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누에의 비밀 - 제6회 책씨앗 어린이 독서감상문 대회 권장도서 꿈꾸는 보라매 19
조미형 지음, 박경효 그림 / 산지니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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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또래의 아이들 우치, 자하, 비윤을 중심으로 신라의 신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비단 상인을 꿈꾸는 우치, 자유인이 되기를 꿈꾸는 신궁의 신녀 자하, 높은 관직에 오르기를 꿈꾸는 귀족자제 비윤, 세 아이를 통해 신라사람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엿볼 수 있다. 서두에 나온 잠제는 이야기를 몰입하게 하는 단초가 되면서 끝까지 동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신분이 다른 세 아이의 순진하면서도 옥신각신 다투는 사건은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고, 우치와 자하의 우정이 고비를 맞을 때는 자하와 비윤이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마저 일었다. 비윤이 강에 빠져 허우적대는 장면은 악의 징계라는 의미도 있지만 결국 살아나게 함으로써 작가는 휴머니즘을 선택한다.

누에가 뽕잎을 먹으며 누에 실을 뽑아내는 것은 마치 아이들의 성장통을 의미하여 서라벌 들판, 신궁 등의 배경에 잘 어우러지는 소재이다. 우치, 자하, 비윤 세 아이 역시 잠제 의식의 역경을 치른 후에 더욱 성장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황금 누에고치가 최고의 제물로 선정되는 것은 값비싼 것이나 반짝이는 것이 아닌, 돈으로 살 수 없고 오랫동안 정성으로 보살피고 키운 것이 최고라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서역말이 있다는 것도 이 동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오늘-알야윰, 내일-거단, 동서남북-르꾼, 거르분, 자누분, 말룬 등이다. “뽕잎이 바닥에 후드득 흩어졌다. 누에들이 몸을 비틀고 있다. 몇 마리는 똥을 줄줄 싼다. 누에들이 몸부림을 치면서 입으로 노란 물을 뱉어냈다. 꼭 토하는 것처럼 보였다. 꾸욱꾸욱, 누에들이 꾹꾹 토,하는 소리가 소낙비 소리처럼 귀를 때렸다.” 마치 눈으로 보는 듯 생동감 있는 표현들이 이야기를 실감나게 하고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 단아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에 이야기의 구성, 심도있는 주제 등 나무랄 데 없는 동화이다. 역사를 배울 수 있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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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보관함
남상순 지음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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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을 잘 표현하고 조절하고 관리해야, 타인의 그것도 존중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좌충우돌의 청소년들이 차분히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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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보관함
남상순 지음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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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 불합리하거나 억울한 일이 있어도 그저 좋은 게 좋다, 내가 참고 말지,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하는 말로 합리화하여 내 안의 감정, 분노를 무화시키고 인내한다. 그렇게 해야 내가 괜찮은 사람이고 교육받은 사람이고 인격이 성숙한 사람처럼 스스로 착각하기도 한다. 나 또한 그랬다. 어렸을 때는 감정보다 이성의 힘이 더 크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때는, 형제자매들이 많아서 내 감정을 표출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작은 불만이나 화, 저항의 말은 할 줄 몰랐고 해서는 안 되었고 할 기회가 없었다. 감정표현에 서툰 사람이었지만 아무도 그걸 문제 삼지 않았다.

감정보관함이라는 상자를 보며, 우리 안에서 부글거리는 어떤 색의 감정이든 그대로 묵힐 것이 아니라 꺼내어 소중히 대하고 잘 사용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사소하다고 치부하여 그 감정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고 뭉개어 버리면, 당장은 아무 일이 없어 평화롭게 지나갈 수 있다. 그러다, 다음에 재발되면 더 큰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고 자신 안에 가두어둔 그것 때문에 스스로 큰 고통을 당하고, 누군가 다시 정리해야 할 상황이 오게 된다. 이 책은, 비록 작은 분노일지라도, 시시한 억울함이라도 절대 그냥 지나치지 말라고 얘기한다.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서는 용기만 있으면 된다. 그 시작이 우리 모두의 관계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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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끝에서 만나
안지숙 지음 / 문이당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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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도와 원제는 안에서 대립하며 마주보는 또 다른 이며 감추어진 이다. 무의식인 동시에 내밀한 욕구이며 실현되어야 할 꿈이다. 서로를 할퀴면서 떠나지 못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며, 내 속에 들러붙어 있는 이것은, 잠재적 욕망일까, 아니면 버려야 할 헛된 욕구이며 망상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VR게임을 통해 가상현실인 에덴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요즘의 화두인 메타버스에 탑승한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욕망 속에는 뭐가 감추어져 있을까. 그 욕망은 언제, 어디서 분출되어야 하고 허용되는가. 이 소설은 그 욕망의 선의와 악의, 양면성을 캐며 욕망하는 인간의 좌절과 슬픔을 함께 말하고 있다. 블랙홀, 알파에덴, 자아, 이 삼각형의 꼭지점을 모두 거느릴 때 우리는 진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구를 알아야 하고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에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심장을 들썩이게 하는 흥미진진한 부류의 소설은 아니지만, 자신에 대한 철학적 사유에 젖어들게 하는 책이며 나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게 되며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특히, 이 단락을 읽다보면 밑바닥 심원의 고독으로 고통 받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새삼 느끼게 된다.

-나는 관속에 누워있다. 관속에 누운 자세로 손을 가슴에 올리고 죽어있다. 나는 눈물을 흘린다. 버림받고 외롭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돋아난다. 가슴 안쪽에서 올라오는 슬픔이 손바닥에 전해진다. 나는 슬픔을 오롯이 받아낸 손바닥을 쳐든다. 나는 기다린다. 원재가 떠나고, 미림이 떠나고, 내 주변에는 오래도록 아무도 없었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나를 그립게 하는 것들이 손바닥에서 증발한다. 소금처럼 마른 슬픔의 까끌까끌한 알갱이가 살 속으로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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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한경화 지음 / 산지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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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은 세 여자가 등장한다.

남자와 헤어지고 낙태를 한 화자와 아이를 출산한 예슬, 불임을 갖고 있는 여 산부인과 의사이다. 세 여자는 각자의 상처를 갖고 있고 그 상처는 종점이라는 장소에서 만나고 어울린다. 종점은 도피처이면서 출발의 의미이다. 버스가 도착함과 동시에 곧 떠나야 하는 곳이 종점이다. 화자는 예슬을 위로하고 또 마지막 장면에서 옷을 훔치려는 의사를 감싸준다. 여자들은 상처를 드러내면서 서로 연대를 하고, 화합을 한다.

봄비는 아프고 슬픈 이야기다.

희영은 예전에 갑상선 수술로 인한 목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스카프를 하고 다녔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드러나지 않은 삶의 상처가 숨겨져 있다가 불거져 나오는 장면을 만나게 된다. 치매 시어머니를 모시는 며느리는 겉으로는 효부여서 가정의 달에 표창을 받고 여기저기 불려다니는 유명인사지만, 복지공무원이 상담차 찾았을 때는 시모에게 심한 욕설로 폭력을 가하는 이중인격적 면모를 보인다. 또한, 상우의 친구 창수는 교통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되는데, 그를 보살피고 사랑하던 여자가 어느 날 떠나버리자 결국 자살해버린다.

봄날 내리는 봄비는 따사롭고 평온해 보이지만, 삶의 많은 애환과 슬픔을 애도하는 듯 보인다.

비린내는 항운노조에서 벌어지는 비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비린내는 생선에서 풍기기도 하지만, ‘비리에도 배어 있다. 비늘을 떨어내고 냄새 좋은 향수를 아무리 뿌려도 그 냄새를 감출 수 없듯이, 명작을 닮은 그림으로 감추어도 비밀창고는 탄로나 부정행위는 적발된다. 화자는 부도덕한 현실에서 도피하듯 화월장으로 가지만, 일시적 위로는 얻을지언정 진정한 마음의 위로를 얻지도 못하고 비린내를 씻지는 못한다.

한경화의 소설들에서는 인물들이 떠나거나 죽는다. 그것은 심리적 억압을 견디지 못한 도피일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인간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따뜻하고 작은 목소리로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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