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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허남설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7월
평점 :

나는 내가 평소 몰랐던 서울 동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전시를 매번 보여주는 서울역사박물관을 좋아했다.
도시속에 숨겨진 세월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어둡고 답답한 마음을 주었다.
저자 소개글에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어한다는 걸 깨닫고"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그 후에 기자가되어, 자신이 원했던..세상을 가까이 보며 글을 쓰는 일을 하고 계신다.
외곽라인을 차지 하고 있는 화려한 건물이 수놓는 도시의 모습과는 달리, 오래되고 낡고 작은 건물들이 다닥 다닥 붙어있는 도시도 있다.
화려한 건물이 보기에는 좋지만, 약하고 소외된 계층이 살 수 있는 곳도 있어야 하는데, 재개발해서 뒤엎는게 맞는 일일까.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동네의 깊숙한 이야기.
처음엔 가볍게 읽으려 했는데, 문제들은 가볍지 않아서.. 마음은 좀 무거워 졌다.
문제들을 직시했다면 그에대한 대책을 하나 둘 생각해보며 실천해가면 좋겠다.
<발췌내용>
마을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얼핏 시간은 마을을 쇠태시키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서는 작지 않은 잠재력이 영글고 있습니다. 하지만 '20년'을 기준으로 삼는 제도는 마을에 그리 많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마을이 곷을 피우기도 전에 뿌리를 들어냅니다. 심지어 이미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맺은 마을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재개발은 마을기업이 태동할 가능성을 없앨 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지역경제를 허물어버리기도 합니다.
139p
재개발이 누군가에게는 투자의 기회, 재산불리기 기회가 될수 있지만, 마을로 놓고 보면 생계를 쥐었다, 폈다하는 중요한 존재이다.
같은 재개발에서 딸려 오는 문제지만, 동네마다 다른걸 보고, 오랜기간 고여있는 것들이 해결이 안되면 동네 마다 다른 모습으로 겉으로 점점 드러나는 것임을 보았다.
세운 일대는 무언가를 만드는 곳이면서, 가르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업체 대표자들의 평균 경력도 20년 안팎에 달합니다. 75퍼센트 정도는 사업장에서 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대표자들 역시 대부분 20대 후반에 일을 시작했으니, 누군가로부터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세운 일대에서 일어나는 기술의 전수와 학습 또한 청계천 산업 생태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슬입니다. 다음 세대가 기술력을 이어나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세운 일대 입니다.
169p

'청계천 판자집'은 들어봤지만, 깊은 사정은 몰랐다. 공권력은 그 후에도 계속 청계천 상권을 뒤흔들었습니다. 종로부터 동대문까지 청계천 일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고물상 등 밑천없는 장사꾼들의 거리가 되었지만, 행정가들은 틈만 나면 '도시 미관'을 앞세워 청계천 사람들을 이곳에서 내쫒으려고 했습니다. 185p
1980년대부터 청계천 일대 재개발 계획이 나오면서, 도심 부적격 업소로 분류된 기계공구 시장과 제조업 공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습니다. 부적격 사유로 분진, 소음, 악취, 진동, 매연, 폐수 등이 거론되며 '공해업체'라는 낙인마저 찍혔습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업장이 '재배치'라는 명목으로 전농동, 장안동, 문래동, 고척동, 시흥동, 당산동 등으로 옮겨갔습니다. 재개발은 달아오른 분위기만큼 쉽게 진척되지 못했고, 개발 이익을 얻어보려고 몰린 사람들 사이에 '지분 쪼개기'가 성행하면서 결과적으로 재개발하기에 더더욱 어려운 여건을 만들었습니다. 187p

재개발 키워드는 책속에서 나오는 동네마다 계속 나온다. 정말 여러 기관과 얽혀 있는 문제들이 많이 있었다. 문제에 대한 내용정리및 관계자들의 심리, 시대적 배경에 대한 묘사를 책에 섬세하게 잘 해놔서, 읽는 내내 동네주민이 된것 마냥 감정이입이 되었다.
'못생긴 도시'라는 단어를 들었을때,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동네의 모습이 떠올랐다.
화려한 건물들과 대조되게 낮고 허름한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오래된 달동네들..이 보였다.
모든 장소들이 다 똑같을 순 없지만, 각자의 사정과 동네 배경이 다르겠지 라고, 더이상 깊게 생각 안했었는데
책을 통해 마을이 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펼쳐 보니, 머리가 아파오고, 그래서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볍게만 볼 수 없었던 책이였고, 서울을 사랑한다면, 꼭 봐야할 필요가 있다.
책에 나온 동네들의 이야기를 보고 난 후에 그곳에 방문하면 다른 시야로 동네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