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가는 길
정찬주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에머슨은 "그가 하루종일 생각하고 있는 것, 그 자체가 그 사람이다"라고 말했다지. 김영현의 '서역의 달은 서쪽으로 흐른다'에 이어 실크로드 기행문을 벌써 두번째 읽었으니, 내 머리 속에 실크로드와 돈황의 그림자가 꽤나 깊게 드리워져 있는 모양이다. 어쩌면 최근에 본 차마고도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본 그 황량하고 낯선 풍경들 때문에, 어딘지 멀리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은 나의 깊은 욕구가 자극을 받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점에선 이 먼 곳, 돈황에 벌써 세 번씩이나 다녀온 자칭 '나그네'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앞서 읽은 책은 사진 한 장 없는, 얇고 작은 오래 된 책으로 정감이 가는 면이 있었다면, 이번 책은 컬러 화보에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 역력하다. 한시와 불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가는 곳마다 그곳에 얽힌 일화와 고사성어를 풀어 주니 친절한 사진과 더불어 보는 재미가 있다.

나그네의 넋두리와 말투가 왠지 어색하게 느껴 지는 건 그저 세대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해 두자. 돈황의 막고굴에서 발견한 조우관을 쓴 삼국인의 모습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까지 알게 해 주었으니, 기행문으로서는 나름의 역할을 다 한 것 아닌가. 나머지는 지은이의 말대로 직접 가서 보고 느낄, 본인에게 남겨진 몫인 것.

그래도 당분간은 기행문이나 여행 서적은 보지 않는 게 좋겠다. 봄이 다가오면 올수록 점점 내 안의 역마살이 풀려날 것만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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