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느끼한 산문집 - 밤과 개와 술과 키스를 씀
강이슬 지음 / 웨일북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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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프롤로그만 읽어보았는데, 솔직하고 칼칼한 말투와

책을 짓게 된 계기가 피식 웃음이 날정도로 공감이 되었다.


메뚜기를 곱등이로 착각한 저자의 사연을

사회가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빗대어 표현한 것이,

공감이되고.. 마음이 조금 아파서 웃음이 났다.

 

 


1장 - 보증금, 너에게 청춘을 바친다.

2장 - 완전한 타인에게만 말할 수 있는 비밀



차례만 보아도.. 정말 흥미로운 책이다.

책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사투리,욕을 하나도 고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 교육적인 책만 읽다가 이렇게 솔직한 산문집은 오랜만에 읽게 되었다.
기쁜마음으로 마음을 비우고 재미있게 보았다.


<발췌내용>

[바람처럼 스쳐가는 정열과 낭만아]

나는 혁이 좋았고 혁도 나를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섣부르게 사귈 수는 없었다.
혁에게는 여자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6학년에서 제일 무서운 일진 언니였다.
혁과 사귀었다가는 6학년 언니들에게 찍힐 것이 분명해서 나는 몸을 사리며 최선을 다해
그애를 좋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어느 날 저녁이였다.
학원에서 돌아와 버디버디로 수다를 떨고 있는데 혁에게서 메세지가 왔다.

혁: 야! 나 그 누나랑 헤어질 거야 ㅡㅡ;; 헤어지면 우리 사귀자 -_-!
나는 일부러 모른 척하며 답장했다.
슬:ㅡ,.ㅡ 허걱 몬소리야. 모야! 혹쉬 너 나 조아하냐*_*
혁: 응^_^* 나 너 조아해.
슬: 그로묜 헤어지고 나서 말해죠.>_<* 사귀쟈!!

(생략)

며칠 후 혁은 나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사귈 때 헤어졌다고 말하더니 헤어질 떄도 헤어지자고 말하는
그 애가 엄청나게 미웠지만 나는 TV에서 본 여주인공이 시련당할 때 했던 것처럼
나오려는 모든 말을 속으로 삼키고 최대한 쿨한 척 그러자고 했다.
-61~63p-

첫번째 인상깊었던 내용은 필자가 어렸을때 겪었던 초등학교 러브스토리 였다.
단순한 생각으로 사랑이 시작되었다가 시드는 과정을 보니,
귀엽기도 하면서, 이 나이때는 사랑이 성냥 불 처럼 빠르게 타올랐다 꺼졌다 했음을 볼 수 있었다. 읽으면서, 나의 어렷을적 추억도 떠올랐다. 내가 4,5학년쯤..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오면 밤에 남,여 같이 모여서 아파트 도서관가서 시험공부를 했었다.
공부하러 간 뒤에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까먹거나 놀이터에서 같이 노는 재미로
같이 공부했던것 같다. !!  그때는 괜히 설레였다. 내가 그 무리중에 남자아이 한명을 좋아했었는데 몇일뒤에 나의 베프가 그것을 소문냈다. 어찌나 소름끼쳤던지, 그 당시에 이불킥을 수십번 날렸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삼각관계가 존재하는걸 보면 정말 나이가 상관없는것 같다.
바람처럼 스쳐가는 어렷을적 기억은 조금 챙피했던 기억이라도 피식웃음을 짓게 만든다.  
저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내 추억을 뒤돌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바보와 호구와 무녜코 데 바로]

~오늘이슬을 만났네. 이슬도 돈이 없고 우리도 가난하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도넛을 먹겠지. 도넛은 20펜스니까.
아, 연어스테이크를 먹고 싶지만 연어는 7파운드라네. 그래서 도넛을 먹는다네.~
-알폰소(바보)가 지은 노래-

나는 선물 꾸러미를 풀어보고 왈칵 울어버릴 뻔했다.
걔네가 준비한 선물은 생각보다 훨씬 근사했다.  화가인 페드로는 내 초상화 액자와 우리가 함께한 추억들을
직접 그려넣은 나무조각을 선물로 주었다. 함께 먹었던 와인의 상표와, 무녜코 데 바로와, 타바코 등이 거기에
있었다. 알폰소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실력을 십분 봘휘하여 나를 닮은 동물 캐릭터 열쇠고리를 만들었고,
내 얼굴을 직접 그려넣은 컵 받침을 선물로 주었다. 나는 울지 않으려고 애쓰며 둘을 꽉 끌어안았다. 우리는 한참 동안
"Thank you so much"와 I love you"를 남발하며 서로에게 붙어 있었다. 그 초보적이고 헐렁한 두 문장으로도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또 얼마나 그리워 할지 다 알 수 있었다.
-114~121p-

저자가 유학생활할때 겪었던 이야기라고 한다.
알폰소와 페드로 라는 친구를 만났는데, 이들은 서로 이름을 지어줬다.
바보, 호구는 저자가 지어준 (그들에게는 바다의 보물, 좋은 구름이라 둘러댔지만,)
그들의 이름이고, 무녜코 데 바로는 그들이 지어준 저자의 이름이다.
알폰소가 지은 노래만 들어봐도, 유학생활중에 얼마나 가난했는지 알 수 있다. 
가난했지만, 서로 좋은 사람들이 되어서 행복하게 유학생활을 한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것 보면 가난해서 더 특별한 유학생활이 된것 같기도 하다.)

특히 헤어질때 서로에게 준 선물들을 보면
돈으로 살 수 있는것이 아닌 손으로 만든 수작업 선물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감성 너무 오랜만이다.
바쁠땐, 재빠르게 카카오톡 이모티콘 선물을 자주주는데, 정말 사람을 좋아해서
수작업으로 누구를 위해 그림을 그려주고, 편지를 쓰고 물건을 만드는 것 자체가 너무 사랑스럽다. 
나도 집에있는 오븐으로 가끔 쿠키를 구워서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는 하는데, 그때마다 즐겁다.
다수를 위한 선물을 해보았지만, 소수를 위한 선물은 만들어본지 너무 오래된것 같다.
오랜만에 생각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하나하나씩 마음을 표현해야 겠다.

[징그럽게 맛있는 먹물새우깡]

지독하게 더웠던 어느 날, 할머니와 마루에 앉아 담벼락을 바라보며 각자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히유, 징그럽게 덥다잉. 매미 한번 징그럽게 울어쌌네."
할머니는 정작 징그러운 사마귀는 잘도 뻥뻥 차면서 왜 더위랑 매미소리는 징그러워하는 걸까.
할머니가 더위에 초점을 잃어가는 나에게 "수박 쪼개줄까나?" 하고 물었다.
나는 먹물새우깡이 먹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 씨-꺼먼게 징그럽기만 하드만 뭐가 그렇게 맛있다고 줭일 끼고 앉았냐.
"수박 먹어."
"먹물 새우깡."
할머니는 더위 탓에 구멍가게에 같이 갈 힘도 없었는지 주머니를 뒤져 1,000원짜리 두 장을 쥐여줬다.
잔돈으로 너 먹고 싶은 거 더 집어 오니라 하고 말하는 할머니가 선녀처럼 보였다.
나는 '아싸'! 쾌재를 부르며 운동화를 대충 구겨 신고 구멍가게로 달려갔다.
집으로 돌아가 할머니에게 먹물새우깡 한봉지를 까서 건넸다.
"이런 게 뭐가 맛있다고"하며 하나를 집어 깨물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말없이 새우깡을 먹었다. 징그럽게 시끄러운 매미 소리 사이로 할머니와
나의 오도독거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끼어들었다. 나는 그때 조금 행복했던 것 같다.
-215p- 

 

 

 


농심 오징어 먹물 새우깡을 처음으로 알았다.
97년에 출시된 과자라고 하는데, 내가 다섯살때라서 그런지.. 보지는 못했다.
보기에도 시꺼매서, 눈길이 가는 과자다.
이런과자를 할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먹은 이야기가 너무 인상깊었다.
둘이 맛있게 먹으면서 환하게 웃는거 생각하니까 너무 웃기다.
치아에 까맣게 낀 먹물새우깡을 생각하니 재밌다.

 

나도 먹물리조또를 좋아해서, 단골집에 가면 친구와 시켜서 먹곤하는데
그때마다, 음 친구랑만 먹어야하는 메뉴라고 생각을 했었다. 맛은있지만, 입은 흉해진다.
그래도 징그럽게 맛있으니, 식당을 갈때마다 시켜서 먹는다.

저자가 할머니와 먹물새우깡을 먹던 추억을 되새기며 글을 쓴것을 보니, 
나도 행복했던 추억이 있지 않았을까.. 떠올려보았다.   
 행복했던 순간들이 언제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소소한 것들이 많다.
엄마 무릎에 머리를 대면, 엄마가 귀를 파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어머얘, 이것봐라 이제 소리 잘들릴거다. 하며 .. 귓밥이 얼마나 큰지 보여줬던 추억..
바닷가에서 네다섯명이 과자와 음료를 사가지고, 둥글게 앉아서  무서운 얘기하다가 음료 쏟은 추억..
대학교 옥상에서, 6,7명이서 떡볶이를 해먹다가 .. 한언니를 시작으로 물총싸움을 했고 그언니가 나에게만 물총을 쏘길래
 열불나서 페트병 부어버렸던 추억.,. 등등 정말 소소한 추억인데, 그런 추억들이 출퇴근길에 갑자기 생각이난다.
 나도 모르게 웃음짓곤했다. (지나가는 사람이 뭐라고 생각할까) 
 
-총평-

지하철에서 이책을 읽는데 생각없는 사람처럼 정말 많이웃었다.
웹툰보는것도 아니고 책보는데 이렇게 웃은적은 정말 오랜만이다.
snl 작가로 일했던 기록들도 무척 현실감있고 재미있었다.  

느끼하지않고 칼칼한 산문을 가볍게 재밌게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취향저격이였던 책이였다.
아끼고 싶지만, 아낌없이 계속 읽어내려가고 싶어서.. 순식간에 읽었던 책이다.
제목 그대로 안느끼하다. 말투와 내용전개가 너무 칼칼해서 마치 한국음식을 먹는 느낌이다.
글 중간중간 들어있는 욕들이 매콤하고 칼칼한 역할을 한다.

가볍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젊은 청춘들(2,30대)에게 몹시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도 많이 있었다.
특히 가난에 대한 이야기는 보는 내내 계속 눈이 갔었다.  
리뷰에 쓴 이야기 말고도 정말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
어떤 이야기를 맛뵈기로 보여줄지 고를때 정말 많이 고민했었다.  
그러하니, 책을 꼭 읽어보고, 읽으면서 담백한 웃음을 지었으면 좋겠다.

p.s 

[에필로그, 나는 존나 짱이다.]

내 탓이 아닐 때는 내 탓을 하지 말자.
내 탓일 경우에는 내 탓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애써 찾아 탓하며 정신 승리를 하자.
가만히 있어도 나를 까고 밟아대는 세상에서 나까지 자신을 코너로 모는 것은 너무 가혹하니까.
나라도 제대로 각 잡고 서서 내 편이 되어주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
- 238p -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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