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작품이 주는 묘한 몽상적인 느낌과, 젊은 나이에 죽은 그의 짧은 삶이 더욱 그가 천재적이면서도 반항적이라는 느낌을 주어왔다.이 책은 작가라기보다는 여느 아들이 아버지에게 (보내지는 않으리라는것을 알면서도) 쓴 글같다. 이 글을 통해 모호하지 않은 카프카의 개인적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프카에 대한 약간의 베일에 싸인듯한 환상이 사라지면서 실망스러운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나도 부모의 자식이었고 지금은 엄마가 되어있다. 부모와 자식관의 관계에 대한 책과 상담자료, TV강좌들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나는 그 모든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허약함때문에 소용없다고 믿는사람중의 한명이다.인간은 누구나 의식하든 의식하지않든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하는 본성이 있는것 같다. 그렇기에 자신의 결함(누구나 결함이 있다)의 원인을 찾으려 하는데 그 대상이 자신이 연약해서 영향력을 받기만 할 때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던 부모라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고아들도 자신의 결함은 부모의 부재라고 생각하니 부모라는 존재자체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녀들의 공통적인 생각인것 같다) 물론 성장기의 거의 20년간 당신들의 삶을 거울삼아 양육을 해온 부모님의 영향이 자녀들의 삶에 아무것도 아니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위 나도 그랬고 많은 자녀들이 그랬듯이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외치는 시기가 중고등학생시절, 적어도 그 때부터는 책이나 부모와는 별개의 다른 세계에서 자신을 키울 책임도 자신에게 있다고 본다. 성장초기의 15-20년간의 상처는 이성과 감성이 더욱 성장한 이후의 시기의 다른 영향력으로 인해 치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실 부모외에도 우리가 상처를 받는 곳이 얼마나 많은가.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고, 치유하기도 하고 치유받기도 하고. 그것이 인생이 아닌가.카프카의 이 서신은 자신의 허약함과 실패, 삶에대한 절망적인 태도들이 아버지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랬을까? 그가 괴로워했던 내면적은 실패는 아버지때문이었고 그의 작품의 독창성은 자기자신만의 노력의 결과였을까?그가 어렸을때 보았던 아버지의 부조리한, 편협적인, 난폭하고 신사답지 못한 그런 모습들. 사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아들또한 모든 실패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으려 한다면 나에게서 이런 모습을 수백가지도 더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왠지 작품과 기괴하게 조화롭지못한 카프카의 유아적인 모습이 존경하는 작가로서가 아니라 너무나 약한 인간으로서 비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