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코레아니쿠스 - 미학자 진중권의 한국인 낯설게 읽기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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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는 이 책의 저자가 그토록 유명한 진보론자이며 논객인 줄 몰랐다.

저자에 대해 모르고 책을 읽은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확실히 똑똑한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도 이를 표현하는 것도 어딘가 다른 구석이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많은 부분 공감하면서도 불편하고 어딘지 모르게 꺼림칙했다.

몇 군데에서는 마구 반박하고 싶은데 딱히 만족스러운 논거를 댈 수 없어 내 무지가 원망스럽기조차 했다.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님께서 좋은 글은 읽고 나면 불편한 느낌이 드는 글이라 하셨다.

좋은 책인 줄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읽고 나면 불편한 마음이 든다.

다 읽고 나서 저자가 궁금해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썩 마음에 드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인 것 같다. 어쨌든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성'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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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예술, 과학의 수학적 원형 경문수학산책 20
마이클 슈나이더 지음, 이충호 옮김 / 경문사(경문북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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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수학이 싫다.

체육이나 영어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학이 싫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수가 그토록 다양하고 매력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면 굳이 싫어할 것 까진 없으리라.

자연, 예술, 과학에서 코스모스적인 우주관을 보여주는 수학적 원형은 알면 알수록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고대인들의 깊고 넓은 지혜를 보면 인류는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읽고 더 많이 이해하고 생각하면 기하학은 더 많은 것을 내게 보여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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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
데이비드 베레비 지음, 정준형 옮김 / 에코리브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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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내성적이고 사회성 부족하다 평가받는 사람들은 정말 이 무리라는 단어가  때로 너무 싫다.

모두가 낯선 사람들인 무리 속에서도 저마다 무리를 나누고 누군가는 따돌려지며 소외당한다. 

무리 안에서는 그 무리를 사랑하고 그 속에서 행복할 수 있지만, 무리 밖에서는 그처럼 잔인하고 외로울 수 없다.

하지만 무리 밖에 있다고 해서 나쁘다거나 모자란 것은 아니다.

단지 무리 안에서 그렇게 여길 뿐이다.

그러니 때로는 작은 무리에 속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기 보다 좀 더 큰 무리에서 함께함을 즐겨도 괜찮으리라. 내 가족의 일원을 넘어, 학연/지연을 넘어, 친구/지인 사이를 넘어, 민족/인종/국가를 넘어, 종을 넘어 생명체임을 감사하고 그 다양함을 기꺼워함이 옳으리라.

생각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한 부분이 많아 군데군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지구상에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고맙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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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이용재 지음 / 멘토프레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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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알고 있는, 느끼는 건축에 대한 것 - 말도 안되는 부동산 가격, 이 작은 한 몸 누일 집 한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에 대한 분노, 투기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돈 많은 마음에 안드는 사람들, 꿈에서나 그려볼 수 있는 나의 집,  방 한 칸 없어 고생하는 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건축에 대해 뭔가 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시멘트와 돈으로만 얼룩진 것 같은 건축에서 사람 냄새, 예술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방문했던 그 곳이 그리도 아름답고 향기로운 곳이였다니...

저자처럼 깨어있는 멋진 아빠와 함께가 아니라 해도 조금 알게 된 만큼 더 행복하게 건축물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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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Minjoong Classical Literature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노병호 옮김 / 민중출판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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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쓰레기 같은 자가 있다. 가난한 자들의 피를 빨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자, 인간으로서 최소한 동정심도 없는 자, 이 땅에서 사라지는 게 인류에게 이바지하는 길인 자.

그리고 이러한 자들을 그저 욕하거나 딱하다 동정하기에 너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가련한 인간이 있다. 이 자들을 죽이면 못다한 학업을 마칠 수 있고 출세하여 장남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가엾은 어머니와 여동생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들, 오빠가 될 수 있다. 또 누가 아는가? 그 악덕한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살해하여 얻은 돈으로 쏘냐처럼 착하고 불쌍한 수 없이 많은 인간들을 구제할 수 있을지. 물론 모든 이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각자의 기준으로 함부로 살해를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신은 보다시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과연 신이 있기는 하는 걸까? 그렇다면 어찌 이런 부조리를 그저 보고만 있느냔 말이다. 그러니 역사가 수 없이 해온 일-선택받은 몇몇 비범한 이가 저지른 일들이 죄가 될까? 내가 하리라. 내가 그 노파를 죽이리라.

그리하여 라스꼴리니코프는 노파를 죽인다.

그러나 라스꼴리니코프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노파가 아무리 악한 자라도 그럴싸한 논리로 합리화하기에는 내 양심이 너무나 아프고 괴로움을. 그 행위가 어쩔 수 있는 '죄' 임을.

범죄 후에 괴로워하던 라스꼴리티코프는 착하고 순수한 쏘냐에 의해 자수를 하고 마침내는 구원을 받는다.

 

라스꼴리니코프가 범죄에 이르리까지의 과정과 그 후의 심리 변화는 참으로 치밀하고 사실적으로 기술되어 있어 러시아의 대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누구에게나 납득할 만한 이유로 범죄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이 소설을 읽으면 그만 포기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내가 그 인물들 안에 있는 것처럼 인물들의 심리가 잘 전달되고 있어 그 가엾은 영혼들을 쏘냐처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한 그 주변 인물들의 생각, 행동으로 보여지는 당시 러시아의 상황, 작가의 신념들은 과연 대단하다. 고전은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그 빛을 발한다. 더 성숙한 후에 다시 접하면 그 가치를 온전히 깨달을 수 있을지...

그리고 쏘냐. 내게도 그런 이가 있었다면. 방황하는 나를 일으켜세워 진리를 깨우쳐줄 이, 괴로워 지친 순간에, 그래서 그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가만히 문 밖에 서서 지켜봐 줄 이가 있다면...

나는 아직도 많이 삐딱하기에 사실보다 앞서는 진리를, 지식보다 앞서는 신앙을, 부당함이나 부조리보다 앞서는 포용을, 그리고 그 무엇보다 위대한 사랑을 애써 부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역시 라스꼴리니코프처럼 사실은 내가 원하는 것이 진리이고 사랑임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애써 부정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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