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거인 (15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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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따뜻한색(난색)의 조명 하나만 켜놓고, 동화책(그림책)을 보는걸 좋아한다.

가끔은 빼곡히 글이 많은 책 보다는, 상상하게 만드는 그림이 가득한 책을 보는 것이

괜찮은 쉼이다. 책장을 다 넘기다가도 은은하게 남는 그림의 형상 덕분에 머릿속 상상력공장은

책을 다보고서도 몇일동안 운영한다. 몸에 복잡한 미로가 가득 그려져 있고, 주인공으로 보이는 남자보다 몇배는 큰 거인이 뒤돌아 앉아있는 표지를 보고, 주인공의 스펙타클한 거인 나라 기행을 기록한걸까,

저 거인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제목이 마지막 거인이지?, 궁금했다.

그림책을 읽는데, 도저히 글만 읽고 넘길 수 없겠더라. 삽화에서 깊이가 느껴져서 꽤 오랫동안 시선이 갔다.

날씨의 상태를 색을 통해 표현한것이 너무 섬세해서 감탄이 나왔다.



거인친구들과 함께 하늘의 별을 감상하는 주인공

내가 알고 있는 거인이야기는 걸리버 여행기가 다인데, 그래서 여기서 나오는 거인들도 주인공을 괴롭힐것 같았다. 하지만 아주 주인공을 사랑스럽게 대하고 가족처럼 대해주었다. 그래서 따뜻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다. (초반까지만해도..)



거인친구들은 내 마음의 변화를 금세 알아챘습니다. 그들 역시 내가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의식이 끝나고 나면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돌아오기 때문이었지요. 그러고 나서 시간이 되어 커다란 곤봉에 몸을 기대면, 거구의 머리는 쪽빛 하늘에 닿거나 솜털 같은 구름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눈꺼풀이 끝없는 꿈과 함께 덮이면 거인들은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곤 했습니다. 52p

다음 날 부터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사람들은 나의 침묵, 온갖 사교계 모임에 대한 거듭된 사양, 일체의 성가신 방문을 완강하게 거절하는 굳게 닫힌 내 방문을 보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세상은 다시금 내 푸근한 서재만 한 크기로 돌아왔지요. 괘종시게는 또박또박 작동했고 내 펜은 종이 위를 날아다년녔습니다. 60p




거인들이 실재한다는 달콤한 비밀을 폭로하고 싶어던 내 어리석은 이기심이 이 불행의 원인이라는 것을 나는 마음속 깊이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써낸 책들은 포병 연대보다 훨씬 더 확실하게 거인들을 살육한 것입니다. 별을 꿈꾸던 아홉 명의 아름다운 거인과 명예욕에 눈이 멀어 버린 못난 남자, 이것이 우리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74p

에필로그에 있는 옮긴이의 글을 읽어보았다.

아무리 큰 거인이라도 감싸 주지 않으면 넘어집니다. 생물학자인 제 눈에는 우리도 영락없는 자연의 일부일 뿐인데, 왜 요즘 우린 그걸 자꾸 부정하려 드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거인의 몸통에 작살을 꽂으면 우리도 함께 간다는 걸 왜 모를까요? 언젠가는 저 외계에도 생명이 존재한다는걸 밝히게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에게 알맞은 행성은 이 지구 하나뿐일 겁니다. 거인의 비밀들은 계속 조심스레 들춰 봐야겠지만 그들을 배반하는 일은 하지 않아야 우리 스스로가 시간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숨겨 준 자연이 제 품속에서 편안히 있는 모습, 정말 아름답습니다. 83p

지리학자와 생물학자가 보는 관점에서 이렇게도 볼 수 있음을 알았다. 처음엔 단지 거인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 동물이나, 식물 자연이 관광객들로 인해 훼손되어 멸종되거나 파괴되는 과정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옮긴이가 말했듯 배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름다운 거인을 지켜줬으면 좋았을 텐데, 발견했다는 기쁨을 그렇게 세상에 알렸어야 했을까. 아름다우면서 씁쓸한 내용의 그림책이였다. 그렇지만 여운과 교훈을 가져다 주어서 계속 소장하면서 생각날때 꺼내 읽고 싶다.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가 또 존재 할까 상상력이 계속해서 발휘되는 그림책이였다.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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