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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이야기 ㅣ 역사인물도서관 5
강영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2월
평점 :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백석(1912-1996)
10대들을 위한 역사인물도서관 그 다섯번째 인물은 시인 백석이다.
모던 보이라는 별명을 가진 시인 백석의 삶을 통해서 그가 시를 쓰고 사랑하게 된 이유와 사랑, 그리고 삶의 이야기가 담긴 '흰 바람벽이 있어'는 1941년 백석이 발표한 시와 동일한 제목이다. 백석은 이 시에서 고향을 떠난 인물의 내면을 통해 부정적인 현실을 이겨내려는 내적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백석 '내게 흰바람벽이 있어(1936.사슴)' 중에서
'바람벽'은 그냥 집에서 방과 같이 공간을 나눌 때 사용하는 벽을 말하는 것으로 화자의 의가난한 처지를 나타낸다. 백석이라는 시인을 잘 모를 때도 이 시를 읽으면 마음 한구석이 아프고 시렸다.
조금은 낯설기도한 시인 백석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자.
백석은 일제강점기 하에 활동했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번역가이다.
인간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한 그였지만 안타깝게도 월북한 뒤로 남과 북, 모두에게서 평가 절하되었다. 하지만 1988년 월북 작가 해금 조치 이후, 우리 나라에서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백석이라는 시인이 조금 낯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오히려 초등학생에게는 '개구리네 한솥밥'으로 낯익은 작가일 수도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책의 두께와는 달리 딱딱하지 않고 마치 소설처럼 물 흐르듯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백석의 삶이 그의 작품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가 살았던 시절은 일제강점기였다. 일본이 힘으로 우리 나라를 빼앗고 우리 역사를 가르치지도 못 하게 했으며 우리말도 쓸 수 없게 했던 암울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백석은 고향의 아름다운 말로 소박한 시를 썼고 결코 나약하지만은 않은 시인이었다. 그는 시를 통해서 우리 나라의 정신과 말을 지켜내려고 노력했던 위대한 시인이었다.
어린 시절, 백석은 여름이면 냇가에서 미역을 감거나 송사리를 잡으며 친구들과 개구리 뒷다리를 구워먹던 영락없는 개구쟁이었다.
백석은 일본 유학을 다녀와서 외국어에도 능통했지만 화려한 문구를 나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고향의 냄새가 가득한 시골밥상 같은 소박함이 담겨있었다. 아마 그의 가슴 저 깊은 곳에는 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깔려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얼마 전에 3.1절이었다.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왜 백석이라는 시인에 대해서 알아야하며 이 책이 나왔을까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아마 모던하고 세려된 외모와는 달리 순수했던 그의 시와 삶을 통해서 우리 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더 가슴에 새겨봄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백석의 시의 근원이며 삶의 깊숙이 자리잡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 뿐 아니라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까지 실려있다.
1938년 발표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현실을 초월한 이상, 사랑에 대한 의지, 그리고 소망이 가득 담긴 시다.
이 시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이 나왔을 정도로 예술 장르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 시에 등장하는 나타샤는 그가 사랑했던 김진향(자야)이다. 신분으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었던 그녀와의 사랑이야기는 슬프고도 안타깝다.
이 책의 마무리에 실링 글쓴이의 말은 반드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작가 강영준은 이 책을 통해서 백석의 삶과 그의 사랑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또한, 완전한 픽션이 아닌 소박한 상상력이 포함되어있음을 밝혔다. 작가 강영준이 들려주는 백석의 또 다른 면과 시를 함께 맛볼 수 있는 '흰바람벽이 있어'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대한 사랑과 정신, 그것을 지켜내려고 했던 수많은 이름없는 인물들을 떠올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