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천국
김옥숙 지음 / 산지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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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배달업, 라이더, 배달앱, 리뷰, 악플, 악플러, 리뷰이벤트, 블랙컨슈머

코로나 시대에 출현하여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며 그 위세를 떨치는 단어들이다. 예전에는 중국집에서나 배달시켜 먹는 음식인 줄 알았는데 이제 어떤 종류든 손가락만 터치하면 몇 십분 후 집 현관 앞에 음식이 당도하는 세상이다. 배달업이 왕성하고 장사가 잘된다고 식당 수익이 늘어나는 것만은 아니다. 여기저기 떼고 나면 알바 월급보다 못하다고 식당사장들은 하소연한다. 거기다, 리뷰에 악플이 깔리면 얼마 못가 식당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하는 게 식당의 현실이라고 한다.

여기, 원룸에 사는 히키 코모리 남자는 공시생이라는 허울만 쓴 채 악플을 쓰는 낙으로 살고 있다. 그가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며 배달업을 하는 사장들의 적수가 된 것은 다분이 엄마의 탓이다. 그가 초등학교 4학년때 왕따를 당했을 때, 엄마는 그를 품어주지 않고 등짝만 세게 후려쳤고 그날 그의 영혼은 유리컵처럼 깨지고 만다. 엄마는 그를 식충이, 걸신들린 놈, 쓸모없는 놈, 망할 놈이라고 했고, 그는 엄마의 말대로 되기로 마음 먹는다. 그것이 벌레취급하는 엄마에 대한 완벽한 복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엄마가 매달 부쳐주는 생활비로 원룸에 은거하며 배달음식만 시켜먹는다.

코로나라는 상황이 히키 코모리인 그에게 최적의 주거환경과 식생활로 이끌어주는 것은 물론 배달업을 하는 식당에 최고의 악플러로 군림할 수 있는 조건이 되어준다.

 

작가는 상극에 있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위해를 가하면서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절묘한 장면과 박진감있는 문장으로 독자에게 보여준다. 이런 소설이 나옴으로써, 배달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애로사항과 눈물을 알게 되고 리뷰를 얼마나 신중하게 써야 하는지를 독자들은 몸서리치며 느끼게 될 것이다. 온 몸으로 전투하듯 코로나 상황을 건너 온 현재,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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