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퀀텀 오브 솔러스 - Quantum of So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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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크레이그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지만 이야기도 흥미로웠으면 더 좋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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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 - [R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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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가 시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 아이디어만으로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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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 - The Accidental Hus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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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퍼스와 제프리 딘 모건이라는 이름 때문에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공감 안 되고 재미도 없고 가슴 뛰지도 않는 '로맨틱하지 않은 로맨틱 코메디'  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성질이 나더군. 원제 보면 알 수 있듯이(울 나라 제목 좀 봐 ㅠ.ㅠ) '사고처럼' 남편이 생겨버린 연애박사에 대한 얘기였는데 감성보다 이성이 앞선 연애 박사 엠마가 완.벽.한 약혼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연애 코치 때문에 결혼이 깨져 열받은 소방관과 결혼신고가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다.  

 소방관은 그녀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서 컴퓨터 천재에게 결혼 신고를 해달라고 한 것. 그냥 이 영화 보면서 제프리 딘 모건의 보조개에는 물이 고이겠구나 하는 거랑 우마 터먼의 가슴골에는 우물이 생기겠구나 하는 거랑 콜린 퍼스는 요즘 왜 자꾸 이런 애매한 역할만 맡냐 하는 거랑~ 뭐 이 따위 생각만 하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리진 않지만 조건으로 봤을 때 완벽한 약혼자와 이상하게 끌리는, 마초스러운 '우연히 생긴' 남편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애 박사가 여주인공인데 어쩜 이렇게도 여주인공에게 공감하기가 어려운지. 그냥 보고 나오면서 한마디 했다. '복에 겨운 년'ㅋㅋㅋㅋㅋ 입이 걸었다면 용서해라. 귀여운 소방관 남편과 스트레스성 폭식을 하긴 하지만 멋진 약혼자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초등학생이라도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그 결말을 능청스럽게 보여주는 그런 류의 영화였다. 캐릭터고 뭐고 없고 참 뜬금없이 사랑하고 참 뜬금없이 갈등하고... 그 어떤 것도 절실해 보이지 않은 진정성 없는 로맨틱 코메디 중 하나. 아. 정말 가슴 뛰는 마음으로 보면서 '나도 저런 사랑을 하고 싶어'라고 절절하게 느낄 수 있을 법한 그런 로맨틱 코메디 없나요? 그게 아니라면 남자 캐릭터라도 진짜 멋지던가. 또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웃기기라도 해주렴. 부탁이다.

그래도 뭐 제프리 딘 모건이란 말입니다. <P.S 아이 러브 유>에서 제러드 버틀러가 나와서 계속 지겹게 대사칠 때면(각본 최악) 가끔씩 제프리 딘 모건이 나와서 '미국적으로 생기고 좀 더 귀여운 하비에르 바르뎀'같은 냄새 풍겨주실 때 정말 좋더라구. 하하하. 이번 영화에서도 보면서 저 사람 자꾸 누가 생각나, 이랬는데 하비에르 바르뎀같은 거였어ㅋㅋㅋ 은근 닮았음. 어떤 기자가 제프리 딘 모건은 암내마저 향기로울 것 같다고 20자평에 썼던데 암내야 뭐 별로 궁금하진 않지만 살인미소 지을 때면 그 보조개에 빠질 것 같더라. 헤헤헤. 남자 키만큼 큰 우마 터먼을 번쩍 들어올릴 땐 나도 업힐 수 있을까~ 막 이래ㅋㅋㅋ

미국 여성들은 소방관을 정말 좋아 하는 것 같다. <섹스 앤 더 시티>에도 나오잖아. 소방관들은 대체 왜 그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고 수다를 떨던 사만다, 캐리가 생각이 났다. 난 소방관이 귀여운 건 모르겠고 제프리 딘 모건은 확실히 귀엽더만. 글구 제프리 딘 모건 아니었음 이 영화, 완전 돈 아깝다는 건 확실하다. 우마 터먼은 꽤 아름답게 나오지만 솔직히 배역에 잘 어울리진 않았다. 코메디 배우로서의 매력도 없고.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류의 로맨틱 코메디가 나오면 악착같이 챙겨보며 대리만족하고 싶어하는 나 자신이 '드디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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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 Daytime Dr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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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원 가지고 찍은 작품이라는데 절반은 술값과 여관비로 쓰였을 듯. 젊은 남자, 술, 여자, 모텔... 홍상수 느낌 나지 않나?ㅋㅋ 로드 무비라는 형식도 그렇고 여자한테 사족을 못쓰는 20대 남성의 아이러니한 상황 묘사도 그렇고 젊고 귀엽고 상큼한 홍상수 느낌이랄까. 우선 재미있었다. 친구랑 나랑 입을 모아서 <마린 보이>보다 더 재밌다고 그랬으니까. 이거 칭찬일까?ㅋㅋ

여자친구랑 헤어진 남주인공. 그를 위로하고자 술판에서 친구들은 강원도로 여행을 가자고 하는데... 막상 그 날 터미널에 나와 보니 아무도 안 나오고 남자 한 명만 출석을 했다. 술 먹고 헛소리한 친구들 말을 그대로 믿은 거지. 다른 친구들은 그 약속은 생각도 안 하고 역시나 술 먹고 늦게까지 뻗어 있었던 거고. 어쩔 수 없이 혼자 강원도로 떠나는데 그 여행길에서 만나게 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과의 일화가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등장 인물들이 얼마나 현실과 닿아 있느냐가 관건인데 정말 어디선가 봤을 법한 사람들이 나와서 정말정말 웃겼다. 남주인공은 술과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고 헤어진 여자친구를 못 잊겠다 어쩐다 해놓고서 예쁜 여자가 술 한 잔 하자고 하면 어쩔 줄 몰라하며 쪼르르 달려가서 술을 사온다. 결국 그의 약점은 타인에게 이용당하고 만다. 이걸 누구한테 얘기할 것인가. 얘기해봤자 술자리의 안주감으로 전락할 암울한 실수담인데 말이다.

울 나라 사람들은 특히나 술 취한 사람들의 난동(?)에는 관대한 편이다. 내 주변의 20-30대 남성들을 생각해 보건데, 또 나의 20대를 생각해 보건데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은 웬만하면 다 '술취해서 한 일이니 봐줘'같은 말로 패스됐다. 술에 취하면 그 사람의 본성이 나온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술을 마시지 않고는 깊은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렸을 땐 선배들이 그렇게 말하면 그런가보다, 해서 쳐마셨지만 나이 들면서부터는 술 취해서는 진담같은 건 없고 농담만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웬만하면 다 헛소리라는 거지. 술 취해야 진담이 나온다는 사람은 결국 평생 진담은 못해보고 죽는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술의 힘을 빌어야만 대화를 시작할 수 있고 술의 힘을 빌어야만 여자를 꼬실 수 있는 한국 남성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그들에게 술은 여성들의 스타 벅스 커피와 동급이다. 남주인공 성격이 다소 띨띨한, 소심한 것도 술을 마셨을 때의 대범한 그의 모습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 때 소심한 남성들의 주제가가 <취중진담>이었던 걸 보면 말이다. 지인에게 나는 그저 취미가 같은, 영화를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책도 좀 읽는 남자랑 만나는 게 소망이었는데 해가 갈수록 남자들은 아무 것도 안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분이 말씀하시길 '그런 희망을 버려. 걔네들은 TV 보고 술 마시는 거 외엔 암 것도 안해'라고 하셨다. 정말 그랬다. 남주인공은 모텔에서 TV를 보고 술을 마시는 것 외엔 정말 암 것도 안한다ㅋㅋ 한국 남성들에게는 모든 놀이가 술로 집결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딱하기도 하다.

지속적인 우연이 남발되기는 하지만 그것도 심하게 황당하지는 않는 정도다. 버스 좌석 옆자리에 앉아서 계속 들이대는 여자가 시도 때도 없이 '미친놈'을 남발하는 것도 재미있었고(이런 과대망상증 환자는 어딜 가나 있구나) 마지막의 반전도 귀여웠다. 중간 중간 많이 웃었다. 지금 딱 기억나는 건 남주인공이 여자한테 잘 보이려고 노래방에서 <안되나요>같은 발라드 부르는데 다른 남자가 늘어진다면서 템포 빠르게~를 눌러버릴 때ㅋㅋ 정말 흔히 있는 그런 상황들이다. 홍상수 영화에는 되게 기분 나쁘게 나오지만 이 영화는 귀엽게 나온다. ㅎㅎ

그런 생각도 했다. 내가 연애를 못하는 이유는 술을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ㅋ 술 잘 마시면 역사가 이루어지긴 하더라구. 결국 술 마시고 엮은 연애들이 좀 정신없기는 하지만. 보면 술 땡기는, 그런 작품이다. 술 많이 마시는 남성들 같은 경우에는 금주를 결심케 할 만한 작품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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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 The Sc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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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 와서 정말 맘에 들어가지구 사람들 붙잡고 이 영화 재밌다고 소문 내고 다니고 평점 9점으로 등록하고 이러고 있음. 장 지져도 좋으니까 흥행했음 좋겠다. 이 정도 연출의, 이 정도 각본의, 이 정도 연기의 신인 감독 작품 정말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신인 감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은 충분히 가져갈 만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빠르고, 재밌다. 공허하게 재밌는 게 아니라 탄탄하게 재밌다.

주식 잘못 손댔다가 신용 불량자가 된 고만고만한 대학 출신의 '개미' 박용하가 독학으로 주식을 공부해서 작전주를 추적, 높은 소득을 올리는데 그게 표적이 되어 한탕을 노리던 조폭 출신의 투자자에게 스카웃(?) 된다. 그는 좋은 학벌 출신의 잘 나가는 증권맨들과 대한민국 1퍼센트의 부자를 위한 자산관리사 사이에서 유일하게 찌질한 배경을 자랑하는 서민 대표다. 과연 그는 작전을 성공시키고 대박을 칠 수 있을까??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 건 우선 탄탄한 스토리에 캐릭터들의 개성이 함께 잘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다윗의 승리로 끝날 때 그게 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박용하는 일반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평범한 인물로 그가 힘있는 전직 조폭 투자자와 능력 있는 증권맨들 사이에서도 자존감을 지키려고 할 때마다 그의 승리를 간절하게 기원하게 된다. <오션스 일레븐>이나 <타짜>의 주식 버전 느낌도 든다. 이야기의 속도감을 지속시키기 위해 감독은 꽤 많은 시도를 한다. 과감한 화면 분할, 편집 등으로 스타일도 이야기에 맞게 잘 연출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이(엄밀히 말하자면 김민정의 캐릭터를 제외하고) 개성이 있으며 그 인물들의 성격에 맞는 사건이 전개된다. 설명을 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유머를 넣었고 유머가 없으면 감정을 넣었다. 예를 들어 박용하와 나머지 두 명의 증권맨이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주식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은 서서히 박용하의 감정을 고조시켜서 관객으로 하여금 그의 편을 들게 만든다. 서민 VS 재벌의 대결 구조는 <꽃보다 남자>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이 작품에서도 유효하다.

주식을 하나도 몰라도 재미있을 수 있었던 것은 이야기 구조의 매력이 소재의 매력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주식은 단순히 소재일 뿐 이 작품은 자본주의에 대한 발랄한 풍자라고 해도 괜찮다. VIP 고객들만을 상대로 하는 은밀한 술집, 이니셜이 박힌 수제화, 맞춤 슈트, 골프, 그리고 구멍이 하나있는 가죽 벨트... 이런 소품들은 일관된 이미지를 가지고 이야기 전체에 기여하고 있다. 바로 주식 투자 열풍 뒤에 있는 인간의 욕망이다. <타짜> 역시 도박 뒤에 있는 인간의 욕망을 말하고 있는 작품인 것처럼 <작전>도 그렇다. 박용하의 나레이션에 등장하듯 사다리 끝까지 올라가서는 사다리를 치워 버리는 더러운 자본주의의 속성. 그 커다란 줄기 안에 이야기를 오밀조밀하게 배치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시원하게 터뜨리는(좀 더 강했으면 싶었지만ㅎㅎ) 재주는 정말 탁월하다. 이런 상업 영화가 좋다. 캐릭터와 사건이 잘 맞아 떨어지고 논리적으로 전개되면서 일관성있는 주제를 말하는 웰 메이드 상업 영화가 정말 좋다.

허름한 아파트 하나가 유일한 성공이었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박용하는 물질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우리 세대를 대변하는 캐릭터다. 전형적이긴 하지만 현실성있다. 그에 반해 전직 조폭이었다가 주가 조작으로 한 몫 하려는 박희순의 캐릭터는 좀 비현실적이다. 결국 깡패 캐릭터인 셈인데 조폭이 끼어 들어서 이야기가 드라마틱해지긴 하지만 중간중간 조폭 코메디스럽기도 한 면이 있어서 다소 아쉬웠다. 워낙 박희순의 연기력이 뛰어나고 그의 배역이 주는 재미가 상당했으므로 지나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여피족같은 느낌의 두 증권맨 브라이언 초이(ㅋㅋ)와 증권맨으로 나온 최무열의 캐릭터도 개성이 넘쳤다. 다만 김민정의 캐릭터는 진짜... 충무로 남성 감독들의 작품들은 왜 여자만 나오면 재미없게 되는지 모르겠다. <비트>에서도 고소영 나오는 장면만 빼고 보고 싶었는데. (베드씬 제외하고ㅋ) 이 작품도 김민정 캐릭터가 좀 더 독특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 괜찮다가 마지막 부분에서는 급 교훈적으로 가는 느낌이 있었고 엔딩 크레딧 흐를 때 '미래를 보고 소신 투자해라' 같은 얘기 비슷한 장면이 사족으로 나오던데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음. 교훈적인 얘기 하지 않고 여백을 줘도 괜찮을텐데 굳이 그렇게 하더라구. 소신 투자하라는 얘기는 왜 넣었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영화 보면서 주식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딱 10분 했고 나머지는 저런 것도 모르면서 투자하면 진짜 안되겠다는 생각은 1시간 50분을 했으니까 그런 식으로 잔소리 하지 않아도 알아먹을텐데 말이다. 

상당히 발랄하고 재치 넘치는 작품이나 실상 이 영화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꽤 우울한 것이다. 결국 개미와 슈퍼 재벌과의 싸움은 슈퍼 재벌의 승리로 끝난다는 거니까. 가끔 성공하는 개미가 있기는 해도 그게 당신이라는 법은 없는 거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주식 투자도 하는 투잡족의 미래를 보여주는 후반부는 가장 영화스럽고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보였다. 영화니까 그럴 수 있는 거지 말입니다. 어쨌거나 요근래 봤던 영화 중 제일 재미있었고 맘에 들었다. 흥행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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