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절망한 사람은 죽을병에 걸려 있는 사람과 비슷하다. 이 사람은 길게 누워 죽을 지경에 이르러 있기는 하나 죽을 수가 없다. 이렇게 ‘죽을 정도로 앓고 있다.‘는 것은 죽을 수 없다는 의미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살 희망이 아직 그곳에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니 죽음이라는 최후의 희망조차도 이룰 수 없을 만큼 모든 희망을 잃고 있는 것이다. 죽음이 최대의 위험일 때 사람은 생각을 원한다. 그렇지만 더 두려워할 만한 위험을 알게 되면 죽음을 원한다. 죽음이 희망의 대상이 될 정도로 위험이 증대된 그때 절망은 죽을 수 있다는 희망까지도 잃는 것이다. 이궁극의 의미에서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 P102
강유원이 쓴 『책과 세계』에 나오는 다음의 말은 내가 책을읽고 글을 좋아하게 된 연유를 은유적으로 잘 설명해준다.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절대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 그들은 평생 동안 살아 있는 자연만을 마주하고 살아간다. 퍼덕퍼덕 움직이는 세계가 있으니 죽어 있는 글자 따위는 눈에담지 않는다. … 그들은 평생을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나 얼룩말처럼 살다가 어머니인 대지의 품에 안겨서 잠든다. 나서 죽을때까지 단 한 번의 자기반성도 하지 않는다. 마치 사자가 지금까지의 얼룩말 잡아먹기를 반성하고 남은 생을 풀만 뜯어 먹으면서 살아가기로 결심하지 않는 것처럼,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 P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