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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라문숙 지음 / 혜다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메말라가는 나에게 촉촉함을 주어 한 동안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책이다.
그래서 오래오래 두고서 천천히 느끼면서 읽기 시작했다.
늘 거실 햇살 가득하게 자리 잡았던 책, 바로 라문숙의 그림책 에세이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이다.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던 그림책 에세이는 그동안 잊어 버리고 있었던 순수함(?)과 한번쯤 오래된 기억 속의 추억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그래서 오래 오래 되내이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흔히 어른들의 위한 동화, 혹은 그림책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던 그림책을 통해서 작가의 말처럼 '내 안의 많은 나를 지나온 순간을 만나고 그리고 이해하고 용서하며 화해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총 24권의 그림책이 소개 되어있다. 우리 집 책장에 자리 잡고 있는 책도 있고 아니면 한번쯤 우리 아이에게 읽어 주었던 책도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반가운 것은 올가 토카르추크의 <잃어버린 영혼>이었다.
에세이의 첫장에 나오는 이 책은 얼마 전 방송에서 살짝 소개되어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이기도 하다.
작가가 내게 들려 준 이야기는 속도이다.
천천히 기다려주어야한다
천천히 보아야한다
세상이 너무 빠른 것이고 우리 아이는 느린것이 아니다.
혹은 천천히 오래오래
라는 말을 잊고 살아온 나를 되돌아 보게 했다.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
작가의 첫 이야기이도 하다.
영혼은 안다,
자신이 주인을 잃었다는 것을
낯선 거울 속의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어떻게 이런 표현으로 첫장을 사로 잡을 수 있을까?
다와다 요코의 <영혼 없는 작가>까지 읽고 싶게 만드는 묘한 문장이다.
내가 나 아닌 다른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질 때
그럴 때 한번 쯤 읽고 싶은 동화
올가 토카르추크의 <잃어버린 영혼>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때로는 무모했고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때로는 실수했고
때로는 우울했고
때로는 겁쟁이었던
나의 십대, 혹은 이십대 또는 삼십 대의 나를 만나고
그리고 그 때 나를 용서하고 눈물 닦아주고
위로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주었던 소중한 책이다.
단순한 그림책 서평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 넘어
그림책을 통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다니 .....
삶에 지치고
그리고 후회가 있고
때로는 우울할 때
찾아오는 노란 토끼 같은 선물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