘치는 날이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든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인 날이든, 어쨌든 양말을 신으며 하루는 시작되고 양말을 벗어던지면 어떻게든 마무리된다. 매일 아침 양말로 소중히 감싼 두 발을 때로는 힘차게 때로는 마지못해 내디딘다. 어디로든 움직여야 하니까.(12쪽)

폰 쇤베르크 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60쪽.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첫 번째 비결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그거다. 정답은 우선순위였다. 패션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장 효과적인 아이템으로 최선의 멋을 자아낼 것. 깊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패션의 완성은 양말, 따라서 패션 1순위는 무조건 양말이다. 우아함과 멋스러움을 모조리 발끝에 모을 것. 양말에 힘을 싣기 위해서 옷과 신발과 악세서리 구매는 가급적 제할 것. 그것은 과소비가 아니라 나만의 특별한 취향으로 존중받을 터였다.(21쪽)

러시아 속담. 천성은 문으로 내쫓으면 창문으로 들어온다.
볼썽사나운 과소비를 일삼는 천성은 문으로 내쫓자마자 창문으로 되돌아왔다. 한 마디로 양말을 계속 사들이면서 원피스도 사고 청바지도 사고 귀걸이도 샀다.(22쪽)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히고, 돈 버는 일의 고단함은 돈 쓰는 일의 기쁨으로 지워지는 법.(47쪽)

윤문이란 글을 윤이 나도록 매만져 곱게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49쪽)

하필 전 상품 20% 할인이라는 달콤한 세일이 진행 중이었다. 아니야, 안 사면 100% 할인이야.(54쪽)

현실에서 장난을 받아주길 바라며 내 양말을 물고 기다리는 건 언제나 빌보였으미, 한 번쯤은 내가 빌보 양말을 훔쳐 물고 빌보가 나를 쳐다볼 때까지 기다려 주고 싶다. 우리가 서로 몰랐던 기쁨을 느낄 수 있게.(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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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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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을 읽고 정세랑 작가의 모든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보고 있는 중. 가장 최신작인 이 소설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재미, 웃음, 기발하다는 감탄, 그리고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위로까지. 역시 정세랑 작가는 내 최애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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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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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달고 신 것으로도 녹일 수 없는 나쁜 생각들이 있잖아.

직장생활에 어느 정도 길들여지면, 온갖 부조리함과 부당함에서 나를 지키려고 꽤 다양하고 많은 시도들을 해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나를 짓누르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차라리 내가 현실에서 추락하는 것이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여겨질 때, 올라가는 옥상이 있다.
그 옥상에서 주인공은 오늘도 혼자 에어컨 환풍기 뒤에 숨어 울면서 제발 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다.

다정하게 머리를 안쪽으로 기울이고 엉킨 실 같은 매일매일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함께 고민해주던 운명의 마녀들
같은 직장 선배 언니 셋이 모두 결혼하고 떠난 좆같은 직장에 혼자 남은 주인공.

주인공은 어떻게 그렇게 갑작스럽게 그리고 셋 다 모두

온 천지에 오로지 한명뿐인 운명의 혼인 상대를

만났는지 그 비밀을 알고 싶었고, ‘규중조녀비서’라는 고대의 주문서를 전수받게 된다.

영기가 깃든 북쪽 산을 강 건너에서 바라보고 있는 회사 옥상에서 마침내 운명의 상대를 소환하는 주인공.

기이한 오컬트 의식 끝에 마침내 주인공의 온 천지에 오로지 하나뿐인 운명의 상대가 나타나는데!

—스포 방지를 위해 줄거리는 더 이상 쓰지 않습니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은 발음이 밝고 동글동글한 작가의 이름만큼이나 사랑스럽다. 인물들은 지극히 내 주변의 인물들이면서 배경과 이야기는 내가 발 붙이고 있는 현재 현실의 이야기면서도 항상 전개되는 이야기는 새롭고 놀라우며 결말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다.
달콤한 디저트로도 위로받지 못하는 운명의 상대가 너무나 절실했던 힘든 주인공에게 정세랑 작가가 짝지어준 남편은 읽을수록 너무나 탐나는 진정한 소울메이트여서 ‘아, 나도 하룻밤만!’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부럽다. 나도 저런 운명의 상대를 만날수만 있다면 강남 높은 빌딩 옥상에서 생리혈로 주문진을 그리는 정도가 아니라 소복입고 입에 칼을 물고 칼춤도 출 수 있을텐데......

너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모든 사랑 이야기는 사실 절망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그러니 부디 발견해줘. 나와 내 언니들의 이야기를. 너의 운명적 사랑을.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기이한 수단을.
옥상에서 만나, 시스터.

우리 부디 옥상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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