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때 그녀를 위해 우산을 씌워 주고, 그녀에게 당과를 선물하고, 하늘에 없는 달빛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리 비참하게 살아온 줄은 알지 못했다. 비참하다 못해 자신의 진짜 이름조차 가지지 못하고, 달빛이 없는 캄캄한 밤에 홀로 가면 뒤에 숨어, 오랜 세월을 외롭고 힘겹게 보내온 줄은 짐작도 하지 못했다.그녀를 한 번 구해 주었지만, 두 번째는 구하지 못한 것이다.
그녀의 출생과 죽음은 사촌 오라비인 화여비의 광명에 가려져, 넓은 바다에 던져진 작은 자갈처럼 미세한 물보라 하나 일으키지 못했다. 그저 사람들이 듣고 한숨 한 번 짓는 이야깃거리가 되었을 뿐이다.가엾고, 보잘것없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여인이었다.
"진짜, 정말 보지 말아요. 우리. 다시는."그것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악몽이었다. 한 명의 남자 밑에서 그녀들은 서로에게 가시를 박았다. 이제 와서 하하호호 웃으며 모든 것을 무로 돌리기에는 너무나도 상처가 아프다.서로가 서로의 아픔이 되어버렸다.왜 그랬는지, 어째서 그럴 수밖에 없는지 그녀들은 모두 이해했다. 하지만… 이해를 하는 것과 고통스러운 것은 별개였다.그 시간을, 그 애정과 아픔과 슬픔과 절망과 번뇌와 상처를, 쉽게 끊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기에 그녀들은 보지 말자 했다.그러면서도 작게 말했다."……그래도 힘든 일이 생기면 불러요."서로에게 있어 서로는 유일한 이해자이기도 했다.
치트라는 궁금해졌다.한때 목숨을 걸고 서로 싸우다가 또 한때는 한 명의 여인과 한 명의 딸을 살리기 위해 온 힘을 합했던 그녀들이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